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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열띰 속의 공허함, 취업 박람회를 다녀와서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9월 4일 취업박람회가 열렸다. 삼성, LG 등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여러 대기업들은 부스를 차리고 대학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된 취업박람회는 하루 만에 무려 1800여 명이 다녀갔다. 작년보다 훨씬 더 많은 인원이다.



기업에서 차린 부스들에는 상담을 받고 싶어 하는 대학생들로 북적거렸다. 삼성전자 리크루터 윤주명씨는 ‘취업박람회는 회사에 입사한 선배들에게서 직접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도움이 많이 될 것’ 이라고 했다. 상담을 받은 홍익대학교 정보산업공학과 4학년 최재림양 은 “친구가 알려줘서 왔다. 취업에 도움이  되는 자료를 한 번에 깔끔하게 얻을 수 있어서 너무 좋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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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선호도 검사를 하고 있는 학생들

반면, 박람회에 대한 불만 섞인 목소리도 있었다.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 4학년 유은정양은 “직업 선호도 검사를 하고 상담도 받고 싶어서 한 시간 넘게 기다렸지만 결국 하지 못했다. 알고 보니 적성검사는 컴퓨터만 있으면 어디서든 할 수 있는 것이었는데 알려주지 않고 무작정 기다 리게 해서 시간 낭비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상담원 수도 너무 적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한편, 삼성전자의 윤주명씨는 “개강한지 얼마 되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방문했다.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자기 적성을 고민하지 않고 취직을 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회사에 들어와도 쉽게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며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따끔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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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로 북적거리는 취업박람회

고려대 문과대학 장재완 사무국장은 “2학기라 취업 시즌이고 원서를 써야 할 일이 많아 학생들의 관심이 취업에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너무 취업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는 현실 때문에, 대학에서의 낭만이 사라지고 취업이 대학의 종착점인 듯 되어가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개강이 시작됨과 동시에 캠퍼스는 온통 취업이었다. 취업이야기는 어디서나 쉽게 들을 수 있었고, 학교에서도 학생들에게 취업관련 정보를 나눠주는데 한창이었다. 기업설명회도 좋고 취업박람회도 좋다. 하지만 이렇게 취업관련 설명회를 한다고 해서 실질적으로 대학생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는 의문이다. 취업박람회를 해도 취직자리는 늘어나지 않는다. 좁은 문을 먼저 통과하는 법을 배울 뿐이다. 취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신없이 취업준비만 할 것이 아니라, 한번쯤 왜 이렇게 힘들게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지, 왜 취직자리는 늘어나지 않는지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이경민 기자(yikmin0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