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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망초5님을 도와주세요

피해자 가족 두 번 죽이는 나라 -물망초5 님 사건을 바라보며


딸을 잃은 어머니가 2년 5개월이 넘도록 진실을 밝히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미 블로거들 사이에선 유명한 물망초5 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유미자씨다.

이건 물망초5 님이 블로그마다 남긴 댓글이다.
물망초5
님들의 블로그에 슬픈 댓글을 달고 다녀 죄송한마음입니다
에미의심정을 헤아려주시기 바랍니다

짐승의 손에
어여쁜딸을 잃은 에미입니다
대한송유관공사 인사과장의 직장내성희롱 살인사건을
사건발생지도 아니고 피의자의 주소지도 아닌 원주경찰서에서
사건발생지인 양평경찰서로 이첩시키지 않고 초동수사부터
사건의진실을 왜곡하고 은폐조작한 것을 밝히고자 합니다
아고라 네티즌청원에도 서명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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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5년 6월, 대한송유관공사에 다니던 딸이 회사에 출근하고 실종된 지 이틀만에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왔다. 피의자는 같은 회사의 상사 이모씨였다. 딸의 죽음으로 지옥으로 떨어진 것만 같던 유씨는 그때보다 더한 지옥의 나날들 속에서 살고 있다.

유씨는 딸을 잃자마자 슬퍼하기도 전에 딸이 피의자와 내연관계였다는 오해와 싸워야 했다.  
브리핑자료와 공조수사보고가 언론에 유포되고 ‘내연관계’ 만 강조된 기사들이 뜨기 시작한 것이다.

“누구 얘기를 듣고 무슨 근거로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내연 관계가 맞는지 아닌지 확인도 안해보고, 그 말만 강조한 기사들이 떴어요. 또 살인사건이 났는데 그게 중요한게 아니잖아요.”

진실을 말해줄 증인들은 위증했다. 특히 경찰의 수사기록이 가장 큰 의혹을 남겼다.  우선, 살인사건이 일어난 곳도 아니고 피해자의 주소지도 아닌 ‘원주’에서 (단지 피의자가 자수했다는 이유로) 조사가 진행된 것. 또한 사건발생 당일 피해자의 ‘납치’ 와 ‘폭행’ 가능성이 있는 물증이 명확한데도, 현장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문점들만 남겨 놓은 채 수사가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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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서 검찰옴부즈만으로 근무하시는 임덕기씨가 유미자씨에게 보내준 9페이지 분량의 수사기록에 대한 의문점이다. 이 분은 '이건 너무나 말도 안되는 사건이라며 내가 살면서 점 하나도 남기고 가고 싶다. 이 억울한 사건이 제대로 해결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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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나라는 피해자를 도와주는 게 아니라 더 힘들게 한다’

2년 5개월이 되는 시간 동안 그녀의 싸움은 세상과의 싸움이었다. 재수사해달라고 요청한 경찰청도, 잘못된 사건을 함께 싸워달라고 부탁한 변호사들도,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찾아간 국가인권위원회도, 국회의원들도, 많은 행정부, 많은 여성 단체들도 ‘피해자’인 그녀에게는 원망스러운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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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지난 2년 5개월간 싸워오면서 고통을 받았다고 느낀 곳을 적은 목록이다.



그녀는 죽은 딸이 내연관계였다는 오보를 정정하기 위해 언론중재위원회를 찾아갔다. 그리고 변호사를 선임했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 1인당 천여만원이 되는 선임비를 줘가며 벌써 4번째 변호사와 재판을 준비 중이다. 변호사들은 제 때 항소이유서를 써주지 않는다거나 자문을 구하는데도 ‘이건 민사소송이니까 형사소송까지 자문해줄 필요는 없다’ 며 피해자 유씨를 답답하게 했다.

 “한 변호사는 검사에게 전화를 걸어서는 우리 사건처리하는데 유리하니까 결정문에 성희롱이라는 단어만이라도 넣어달라 는 전화를 했다고 나에게 말하더라. 기가막혔다. 기각될지 말지 미리 알고 있었다는게 아닌가. 이게 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닌가 하고”
안되겠다 싶어 찾아간 국가인권위원회나 많은 여성단체들에도 상처만 받고 왔다.

인터뷰 도중 전화벨이 울렸다. 국가경영정책연구원에서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한 평을 물어보는 터였다. “오히려 진정인에게 섭섭한 말로 상처를 주더군요. 탁상행정이고 직접 조사도 안해보고. 인권위원회면 서민들의 어려운 점을 해결해주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피의자가 공사의 인사과장이고 해서 권력이 있고 우리 가족은 돈 없고 힘이 없어 그러는 건 아닌지’  사건의 진실을 위해서 뛰어다닌 그 어느 곳에도 그녀의 편이 돼주진 않았다.

" 피해자를 도와주는 데는 아무데도 없다는 거야. 안 도와줘. 내가 이렇게 말하면 섭섭하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내가 느끼는 걸 그래. 난 어디에서도 흡족하게 도움 못받았어. "


"오는 11월 1일 대한송유관공사의 책임을 묻는 재판 열려"

오는 11월 1일에는 딸이 다녔던 회사 ‘대한송유관공사’ 에 사건의 책임을 묻는 민사소송이 열린다.
그녀가 회사측에서 받은 설움 역시 한 두가지가 아니다. 살인자가 회사 사람인데도 오히려 그를 감싸는 회사가 원망스럽기만 하다.

