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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팀블로그, 미디어파워 도전기

20대 팀블로그, 미디어파워 도전기

레피니언 포스트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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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여름 대학생 대안언론연합캠프

 

2007년 여름, 대학생대안언론캠프를 마치고 대학사회를 바꿔보자고 했던 우리들은 그 첫 시작으로 블로그를 선택했다. 블로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오픈되는 속성을 가졌고 그 어떤 미디어보다 쉬우면서 여론 파장력이 크기 때문에 블로그로 여론을 주도해보자고 생각했다. 이것이 20대 진보블로그 레피니언 포스트(www.lpost.net)의 탄생이었다. 

첫 시작은 이랬다. 무식한게 용감하다고 했던가. 무지의 세계에서 출발한 우리 8명의 무대뽀 용사들은 일단 자신이 하고 싶은 데로 이틀에 한 개꼴로 기사를 써 가기 시작했다. 이러다 보면 가끔 포털과 메타블로그 싸이트에 우리 기사가 메인 탑에 올라간다. 조회 수는 몇 십만을 돌파할 정도로 가파르게 올라가고 각종 트랙백들과 수많은 댓글이 달린다. 처음에는 너무 신기하고 기뻐서 밤을 세도록 노트북 앞에 앉아 새로고침을 누르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해보기 위해서 지하방 월세 30만원의 사무실을 차렸고 맨땅에 헤딩을 하기로 결정한다. 운영비까지 포함해서 한 사람당 한 달에 5만원씩 출자했고 사무실 집기들도 마련했다. 여름이었기 때문에 비가 제법 내렸는데, 너무 싼 월세방이라서 그런지 비가 샜다. 그러면 다음날 우리는 아침 모임으로 두어시간 동안 걸레와 쓰레받기로 물을 빼냈다. 친구들이 “너희 같이 블로그 하려고 사무실까지 차린 녀석들은 아마 찾아보기 힘들거다” 라고 말한다. 그만큼 우리들의 패기와 열정을 드높았던 것 같다.

한 가지 비화가 있다. 지하사무실은 어두침침하기 때문에 너무 피곤한 나머지 8명의 식구들이 잠깐씩 눈을 붙이곤 했다. 근데, 사무실지하에 수맥이 흘렀던지, 모두들 왼쪽 모퉁이에서 한 여자가 속삭이는 것을 들었다. 나도 처음에는 순간 당황했는데, 모두가 같은 증언을 하니 오싹해지는 순간이었다. 음반도 잘되려면 귀신이 나타난다고 했던가, 대박 날 징조였나 보다.

한 2달을 이렇게 했을까. 2달 이상 꾸준히 블로그 운영을 하다보면 우리의 존재를 많은 블로거들이 알게 되고 자연스럽게 좋은 관계가 형성된다. 3, 40대가 주류인 상황에 20대 블로거들이 아직까지는 많지 않아서인지 나름 좋은 시선을 보내주는 것 같았다. 블로그를 시작한지 50일도 채 안돼서 방문자 수도 100만을 돌파한 그 날, 우리는 조그만 자축 파티를 열었다.

20대 최고의 팀블로그가 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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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자 100만을 넘은 것이 나름 큰 의미도 있었지만, 우리의 목적은 블로그 언론사(?)를 차리는 것이었기 때문에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었다. 블로그 세계에서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팀블로그(무브온21, 익스트림무비 등)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도 언젠가는 그 반열에 오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의 마구잡이 취재나 기사를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할 필요가 있었다.

유명한 팀블로그들의 공통된 특징은 전문성과 집요함, 꾸준함이다. 이들은 그 분야에서는 최고라 할 만큼 컨텐츠의 질이 깊고 풍부하며, 핵심적 사안에 대해서는 팀블로그 구성원들이 집요하게 취재해서 여론화했고, 언제나 한결같은 꾸준함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다.

그래서 겁 없는 8명의 블로거들은 특집을 기획하기 시작한다. 지금까지는 쓰고 싶은 것들이나, 취재일정이 있으면 취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8명의 머리를 맞대고 특집시리즈를 기획해 본다. 그러나 처음은 너무 어려웠다. 기자 경험도 거의 없고 특집기획을 도대체 어떻게 하는건지, 어떻게 기사들을 배치해야 되는 건지 전혀 감이 없었다. 일단 결정해서 기사를 완료해도, 다른 언론사 기사들과의 차별성이 별로 없고 오히려 질은 떨어져 보였다.

기술적으로는 정치, 사회, 대학섹션에 집중하고 나머지 부분은 개인 블로그들을 개설해 해결해가는 방향을 세웠다. 공감기사전문, 까댐전문, 발랄전문, 분석전문 등 자신만의 끼를 발휘할 수 있는 문체들을 적용해 나름 기사를 작성도 해봤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들의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이 난국을 해결하는 방안은 좀처럼 해결되지 않았고 지금까지 아주 어려운 숙제로 남아있다. 자신들이 20대 이면서도 ‘20대의 감성을 살려서 우리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처럼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자신 있게 “우리는 이제 잘 하고 있다”라고 평가하기는 어려울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한 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이니, 이제부터 본격적인 시작이라 생각하고 다시 블로그 전장으로 뛰어든다.

현재 레피니언들은 20대 대학의 온라인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또 다른 친구들을 만나, 20대 메타블로그 싸이트를 운영하고 대학내일과 같은 대학주간지를 제작해 배포하고 있다. 지하쪽방 사무실에서 4층으로 사무실을 옮겼고 새로운 한해를 훌쩍 넘긴 만큼, 또 다른 욕심을 부린다. 인터넷 상의 여론은 물론, 블로그로 오프라인의 여론을 형성해, 대학생의 활로를 개척하는데 레피니언이 한 몫을 할 수 있기를 욕심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