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들에게 80년대 민주화 운동을 후회하냐고 물어보지는 않을까
4일 오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진행한 386세대에 대한 설문조사결과를 나타내는 기사가 네이버에 톱으로 게재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3일부터 이틀 동안 386세대에 대한 비판, 우려를 표하는 칼럼과 분석기사들이 나왔으며, 386세대 정치인들의 문제에 대한 기사들까지, 386세대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그린 기사가 쏟아졌다. 심지어 어떤 기사에는 ‘그래서, 보상이라도 해줄까?’‘국가유공자라도 해달라는 말이냐’라는 식의 386폄하 발언까지 남발하고 있었다.
당연히 나도 386세대가 완벽한 집단이라는 생각은 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이런 기사를 통해 과거 진보적 인사들이 만들어냈던 성과물 혹은 앞으로 전개될 진보인사들의 실천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형성하는 점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특정 시각에 의해 필터링 된 기사에 독자들이 끄덕거릴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실제 톱으로 게재된 기사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설문을 다룬 기사에 허점을 다소 찾을 수 있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설문조사를 통해 객관적인 통계자료만을 제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객관적’인 기사가 우리에겐 무엇을 던져주고 있는지에 대한 실체를 알 필요가 있다. 민주화 운동 참가자들 중 5명에 1명꼴로 구속 및 구금으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후유증을 겪고 있다는 사실과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민주화 운동 이후 취업 및 경제활동에 대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 이런 자료들은 ‘봐라, 예전에 저렇게 살았던 사람들도 결국은 다 후회한다. 그리고 지금도 고생하고 있지 않느냐’라는 식의 전개로 자동적으로 이어지게 된다. 왜 부당하게 그들이 입은 피해에 대한 언급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인가.
20년이 지나도록 80년대 정권이 가한 폭력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한 이 사람들에게 기자는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인가.
그리고 자료를 분석하는 데 있어서도 으로 실제 386세대들이 느끼는 문제, 해결책에 접근하지 못하는 자기중심적인 해석 또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다. 설문응답자 중 68.3%가 ‘민주화 운동을 하지 않았다면, 경제적 형편이 어떻게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느냐’ 라는 질문에 대해 ‘더 좋아졌을 것이다’고 답했다.
그래서?
그 어느 기사에서도 그 다음 심화질문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그래서 민주화운동 안하는 것이 나았다든지, 80년대 민주화운동의 가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분명 물어봤음직도 하는데 왜 기사에선 이런 말들을 찾아볼 수 없었을까? 당연히 경제적 형편이 기득권에 붙어있었으면 좋아졌겠지. 누구라고 직접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진 않지만, 이는 기자의 의도적인 자료인용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386세대들을 실패한 사람들이라고 정의해선 안된다. 그들은 ‘제대로’ 답하지 않았다. 내가 정말 화가 나는 건 제대로 답변하지 않은 것을 통해 생긴 눈으로 사람들은 현 진보인사들을 보게 된다는 점이다. 대선도 얼마 남지 않아 집단에 대한 냉철한 평가가 필요한 이 시기에 이런 기사들은 독자들의 판단들을 흐리고 있다는 생각밖엔 들지 않는다. 나는 제대로 된 이야기로 만든 제대로 된 기사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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