“우리 딸이 인력개발원에 있어서 여러 회사에서 연수 오는 사람들 일처리 했는데 글쎄 그래서 거래처에 내 딸 명함이 있잖아. 그 사람들한테서 딸에게 전화가 오면 회사에서는 ‘회사 그만뒀다’고 했다더라고. 그래서 내가 그 사람들한테 전화 일일이 다해서 대한송유관공사에 이런 일이 있었다고 다 얘기했다.”

“ 회사측에 예전 사장에게, 내 딸 살려내라 했더니 우리 둘째딸 보면서 ‘저기 딸 또 있잖아’ 그러는 놈들이야 ” 

“2년 5개월 동안 전화 한통해서 어떻게 지내냐 힘들진 않느냐 전화한통 해준 적 없다. 찾아와준 적 없다. 아무리 조그만 회사여도 무슨 일 있다거나 기일이라던가 전화라도 해주고 찾아왔어야지. 말단 직원을 시켜서라도 보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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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망초' 유미자씨.


" 대체 이 나라는 약자들을 위해주는 건가. 정말 이 나라에서 살고 싶지 않다.
  말 한마디 따뜻하게라도 힘들진 않느냐 도와줄 건 없느냐 라고 해주길 바랬다.”


“ 고등검찰청에서 조사를 받으러 가서 서기가 아줌마가 이렇게 하고 다니는게 더 명예훼손이라는 얘  기도 들었다. 여성단체들도 너무 원망스럽다. 도와 달라하면 ‘도와줄 수 없다. 시기가 아니다. 이슈가 안된다’ 고 그러는 곳도 많았어.” 

이미 블로거들 사이에는 물망초님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던 그녀.
올해, 둘째 딸이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걸 보고 배워 하루 20시간 동안 블로그를 다니며 댓글을 달고 글을 썼다. 댓글러라고 욕도 먹었다. 그녀는 하루라도 댓글을 달지 않으면 불안하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속상한 일이 생겼다. “청와대 블로그에는 제 아이디로 댓글못쓰게 차단해놨어요”
"개인블로그에서 차단하는 건 그렇겠다 싶어도 청와대에서는 그러면 안되는 거예요. 서민들 입을 막는건데.. "


다른 사람들만은 이런 일 다시 겪게 하고 싶지 않아

“난 내 딸 억울한거 다 풀고 그동안 잘못했던 사람들 다 처벌하고 나면 그냥 죽어버리고 싶어” 

유씨가 이 일을 끝내는 순간 죽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혼을 다하여 이 일에 매달리는 이유는 뭘까.
“난 이 나라에 산다는 게 너무 원망스러워. 여기는 돈 있고 빽 있고 권력 있으면 다 되는거야. 그런데 내가 이 사건 다 해결해서 나 같은 사람 더 이상 없게 할거야. 내가 겪은 일들 다 책으로 써낼거야. 내 딸뿐만 아니라 또 다른 딸들이 이런 사회 속에서 산다는 건 끔찍해”

이제 딸을 가슴에 묻고 그만 하라는 사람도 많단다. 하지만 그녀는 절대 그만둘 수가 없다.

"주위에서는 너무 힘들어보이니까 이제 그만 가슴에 묻어두라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누구라도 내 입장이 되면 이렇게 안하고는 못버틸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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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자씨가 가지고 따디는 딸들의 스티커 사진을 꺼내 보여주셨다. 오른쪽이 故 황인희씨다.


가장 힘든 건 딸의 죽음을 슬퍼할 시간조차 없었다는 것

“내가 너무 힘든 건 딸의 죽음을 슬퍼할 시간도 없다는 거야. 내 딸이 있는 곳에 가서 마음껏 슬퍼해보지도 못했다.. 딸 죽자마자 정신없이 경찰청 법원에 국가인권위원회 도와줄 수 있는 곳 안다닌 곳이 없다. 이 과정이 너무 힘들다. 내 딸 죽었는데 2년 5개월이 지나도록 제대로 슬퍼도 못해봤다. 하루하루가 지옥 같다. 고문도 이런 고문이 없다. 그래도 난 이걸 포기할 수 없다. 이게 내 딸을 위한 거라고 생각하니까”

"어느 부모나 그렇듯이 난 내 자식이 내 재산이었다. 아파트 몇 평에 산다는 사람들 그런거 부럽지도 않았다. 어릴 때 인희 데리고 같이 공부하던 기억, 교실에 몰래 찾아가 우리 딸 있는 모습 몰래 보던 기억이 난다. 진짜 밥 안먹어도 배부른 부모 마음이 어떤 건지 ... "

그녀의 사연이 재검토할만한 가치가 없기 때문인가 아니면 진실이 밝혀지면 안 될 이유라도 있는 걸까? 우리는 의심할 수 밖에 없다.  제2,제3의 이런 사건이 나오지 않도록, 혹은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사람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지금이라도 그녀의 목소리를 진중하게 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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