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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 당신은 자유로운가요?

개방적이고 보수적인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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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는 듯한 여름에도 눈에 거슬리지 않을 정도의 스킨쉽을 소화해 내곤 했던 멋진 능력의 소유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과에서 대략 1년 정도를 붙어다녔던 지극히 평범한 커플들 중 하나였다. 하루는, 친구녀석이 뜬금없이 다가와 “야, 쟤네 동거한대”라는 말을 무슨 엄청난 국가기밀이라도 되는 것 처럼 소근거렸다. 나는 약간 놀랐지만 “뭐? 그럼 같이 산다는 거야?” 라면서 과민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다음 수업시간까지 줄곧 그들의 동거 생활에 대해 들어주는 이 없는 걱정과 설교를 해댔다. 동거를 특별히 나쁘다고 생각한 적은 별로 없었는데 그 때 내가 친구와 나눴던 대화는 지독스럽게도 보수적이었던 것 같다.

 

많은 20대들 역시 동거를 하는 것을 괜찮다고 얘기하면서, 정작 주변에 동거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썩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론 동거를 하는 사람들 역시 다른 이에게 그 사실을 숨기느라 정신이 없다. 의아한 것은 동거남, 동거녀들의 경계 대상이 부모님이나 이웃 어른들은 물론, 또래 아이들의 시선까지 예외 없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혼전순결은 옛날 얘기지만, 여전히 중요한 처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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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Y(23)“1학년 때는 설문조사에 절반이 넘는 학생들이 성관계를 가진다는 말을 듣고 진짜 놀랐었는데, 요즘은 내가 아는 애들만 해도 사귄지 1년 넘으면 그냥 자는 것 같아라고 말했다. 케이블TV의 한 프로그램에서도, 2~30대 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열에 일곱이 “혼전 순결을 반드시 지킬 필요가 없다”고 답했단다. ‘혼전순결의 고고한 자태가 이런 골동품 취급을 받고 있지만 사실, 대부분의 남자들은 아직도 자기의 부인이 처녀가 아니라는 것을 결코 가볍게 넘어가지 않는다. 의외로 많은 여성들이 결혼 전 처녀막 재생수술을 위해 산부인과를 찾는다고 하니 정말 웃기는 노릇이다. 어이 없지만, 아직까지도 한국의 여자들은 자신의 처녀성을 증명해야 하는 시대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어이 없게도 이것이, 우리가 가진 성의식의 기막힌 모순이다.

 

20대는 스스로를 개방적이라고 하지만 그 개방성은 때에 따라, 혹은 주체에 따라 성질을 달리한다. 친구 Y는 동거에 대해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동거 자체는 나쁜 게 아니지, 근데 아직 사회적 인식이 그걸 못 따라 가기도 하고. 나도 만약 네가 동거를 한다고 하면 좀 이상할 것 같은데?”라고 말이다.

 

괜찮다고도 말하고, 아니라고도 말해왔던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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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학교 3학년, 우리 과 건물이 조형대 근처로 이전하면서, 대학 2년 동안 모르고 지냈던 신선하고 섹시한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그건 바로 조형대 여학우들의 흡연 장소가 그저 등을 기댈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이라는 것이었다. 물론 당시 우리 과 여학우들도 상당수 담배를 피웠으나 그들의 흡연실은 은연중에 화장실로 제한돼 있었다. 그런 내게 조형대 녀자들의 가는 손가락 사이로 피어오르던 담배연기와 호탕한 웃음 소리, 남녀가 여유로히 맞담배를 피는 모습들은 훈훈하다 못해 행복해 보이기까지 했다. 대학에 들어와 가끔 누군가와 어울려 담배를 피우고 싶을 때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를 자연스럽게 제어할 수 있었던 요소 중 하나는 돈이 아깝다라는 생각보다도 아마 다른 사람들의 시선 때문이었을 거다. 담배는 결코 나쁜 것이 아니고, 흡연은 나의 당연한 권리와 자유라는 걸 알면서도, 나는 굳이 사람들과 어울려 담배를 피지 않았다.

 

물론 여기서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것이 무조건 좋다는 것을 말하려는 건 아니다. 다만, 이런 것들이 결코 나쁘지만은 않은, 공공연한 사실들임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우리 안의 일부가 이것을 음지로부터 나오지 못하게 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 생각해 보고 싶은 것이다.


 


사진출처 플리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