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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농활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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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후배들이 3박4일 일정으로 농활을 간다는 소식을 듣고 일이 끝나고 토요일에 농활을 갔다 왔습니다. 토요일 강변역으로 가는동안 새언니가 조카(신상+_+)를 낳았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하면서 기분좋게 내려갔다 왔죠.

부처님오신날이 있던 황금연휴였던지라 차표끊기도 어려웠고, 차도 막혀서 장장 9시간이나 걸려서 농활가는 경북 영주시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버스를 타고 농활가는 마을인 부석면 화감마을에 가는데 계속 펼쳐진 산이 얼마나 정겹던지 마음이 다 훈훈해졌습니다.

마을회관에 도착해서 몇학번 아래 후배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도 보내고, 마침 그날이 봄농활 마지막밤이라서 어르신들과 함께 조촐하게 한잔도 했습니다. 그 다음날 고추밭에서 일도 하고 올라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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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어르신이 학생들 먹으라고 삶아주신 고구마를 먹고 있는 자칭 농활매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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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농활가면 일도와드리고 술마시고 먹다 간다고 생각하지만, 단체생활규칙은 매우 엄격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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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회관에 마을 어르신들과 학생들이 모여서 수다도 떨고, 술도 마시고, 노래도 부르면서 어울려 놀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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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대장 어머님. 포스 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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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재학생이었을 때 영주에 다른 마을로도 농활을 가봤었는데요. 소극적인 어머님들이 많으신데, 이 마을은 지극히 예외였습니다. 특히 이 분. 이분께서 노래하라고 하면 어머님들도 하셔야 한다는...
선곡도 예사롭지 않았어요. 어머님들께서 부르신 노래들은...
"빨간 마후라는 하늘의 사나이~"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사나이로 태어나서 할일도 많다만~"

-_-;;; 정말, 월남전 참전 용사인줄 알았습니다.

사진에는 담을 수 없었던 마을 어르신들의 이야기

이런 재밌는 에피소드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감동적인 일화도 많았습니다. 이런 훈훈한 이야기가 아까워서 저도 포스팅하게 된거죠.
포스작렬 대장어머님께서 퉁퉁부은 손가락을 보여주시며 하셨던 말씀입니다.
"작년 봄농활때 밭에서 일하다 독사한테 물렸는데, 그때 학생 하나가 독 빨아내고 응급조치를 해줬어. 3일 뒤 손이 퉁퉁 부워서 병원에 갔었는데, 독이 더 퍼졌으면 큰일 날뻔했다고 그러데. 그 학생이 그 때 응급처치 해줘서 내가 지금 건강히 있는거야. 학생들덕분에 우리가 있을수 있는거라고."

이런 얘기를 들으며(그 학생이 이번엔 못왔지만) 이런 것때문에 아직까지 학생들이 농활을 올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마을에 젊은 어머님(30대)분이 계신데 이런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그분은 서울에서 고등교육을 마치신 분인데 시골로 시집오신 분이셨습니다.
"너네, 고구마가 어떻게 생기는 지 알아? 고구마 뿌리를 잘라서 옆에다 심어놓으면 그게 또 뿌리가 되서 고구마가 생긴다. 신기하지? 자연이 이렇게 신기한거야. 그리고 정말 음식이 소중하다는 걸 알았어. 정말 쌀 한톨에도 농민의 손길이 가잖아."

생각해보면 그렇습니다. 우리나라가 헬기로 씨 뿌리고 무인으로 농장이 운영되는 것도 아니고. 모종키우고, 모를 심고, 피사리를 하는 과정 하나하나에 그분들의 손길이 가니깐요. 농활 몇번 갔다왔던 저였지만, 이 때 처음으로 쌀의 정성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늦게 농활에 합류한 저 말고 다른 아이들은 더 많은 것을 배워갔겠죠? 어떤 새내기는 몸이 불편해서 마을회관에 못오신다는 어르신댁에 방문했다가 어르신께서 너무 고마워하시고 예뻐하셔서 감동받고 왔다고 하더군요. 그 새내기는 농활을 오지 않았다면, 그리고 그 어르신을 만나보지 않았다면 느껴보지 못했을 사람에 대한 '정'을 많이 배우고 갔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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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고추모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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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아이들의 로망 경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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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데는 능력이 없어서 많이 못찍고, 얘기도 많이 못푼게 아쉽네요.
요즘 대학 공동체가 많이 어려워져서 농활과 같은 활동도 많이 어려워진게 사실입니다. 그래도, 짧은 기간에 자연에 대해 배우고, 정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최고의 활동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