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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우리 사무실, 비밀결사요원 달구.

실로 적적하고 무미건조한 사무실에는 같이 일하는 동료들만으로도 채워질 수 없는, 무언가가 있기 마련이다. 아무리 맘 좋고, 서로 위해주는 동료들끼리라도,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 라던지 , ”임금님 키는 난쟁이 똥자루다“ 라던지 하는 유치한 속풀이를 하고 싶을 때가 있는 법.

오늘, 사무실에 이런 나의 모든 속내와 말 못할 비리들을 조용히 폭로할 비밀 결사 요원 하나를 들여놓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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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집이라서, 미안해 달구야.ㅠ ㅠ



아하하하. 바로 이놈, 달구다.

이런 저런 망설임 없이, 딱 30분 만에 입양 결정하고, 오후 5시에 사무실로 데리고 들어왔다. 처음엔 쪼매난게 가시가 얼마나 따가운지, 찔리고 나서 정말 줘 패고 싶었다. 고슴도치 엄마들 사이에서는 ‘핸들링’이라고 하는, 즉, 주인 손에 이 도치들을 얼마나 잘 길들이는가에 따라 이놈들의 태도가 달라진단다

오늘은 달구가 특히 예민해서, 다루기가 더 힘들었다.

사람들 말 들어보니 입양해오고 한 일주일간은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안고 만지고 하는 것은 좀 자제를 해야 한다고 하니, 당분간은 밥이랑 물만 주고 관심 없는 척 편안하게 냅둬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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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이 너무 앙증스러운 우리 달구.



그나마 자유분방한 사무실에서 일 하는지라, 이렇게 달구의 자리를 한 켠에 마련할 수 있어 다행이다. 이 놈, 빨리 적응을 해야할 텐데. 사실, 지금은 저 카리스마 넘치는 털 때문에 만지기가 후덜덜 하지만 어서 핸들링을 할 수 있어야 목욕도 시키고, 내 속내도 좀 털어놓고 할 수 있으니 몇 번 다치더라도 용기있게 다가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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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둥이가 매력적인 달구



고슴도치는 무지 예민한 애들이고, 야행성이라서, 일단 낮에 심심풀이 땅콩으로 데리고 놀기엔 좀 미안할 듯 하다. 그러니까 일찍 출근하고 늦게 야근할 때 좀 놀아달라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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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적적하고, 답답할 때 나가서 담배 피우지들 마시고, 우리 달구처럼 묵묵하게 얘기 들어 주는 비밀요원 한명 놓고 키우는 것도 괜찮을 듯 하다.



ps.  사는 이야기에 올려야 하는데, 시사로만 계속 뜨네요. 죄송ㅠ ㅠ
       다음, 좀 바꿔 주시지-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