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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판사님도 성희롱 한번 당해보세요

판사님도 성희롱 한번 당해보세요

- 가해자만 좋은 성희롱 판결에 대한 여성들의 억하심정



 최근 성희롱 가해자에 대한 '해고부당'판결이 줄지어 이뤄지고 있다. 그저께는 직장상사가 여직원의 볼에 입 맞추고, 껴안은 행위를 '직장 내 단결을 위해 당연한 일' 그리고 '어떤 직원들은 그냥 넘어갔던 일' '고의성이 없었다'는 이유를 들어 법원이 재심에서 해고처분이 부당하다는 판결을 냈다고 한다. 오늘은 학생들을 성희롱해 해임된 교사가 교육부를 상대로 낸 소청심사처분 취소 소송에서 '해임처분 취소' 판결이 났다.


 이 글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던 나와 내 친구들(여성 3인)은 모두 그 자리에서 폭발했다. 아니 직장 내 단결을 위해서면 여직원에게 볼에 입 맞추고, 어떤 직원들은 괜찮으면 계속 안아도 되고, 의도하고 그런 게 아니면 계속 이런 행동을 반복해도 되는 것인가? 원래는 '고의성'이 없는 성희롱이 더욱 위험한 것이 아니던가. 그럼 이제부터는 스킨쉽을 마구 남발하는 '선천성 성희롱 의심 증후군'을 앓고 있는 사람이 저지르는 행동에 여성들은 당하고만 있어야 하는가.




 판사, 가해자는 이해 '안하는' 당한 사람들의 심정



 
 우리나라에선 법도, 사회도 당한 사람의 편을 서주지 않는다. 성문제해결에선 '피해자 중심주의'를 기본원칙으로 삼는다. 피해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봐야 피해자가 상처받지 않고, 성문제의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당연히 성범죄사건에 있어서는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으로 다뤄야 함이 마땅하다. 그런데, 우리 판사님들은 '가해자 중심주의'를 우선원칙으로 삼나보다.


 '가해자가 고의성이 없었다''성희롱'이 오랜 시간동안 열심히 산 그 사람을 앞길을 막을 수 없다' 그러면 고의가 없는 성희롱에 여성이 당하는 것은 막을 수 없는 일이고, 오랜 시간동안 열심히 산 사람은 성희롱을 남발해도 넘어가줘야 하는 것인가?



'더러우면 니가 나가라'


 가해자가 직장으로 돌아왔을 때, 피해자가 느낄 고통에 대해 생각해 보았는가. 법원이 인정해준 가해자와 함께 직장생활을 하라는 것은 '더러우면 니가 나가라'라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성범죄의 경우 다른 '경범죄'와는 다르게 사람의 정신 상태에 큰 상처를 남긴다. 성폭력으로 인해 대인기피와 같은 트라우마 때문에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기 힘든 경우도 많다. 게다가 이런 피해 여성들을 오히려 사회에선 '문제를 일으키는 여성'으로 분류하고 배타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뒷땅'까는 것 좋아하는 우리 문화에서 성희롱을 당한 여성이 공개되었을 때 잘못한 거 하나도 없으면서 생매장당하는 일이 어디 하루 이틀 일어났던 일이던가. 피해자가 감당해야할 것은 너무 많은데, 가해자는 잃는 게 없다. 성범죄 처벌은 피해자가 감당할 수 있는 영역만큼 이뤄져야 한다. 가해자로 인해 정상적인 직장생활이 불가능하다면, 해고조치는 정당할 수밖에 없다.




그런 것까지 일일이 다 신고하면 성범죄가 너무 많아진다고? 현실에선 그보다 더 많은 성범죄가 일어나고 있어!




 올해 내가 대학에서 사람 칠뻔 했던 적이 있다. 성폭력과 관련된 공개간담회가 있었다. 거기에서 어떤 남학우가 이렇게 말했다. '내가 한 번도 학교 다니면서 성폭력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본 적 없는데, 여학생들이 많이 당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 총여학생회가 오버하는 거 아니냐?' 이 말에 발길질이 먼저 나갈뻔 했던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간단회 자리에 있었던 여학생들의 '어우, 나참 기가 막혀서'라는 말이 웅성웅성 들렸다. 당하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여학생들이 학교 내에서 참고 넘어가고 있는 사건이 얼마나 많은 지를.



내가 알고 있는 내 주변 성폭력 사례



 초등학교 - 6학년 담임 남자교사가 신체검사 때 여자아이들 가슴둘레를 잴 때 저학년 때처럼 런닝셔츠만 입도록 한 다음 '직접' 가슴둘레를 쟀다. 아이들은 충격을 받았고, 교사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대학 열람실에서 엎드려 자고 있는 여학생을 어느 남학생이 더듬은 사건도 있었다. 대학안도 성추행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빠짝 긴장타서 공부가 되겠냐.



 너무 많아서 이하 생략. 더 가슴 아픈 건 당하는 사람조차도 성폭력을 상대적인 관점에서 이해해야한다는 걸 몰라서 자신이 당한 것이 성폭력인지도 모른다는 거다. 애들은 나에게 상담할 때 이렇게 얘기한다. '언니, 이러면 기분 나쁜 게 정상이에요?' 다른 건 다 상관없이 '너'가 그렇게 느꼈다면 그건 성폭력이 맞다고 얘기를 하는 동안에도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그냥 혼자서 속앓이만 하고 넘어가고 있을런지... 답답하기만 하다.




이제 우리나라는 어엿한 성희롱 합법국가




 사건은 많다, 다만 신고 되지 않았을 뿐. 대한민국은 정녕 여성들이 맘 편하게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던가. 신고안하면 없는 것처럼 넘어가고, 신고하면 '법적 테두리' 안에서 처벌을 안 받으니. 우리나라야 말로 진정한 성희롱 합법국가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어릴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몰라서 그 많은 아이들이 찍소리도 못하고 넘어갔었다. 상대는 어른이고 우리는 아이니깐. 그런데, 나이를 먹어도 사회는 여성을 건드린 사람에게 벌을 주지 않더라.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뭐'라고 가해자 어깨 툭툭 털어주는 관대한 사회. 지금 대한민국의 판사는 성희롱 합법화에 나서고 있다. 맘 편히 살기 위해서 우리 여성들은 여성 단체 이민이라도 가야겠다.



정윤정 기자(babymv@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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