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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걸스, 작사, 작곡, 홍보 전 부문 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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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녀의 전성시대라 불릴 만큼 소녀 댄스그룹의 강세가 뚜렷하다. JYP 소속의 '원더걸스'와, SM 엔터테인먼트의 '소녀시대'가 대표적인 경우인데, 특히 인터넷 뉴스에서도 거론할 만큼의 성공을 거둔 원더걸스에 주목해 보았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원더걸스의'Tell me'라는 곡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고, 심지어는 중독성까지 있다고 난리다.

  원더걸스가 성공을 거둔 이유, 더군다나 원더걸스의 'Tell me'가 뜬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요약하자면, 낙인효과와 펜타토닉 음계. 원더걸스의 멤버들이 하나같이 귀엽고 앳되고 발랄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으나, 다른 모든 조건은 똑같이 두고 박진영이 아닌 다른 기획사에서 배출한 신인이었다면 원더걸스는 뜨지 못했을 거라 조심스레 확신한다. JYP에서 나온 신인이라더라, 박진영이 키운 애들이라더라 하는 이야기가 없었다면 지금의 원더걸스는 없다. 물론 여기에는 SM 엔터테인먼트, 양군기획(YG Family)과 더불어서 우리나라 가요계 기획사 가운데 빅3라 불리우는 JYP 엔터테인먼트의 전략적인 ㅡ 또 빵빵한 재정에 힘입은 ㅡ 홍보 때문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박진영이 키운 아이들이라는 낙인효과에 의해서가 훨씬 크다. 박진영이 키웠다고 하니까 괜히 기대를 하게 되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이유는, 박진영의 작곡 방법 때문이다. 자세히 말하면, 그가 가장 자주 쓰는 펜타토닉 음계가 우리나라 정서에 비교적 잘 맞기 때문이다. 박진영의 곡은 ㅡ 장르가 다르면 경우가 다르겠지만 ㅡ 거의 비슷하다. 엄정화의 '초대', 박지윤의 '성인식', 임상아의 '저 바다가 날 막겠어' 등은 그의 곡이다. 느낌이 다 비슷하다. 이는 그나마 예전에 있던 곡이다. 이런 공통적인 현상은 박진영 자신의 곡 '그녀는 예뻤다'에서 극에 달한다. '그녀는 예뻤다' 이후에 거의 쏟아지다시피 하는 펜타토닉 음계(pentatonic scale)가, 후속곡 'Honey', 'Kiss me'에도 이어진다. 얼핏 들으면 두 곡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박진영의 댄스음악은 거의 그 음계를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비슷비슷하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그것이 1970~80년대에 디스코나 펑키(funky)음악에 열광했던 지금의 40~50대에 정서에 맞아 떨어진다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보면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가 훨씬 코드 진행에 있어서 과학적으로 작곡된 곡이고, 'Tell me'보다 훨씬 만들기 어려운 곡이다. '다시 만난 세계'가 8~9개의 코드를 사용하는 반면, 'Tell me'는 코드가 4개 밖에 되지 않는다.

  가사도 '다시 만난 세계'에 비해서 깊이가 없다. 쉽게 말해 하루에 몇 곡씩 찍어낼 수 있을 만한 곡이다. 그러나 이런 곡이 우리나라, 특히 기성세대에는 통한다. 남녀노소에게 폭넓은 인기를 누리는 건 여기에서 기인한 것이다. 코드 진행이 과학적이고 난해하다는 것이 우리나라에서는 꼭 좋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존 레논의 곡이 폴 매카트니의 곡보다 더 흥얼거리게 되는 이유와 같다. 객관적으로 볼 때 폴이 존보다 작곡을 잘 한다. 음악을 전문적으로 배운 사람이 할 수 있을 만한 작곡법이고, 존은 그렇지 않다. 그러나 사람들이 더 흥얼거리고, 쉽게 부를 수 있고, 그래서 머리에 더 남는 곡은 존의 곡이다.

  두 곡을 한 번도 들어보지 않은 사람 앞에서 무반주로 두 곡을 부른다면,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는 반주를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Tell me'는 반주가 어떨지 뻔히 알아낼 수 있다. 이것은 사람들이 길을 가면서 흥얼거리기에 훨씬 유리하다는 뜻이고, 곧 사람들에게 더 많이 불리워지고, 결국 중독성이 있다는 것이다.

  값을 매기자면 '다시 만난 세계'가 'Tell me'보다 더 비싸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Tell me'가 더 잘 팔린 셈이다. 그 비용을 JYP는 홍보에 더 쏟아부었을 것이다.

  S.E.S. 이후로 여풍이 가요계를 장악한 게 참 오랜만이다. 여장부들이 아닌 소녀들의 꾸준한 활약을 더 기대해 본다.

-고담CT 임상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