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선 연일 2.0세대에 대한 호기심과 감동의 물결.
“광장에 ‘디지털 촛불’ 든 그들은 ‘2.0세대’” /“2.0세대, 386부모 ‘뜨거운 피’ 물려받았다.” 한겨레
지난 5월 2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위해 열린 첫 번째 촛불집회에서 유독 우리의 눈길을 끄는 ‘무리’가 있었다. 수업을 마치자마자 교복을 입은 채로 달려온 ‘10대들’이 바로 그들이다. 언론에선 그 이후로 연일 새로운 세대의 출현에 대한 놀라움과 기대의 목소리가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왔다. 이른바 ‘2.0세대’로 규정된 이 아이들은, 인터넷과 핸드폰을 이용해 빠르게 정보를 교환하고,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하며 행동할 줄 아는 거침없는 세대로 정의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의 20대, 즉 ‘88만원 세대’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제일 큰 문제는 20대라고?
언론에서 그려진 이 두 세대의 모습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과연 어떨까? 회사원 이모씨(37)는 “객관적으로 보면 약간 감정적인 면도 없지 않지만, 10대들은 지금 닥친 문제들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것 같다. 제일 큰 문제는 20대인 것 같다” 고 말했다. 극단적이긴 하지만, 요즘 10대와 20대를 바라보는 일반적인 시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왜 20대가 제일 문제라고 생각했는지 물었더니 “뉴스나 언론 매체만 봐도 온통 10대 얘기 뿐이고, 20대에 대한 얘기는 한 마디도 없다. 내 주변도 별로 반응이 없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이씨의 말처럼 각 종 언론 매체와 지식인들은 거리로 쏟아져나온 10대의 모습에 대해 갖가지 새로운 해석과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88만원 세대’로 20대를 정의했던 우석훈씨는 한겨레 칼럼에서 ‘10대 소녀와 20대 대학생의 가장 큰 차이점은 하버마스가 지적한 개념으로 ‘소통’, 그리고 최근 경제학에서 유행하는 ‘신뢰’라는 개념과 같이 20대가 가지고 있지 않은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들은 끊임없이 대화하고, 소통하며, 자신의 옆에 있는 또 다른 친구들에 대한 신뢰를 만들어낸다. 이것은 한국의 20대에게서는 거의 관찰되지 않는 현상이다.’ 라며 두 세대를 확실하게 분리시키고 나섰다.
세대 가르기는 이제 그만…
하지만, 직접 집회에 나가 보면 10대들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수많은 20대들을 만나볼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에 의해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있다. 그 동안 20대를 정의 내렸던 수 많은 언론과 기성세대들의 목소리에 의해, 또 새롭게 등장한 10대들의 출현을 반기는 사회적 분위기에 의해 20대의 촛불은 한없이 초라하기만 하다. 취업 준비생 신씨(여 27)는 “10대가 2.0세대라고 불리면서 떠오르고 있는데 이것은 세대의 패러다임이 바뀐 거라고 생각한다. 굳이 세대 별로 구분해서 생각할 것이 아니라 하나된 모습으로 봐줬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세대를 막론하고 20대를 모두 부정적으로 몰며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내고 있지만 집회에 참석한 20대들은 분명 소수가 아닌, ‘다수’의 자리를 차지한다. 하지만 언론은 이런 10대들과 20대를 극단적으로 대조시키며, ‘하나가 된 젊은이’들의 모습이 아닌, 답답한 ‘세대 가르기’만 하고 있는 형상이다. 도대체 이런 식의 ‘세대 가르기’를 통해 남는 것이 무엇일까? 새로운 세대의 규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광우병 쇠고기 수입 사태로 하나가 된 국민. 그 자체의 모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