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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로 인해, 항구에서 새해를 맞이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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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여객터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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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지켜보고 계신 할아버지



목포에 왔느냐? 엄마에게는 어제 네가 내려온다는 말을 들었다. 눈도 많이 내리고 바람도 많이 불지. 그래 배가 못 떠서 오늘 다시 서울로 돌아가냐? 내 마음이 짠하다. 건강해라 잉~
-외할머니의 목소리

 

죄송해요 할머니, 다시 또 올께요. (전화통화에 울컥하는 눈물이 났다.)

 

 8년 전인가. 고3을 마치고 할머니, 할아버지, 외할머니를 뵙기 위해 고향으로 내려 간적이 있었다. 그 때도 지금처럼 겨울이었는데, 대학에 입학한 손자를 주위 친구 분들에게 자랑도 하시고 따뜻하게 맞이해 주셨던 기억이 난다. 그 기억을 떠올리며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목포로 가는 29일 24:00 막차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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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로 가는 버스표

 새벽에 목포에 도착했는데, 눈바람이 지독하게 불었다. 눈이 내리는 것이 아니라 옆으로 지나갔다. 새벽에 항구로 나갔으나 오늘은 풍랑주위보로 배가 뜰 수 없다고 한단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체류할 수밖에. 이렇게 하루를 보냈다.

 

 다음날 31일, 오늘도 못 들어가게 되면 새해를 시골에서 맞이할 수 없다.(나의 시골은 흑산도 가기 전에 있는 신안군 비금도, 도초도 다. 배 시간은로 1시간 반 정도 가는.) 그리고 정한 약속이 있기 때문에 1월 1일 서울로 다시 올라가야 한다. 마음이 초조할 따름이다. 뉴스에서는 호남지방 풍랑과 대설주위보가 내려졌고 뱃길은 끊겼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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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12월 29일부터 1월1일까지 배는 뜨지 못했다. 태풍이 와도 이렇게 오랫동안 배가 다니지 못한 적은 없었다. 그날 목포 선착장에는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

 

 박근영(목포대, 25) 씨는 “도초가서 친구 2명과 새해를 우리 집에서 맞이하고 싶었는데 오늘 1시까지 없으면 어쩔 수 없죠, 뭐. 아침에 배가 있을 줄 알았는데, 오늘 날씨 봐서는 못 볼 것 같아요”라며 “오늘 못 들어가면 목포에서 회를 먹으며 새해를 맞아해야 할 것 같네요”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출발해 어제 목포에 도착했다는 윤모(회사원, 40) 씨도 “(신안군, 암태)내일 들어갈 수 있으면 가겠는데 힘들어 보이네요”라며 “3년 만에 내려왔는데 할 수 없죠. 가서 쉬고 서울로 가야겠네요”라고 말했다. 올해 소원이 있냐는 질문에 그는 “하는 일 잘되고 건강하게 살았으면 합니다” 라며 애써 웃음 지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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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이 묶인 여객선

 

 타지에 나와 있는 사람들이 이 정도면 원래 섬에 살다가 목포에 일보러 나온 사람들은 어느 정도 일까?

 

 표무웅(신안군 자은, 70) 할아버지는 “여기는 무슨 직원도 없나, 직원이라도 있어서 풍랑주위보라고 하면서 말이라도 해줘야 할 것 아닌가”라며 “물어보려고 기다리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할아버지는 또 “그 전에는 (배가)없다고 했다가 다시 출항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기다리는 중이다” “여관에서 자고 내일 들어간다. 지금까지 그리 해왔으니까”라며 “섬에 산 설움이 이거다. 배 없으면 내려가지도 못하니까 이제 내가 자식보고 싶으면 올라가려고 한다”며 답답한 심정을 드러내셨다.

 

 결국 모두 폭설과 풍랑으로 발걸음을 돌렸고 나 역시 목포역에서 서울로 올라가는 KTX에 몸을 실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2007년 한해는 저물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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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지역은 온 세상이 눈에 파묻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