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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보육, 더 이상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예요.

#1.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빈곤가정의 자녀 보육 문제


카드빚과 생계난에 대한 부담으로 한강에 자녀를 버린 아버지, 생활고와 빚독촉으로 아파트에서 자식을 던져 죽인 어머니,



빈곤 가정이 파괴되면서 아이들의 미래도 함께 파괴되어 가고 있다.

가정부나 파출부 하면 중산층 이상의 가정에서 고용하는 노동자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정작 이러한 손길이 더욱 필요한 곳은 저소득층의 가정이다. 생계가 어려워지면서 사는 일이 막막해져 양육에 대한 부담감은 커지고 극단적으로는 위의 사례처럼 자식의 삶을 강제로 끊어버리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개인의 문제일까? 사회 속에서 열악한 사정으로 삶의 의욕을 잃고 그로 인해 아이들의 미래마저 암울해 진다면 이는 더 이상 개인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문제로 다뤄져야 하지 않을까.


더구나 일을 하는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은 더 이상 가정과 일을 양립할 수 없게 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아이를 맡길 보육시설의 미비함과 시설이용에 대한  비용 부담으로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 문제는 더 이상 여성을 슈퍼우먼으로 몬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며, 사회 모두가 책임져야 할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심각히 여긴 한국여성노동회는 사회복지 공동모금회의 후원을 받아 2년 전부터 ‘빈곤가정을 위한 찾아가는 보육도우미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직은 6개 지역에서만 실시되고 있지만 긍정적 효과를 인정받고 점차 전국으로 확산시켜 나가고 있는 중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4일, ‘일, 가정 양립을 위한 취약보육 대안마련’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토론회에서는 현재 사회에서 보육도우미의 사회적 의미와 그 한계를 모색하고 대안마련을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2.  ‘우리의 미래를 돌보는 사람들’ 보육 도우미


“장애를 가지고 있는 저에게 전북여성노동자회의 지원이 없었다면 저와 우리 아이는 너무도 힘든 시간을 보내며 많은 부분들을 후회하고 이 사회를 원망하며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이들끼리 집에 있다는 생각을 하면 아이들 걱정에 불안해서 일이 쉽게 들어오지 않더라고요 이렇게 좋은 제도가 없어지다면 전 또다시 아이들 때문에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될 것입니다.”


사회복지서비스확충사업으로 시작된 보육도우미사업은 ‘방치된 아이들의 양육’ 을 돕고, ‘중장년 여성층 일자리 창출’ 을 장려하면서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위의 예처럼, 아이를 돌볼 수 없는 맞벌이나 한부모의 경우 또한 장애를 가진 부모나 맞벌이로 인해 장애아를 돌볼 수 없는 부모 등은 보육도우미 사업으로 인해 시간당 5000원 그리고 저소득층은 1000원으로 보육을 해결하고 있다. 재가 형태인 보육도우미는 자칫하면 따뜻한 부모의 손길을 받지 못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기 쉬운 아이들의 심신을 건강하게 해줄 수 있는 것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허혜진 수혜자는 “뇌성마비인 아이의 병원 값을 충당하느라 맞벌이를 하지 않고는 못 버티는 상황이었는데, 장애아를 맡길 만한 시설이 너무 부족했고 평균 3년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우연히 보육도우미 서비스를 받게 되면서 마음 놓게 직장을 나가게 돼 너무 기쁘다. 우리 부부와 같이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이들을 위해 복지사업을 더욱 확대해주길 바란다” 고 말했다.


또한 보육도우미 사업은 실업상태에 있는 중장년층의 여성들이 일자리를 얻는 역할을 한다. 이제껏 여성들이 사적영역에서 인정받지 못했던 보육 및 가사 노동력이 공공영역으로 나오면서 전문적인 보육노동을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한 보육도우미는 "나는 지금 한부모 가정의 장애아를 돌보고 있다. 아이를 보면 굉장히 마음이 아프고 진짜 우리나라에서 돌봄이 진짜 필요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관심과 배려를 줬더니 애가 너무나 달라지더라. 지난 20년 동안 내 자식을 키울 때는 내 소유라고만 생각했기에 시행착오가 많았다. 하지만 그 경험이 바탕이 돼 보육노동을 하면서 20년 고민한 부분이 효과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공부를 더 해서 전문인이 되고 싶다." 며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3.  하지만 꼭 풀어야할 숙제, 여성의 정당한 노동권


하지만 보육 도우미 사업에서 풀어야 할 문제는 남아 있다. 바로, 보육도우미들의 저임금 노동이다. 물론 사회의 의미있는 존재가 되고 보람을 느낀다는 점에서 보육도우미들은 모두 만족하고 있다. 하지만 그에 상응하지 못하는 저임금은 결국' 여성노동자들을 싼 값에 사회로 불러내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받고 있다.


여성들의 가사노동을 전면적으로 저임금화하고 유연화된 노동형태로 시장화하는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충정책 역시 신자유주의 체제 아래서 여성노동을 착취하기 위함을 은폐한 채 수치적으로 여성의 일자리를 확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사회운동포럼 여성대회 패널토론문 중

 

모를 일이다. 보육 도우미들은 또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 양육에 가사노동을 전담하면서 이중노동을 강요받고 있는 지도. 이것은 악순환이다. 또한 아무리 한 여성이 보육도우미로 수혜를 받는다 할지라도 본인이 밖에서는 정당한 노동자 대우를 받고 있지 못한다면 쉽게 착취당하는 근본적인 여성노동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저임금의 열악한 돌봄노동을 만들어내고 있다. 다시 집안에 있었던 여성을 저임금으로 끌어내 밖에서 일하게 하는 건 바람직 하지 않다 ' 라는 민주노동당 박인숙 최고위원의 발언에 참석자들의 박수가 터져나왔던 것은 여성노동자라면 미세하게라도 느꼈을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보육도우미 사업은 여성이기에 마땅히 해야했던 가사를 사회화시키고 노동으로서 인정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분명 여성의 권익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내 아이의 보육에 대해 안심하게 되고, 내가 보람을 느낄 일자리를 가지게 됐다고 해서 모든 게 나아지지는 않는다. 아직은 한 고비 한 고비 풀어야 할 문제들이 많다.

보육도우미 사업 뿐 아니라 모든 정책에 있어서도 '위한다'고 하는 것들이 교묘하게 억압하는 요소는 없는 지를 계속 고민하고 고쳐 나아가야 할 것이다.


오산이 기자(ymja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