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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제기랄, 내 말 좀 들어. 당신들이 지금 우리를 차별하고 있어‘


-제 7회 세계장애인한국대회 부대행사- 장애인 영화상영을 다녀와서


1960년대 일본은 도시의 급속한 발전과 함께 지금의 일본을 가능하게 한
경제적 원동력이 형성된 시기이다. 하지만 그 화려한 일본의 도약 어느
한 켠에는 가는 숨소리로 소외되어 살아온 어떤 사람들이 있었다.


‘이런 벌레같은-일본
장애인자립생활의 선구자들’은 그 각박했던 일본사
회 속에서 스스로 자립의 길을 선택해 살아왔던 뇌성마비 중증 장애자들
의 삶을 인터뷰 형식으로 제작한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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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장애인한국대회 '장애인 영화상영제'에 방문한 '자립생활운동의 선구자들' 제작자와 출연진.ⓒlefinion




영화는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지금은 백발의 노인이 되어버린 그들
(중증 뇌성마비자들)의 젊음을 힘겹게 털어 놓기 시작한다.


일본의 한 장애인, 인간으로서 '해방'을 꿈꾸다


매일매일을 철저하게 관리자의 스케쥴에 맞춰 생활했다는 기무라씨는 온
전한 인간으로서의 진정한 해방을 꿈꾸기 시작한다. 드문 외출조차도 자
유롭지 않았던 장애인 시설(쉼터 개념)에서 기무라씨는 결국 내가 ‘나’로
써 존재하기 위해 스스로 자립의 길을 선택한다. 뇌성마비 장애자로 거동
은 물론 제대로 의사 표현을 하기도 힘겨운 그녀에게 독립된 공간 속에서 혼자 살아간다는 것은 비장애인들이 생각하는 자발적 독립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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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벌레같은-자립생활운동의 선구자들'중에서 ⓒ lefinion


시설로부터의 독립을 마음먹은 그녀가 당시 중증장애자라는 벽 앞에서 스스로 자립생활을 시작하기란 하늘에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운 것이었다. 구청 사무소 앞에서 10일간의 농성 끝에 겨우 허름한 사영주택 하나를 얻었다. 당시 생활보호자에게 지급되는 비용은 삼천엔. 물질적으로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그녀는 인생의 어느 순간 중에서도 그 때의 행복을 결코 잊을 수 없다고 회상한다.


그녀는 말한다.


“살아 있다는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를 깨닫게 되었어요 . 시설이 아닌 나만의 공간에서 자립하여 살아간다는게 얼마나 멋진 일인지를 알게 된거죠.”


다나베 마사유키씨도 공동체 생활을 하다가 기무라씨의 제안에 따라 그녀의 집에서 함께 자립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중증 장애인 두 남녀의 작은 보금자리. 하지만 그 속은 치열한 삶의 연습장이었다. 혼자 화장실을 가는 일부터 시작해서 밥을 짓고 옷을 입고 세수를 하는 것 까지 모두 다 처음부터 다시 연습해야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처음엔 모든 것이 낯설고 어려웠지만 어느 순간부터 다나베씨는 아침에 일어나 무엇을 먹을까를 고민 하는 것이 즐거웠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당시 다양한 장애인 운동에 동참한다. 이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게 도움을 준 ‘푸른 잔디’ 운동, 그리고 장애자 양호학교의무화 반대 운동까지.


1940년 요코하마에서는 뇌성마비의 딸을 그 엄마가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요로타씨는 이것이 계기가 되어 그들 공동체의 성격이 변화되었다고 회상한다. 왜냐하면 그 지방의 자치회에서 딸을 살해한 어머니에게 동정표를 호소하며 구형을 가볍게 하라는 서명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들은 이에 대항했다. 그리고 장애인은 살 권리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것인가를 외치며 장애인 운동을 시작하게 된다.


이들 단체의 움직임은 각 지역 장애인 연합에 본보기가 되었고 ‘열심히 싸워서 쟁취하자’는 가장 기본적인 모토를 장애인들에게 각인시켜나가기 시작한다.


“그냥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비장애인들에게는 ‘제기랄, 내 말 좀 들어. 여기를 좀 봐봐. 당신들이 지금 우리를 차별하고 있어‘라고 말해줘야 한다. 나는 비장애인들을 원망하거나 미워하지 않는다. 다만 정상인과 뇌성마비 장애인이 각각 존재하는 한 정상인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우리를 밟고 일어설 수 있다라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 그리고 그들(비장애인들) 스스로가 우리를 차별할 수 있는 대등하지 않은 위치에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우리는 서로 공존할 수 있다”


세상으로 뛰어나오는 우리 나라 장애인들.


지난 5일 우리나라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3년의 긴 준비기간을 거
쳐 공식 출범했다고 한다. 서서히 그들이 세상 밖으로 뛰쳐 나오기 위한
질주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장애인들이 원하는 것은 동정어린 눈빛이 아니다. 일상적으로는 장애인
과 비장애인이 함께 버스를 탈 수 있는 것, 그저 연인과 함께 영화를 보고 밥을 먹는, 우리에겐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이 그들에겐 1년 행사일지도
모를 이 현실을 알아주는 것. 그리고 같이 해결해 나가는 것. 이것이 바로 그들이 원하는 것이 아닐까.




 문하나 기자 (cochon8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