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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피랍자 석방은 셀프? 소말리아가 아프간보다 못한 게 뭐냐!

 피랍자 석방은 셀프? 소말리아가 아프간보다 못한 게 뭐냐!

- 마부노호 선원 피랍 150일, 정부는 국민을 지켜주지 않는다.

* 글에 앞서서 피랍 150일째인 마부노호 선원들의 무사귀환을 빕니다.

 부끄럽게 나조차도 잊고 있었던 소말리아 피랍사건. 어제로 마부노호 선원이 피랍된 지 150일이나 되었다고 한다. 그동안 아프간 피랍사건, 대선, 신정아 등 거대한 이슈에 묻힌 채 국민들의 무관심 속에서 벌벌 떨고 있었을 피랍선원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상황은 동원호, 아프간 때보다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적들로부터 수시로 구타를 당해서 피멍이 든 상태이며, 선원들 중 다수는 말라리아에 걸리고 어떤 선원은 심지어 고막까지 터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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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심초사 기다리는 피랍선원 가족들ⓒ시사저널 황문성

 작년에 동원호 사건에서 소말리아 해적에 대해 겪어보고, 이번 아프간 피랍사건 때도 나름 겪어보신 정부는 5달 동안 무얼 하고 있었던 걸까. 심지어 지난 6일 외교부에선 몸값을 지원할 수 없다는 방침을 내걸어 피랍선원과 그 가족들을 절망에 빠뜨렸다. 다른 피랍자들을 비하하는 건 아니지만, 아프간 때는 한 달 반 동안 언론에서 매우 때려주고, 데려올 때도 호텔에서 적응 안 되었다느니 2인 1실 방에서 회복하기를 기다렸다느니 하는데 왜 마부노호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성의조차 보이지 않는 것인가. 심지어 가족들이 일단 살려만 달라고 호소하고, 후 구상권청구를 하는 방안까지 제안했다고 하는데 이마저 외면했다.

 왜? 교회를 안다녀서? 가진 게 없어서? 좀 더 세상을 삐뚤게 보자면, 후자가 맞는 것 같다. 구상권 청구해도 낼 형편이 안 된다고 우리의 외교부는 판단을 한 것 같다. 거기다 우리의 외교부는 '회사가 알아서 협상하고 몸값 지불해라'라고 했다.

 '알아서''알아서'알아서'알아서'

피랍선원이 저 멀리 소말리아에서 들었으면 피가 거꾸로 솟았을 말. '알아서' 마부노호 피랍을 통해 밝혀졌다. 우리나라는 피랍자 석방이 셀프라는 사실이.

 젠장, 이제부터 우리 국민은 '알아서' 자신을 지켜야합니다!

 나는 이런 정부의 태도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돈도 없으면 지켜주지도 않는 아름다운 우리 정부.' 제대로 밥도 못 먹고, 공포감에 까만 머리가 새하얗게 질렸던 동원호 선원들을 보면서 '아, 정말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나도 예외는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저렇게 못 먹고 두들겨 맞고, 총의 위협에 100일 넘게 제대로 잠도 못 이룰 때 우리의 정부는 호텔에서 우아하게 회의하고 기자회견할 생각을 하니 부아가 치밀었다. 정부는 늘 테러조직과는 협상하지 않는 우아한 협상만을 우선시 하니, 20대 백수인 내가 잡혀가도 분주해하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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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랍 90일만에 머리가 하얗게 세어버린 동원호 갑판장 ⓒMBC


 
  피랍선원들은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세금 꼬박꼬박 내고, 군대도 갔다 왔을 것이고 국민으로서 의무를 다하고 있는데 이놈의 국가는 국민의 의무는 강조하면서 국가의 의무는 지키지 않으니 말이다. 피랍선원 가족들에게 안심하고 기다리고 있으라고 해놓고선 연락 안되고, 찾아가도 면담조차 안 되고, 협상에 악영향이 있을지 모르니 언론접촉은 삼가달라고 하고(동원호 때도 똑같은 소리했는데, 전~혀 말도 안 된다는 게 판명이 났는데 또 그러더군요).

 마지막으로 외교부 장관님께 한 말씀 드리고 싶다.
"너는 생선 안먹냐, 이 십장생아 -_-"
 
 외교부, 5월 달부터 완전 고생하고 있는 선원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 맨발로 뛰어다녔어도 시원찮을 판에 그 쉬운 '입장표명'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웃어르신들은 안 당해 봐서 모르는 건가? 해적이 총칼을 목에 들이대는 하루하루가 얼마나 지옥 같은지를. 하긴, 웃어르신들은 돈 벌러 소말리아까지 고기 잡을 일이 없어서 잘 모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8월 31일 석방되었던 아프간 피랍자들을 구하기 위해 매일 TV에 나오면서 보여줬던 노력 반만큼만 했어도 이 지경까지 가진 않았을 것이다. 선교인과 어부의 차이, 아프간과 소말리아의 차이, 사람의 목숨에 경중을 재는 그대들에게, "니가 가라, 소말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