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쫓겨난 '강두네 가족' 은 어디로 가는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강매점이 철거된다고 한다. 강두네는 이제 어디로 가나?


그저 가족을 사랑하고 울고 웃으며 평범하게 살아가는 서민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괴물'.
아직도 한강 어딘가에서 매점을 운영하며 살고 있을 것 같은 강두네 가족, 하지만 그들이 '쫓겨나게 생겼다'는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강에서 쉬어가며 요기를 채워주던 매점들, 이것들이 올해 말이면 몽땅 철거될 위기에 처했단다. 바로 서울시의 '한강르네상스' 때문이다.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 말에 의하면,


“한강 르네상스의 목표가 휴식 공간 창출입니다. 쉽게 말하면 서울시민과 대한민국 국민, 외국 관광객에게 한강에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입니다. 즐거움을 제공하기 위해 한강변을 적절하게 활용하겠다는 것이죠. 그래서 서울 하면 한강, 한강 하면 서울을 떠올리도록 대표적인 랜드마크를 만드는 것입니다. 제1차 한강의 기적이 경제 개발을 상징했다면 지금 계획하고 있는 한강의 기적은 문화혁명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말이다. 여기에 서울시민과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사람이 생겼다. 한강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매점을 단계적으로 철거하고 그 자리에 고품격 카페와 편의점이 결합된 복합편의시설, 소형 매점 등이 생길 예정이이라는데, 그러면서 매점을 운영하던 사람들은 순식간에 일자리를 잃게 됐다.

가을 햇살이 유난히도 고즈넉했던 오후, 한강시민공원에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 책을 읽는 사람,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로 평화로웠다. 하지만 그 곳 한켠엔 미래 걱정으로 속이 타고 있을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한강 매점 철거 대상자들. 그들을 만나 보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18년째 한강에서 매점을 운영하고 계시는 임상영씨(67세)



임상영씨는 한강에 처음 매점이 생기고 부터 일을 하신 분으로 초기 연합회 회장을 하셨다. 1999년도에 한강변에 있던 포장마차들을 다 철거하고는 일부에겐 융자를 해주고 또 일부에겐 지금의 한강매점의 운영권을 주었단다. 임씨도 그 때 세종문화회관에서 추첨을 통해 30:1의 경쟁률을 뚫고 지금의 한강매점 운영권을 갖게 됐다.

" 서울시가 그때 대책마련하면서 우리한테 매점운영할 권리줘놓고 지금 다시 뺏어간다는 건 말이 안돼."

현재 한강매점을 운영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임씨(67세) 연령대이다. 처음 운영권을 딴 사람들이 아직까지 계속 이 일을 해오고 있는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금 한강 매점의 사람들은 대부분 영화 괴물의 변희봉 세대이다.


" 여기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60대 이상이다. 다들 노후대책을 못했다. 퇴직금이 나오지도 않는데다 벌이가 빠듯한데 자식들 대학까지 다 보내고 언제 돈을 모았겠나. 우리들 여기서 쫓겨나면 어디로 가나. 한강에서 늙었다. 매점하기 전부터 한강에서 포장마차하면서 30년 넘게 지내온 사람들이라 육지로 나가면 할 수 있는 일도 없다. 돈 주고 새로운 일 하라해도 절대 못한다. 결국 또 거리행상하게 된다.우리같은 사람들 쫓겨나면 돈이나 까먹으면서 아마 공원에서 낮잠자고 있을거다.“


한강에 도착해서 한강변의 매점을 열 군데 넘게 돌아다니며 질문을 했다. '이번에 한강매점철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다들 손사래를 치며 모른다고 하거나 대답하기 싫다고들 하셨다. 무슨 문제가 있나 어리둥절하고 의아했다.

" 생전 제대로 배우지도 못했고 그래서 말하는 것도 꺼려한다. 사실 여기서 이번 사태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사람도 없다. 그냥 계약이 끝난다더라 하는 정도로만 알지. 이러다가 그냥 쫓겨나는 거다."

" 그래도 여기 사람들 중에 독재정권때 민주화운동 한 사람들 엄청많다. 젊을 때 배운 것도 없이 민주화 운동하러 막 다녔다. 그리고 민주화시대가 오니까 난 아무 것도 해놓은 게 없더라. 배운 것도 없고 돈도 없고. 일은 안시켜주지. 그래서 할 수 있었던게 길거리 행상이었고 그때부터 노점하고 해서 지금 여기 한강매점까지 한게 된 거다"


어렵게 합법적으로 입점한 한강매점일. 하지만 보기에 비해 노동은 엄청 가혹했다.
매점을 운영하는 어떤 분은 '중노동도 아닌 상노동이다'고 하셨다.

"생전 한번 제대로 놀러가본 적이 없다. 매점이 24시간하는데 마누라랑 교대로 계속 일한다."

그리고 매점운영은 2인 1조다. 그래서 결국 1년에 6개월에 일하게 된다. 일부 사람들의 한강매점하면 돈 많이 버는 거 아니냐는 의견에 대해

"집도 갖고 있고 돈벌이도 좀 되는 사람도 있다. 그건 운이 좋아서 그러는 건데 일부 몇 퍼센트만 그런거다. 한강매점운영은 2년에 한번씩 재계약되는데 그때마다 추첨을 통해서 자리를 정하게 된다. 그 때 운이 좋은 사람은 추첨할 때마다 장사잘되는 매점을 얻어서 돈을 벌고 아닌 사람은 계속 쪽박만 찬다"

"1년에 우기가 40일이다. 알다시피 그때는 장사가 안된다. 그런데 올해는 우기가 80일이었다. 더구나 수해까지 겹쳤다. 그리고 겨울에는 장사가 안된다. 여름엔 전기세가 한달에 32만원 정도, 겨울엔 28만원 정도 나오는데 겨울엔 전기세도 안나온다."


한강매점 세금은 1년에 130만원 정도 된다. 굉장히 싼 값이다. 하지만 1년 중에 반을 버리고 우기와 겨울까지 버리고 나면 결국 남는 벌이는 늘 부족하다. 한강매점운영자들이 배부른 소리한다는 건 오해가 있는 것이다.

"1기분에 소득이 1200만원 이하면 세금을 안내도 된다. 그래서 세금을 안내니까 돈이 필요할때 신용이 떨어져서인지 돈도 안빌려 주더라. 여기 빚있는 사람들도 많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렇다면 지금 서울시의 방침에 대해 한강매점상인들은 어떠한 대책을 가지고 있을까.

"서울시에 정식으로 요구하진 않았지만 지금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3개 안이 있다.
첫 째는 새로 들어설 매점에 입주하는 건데, 회사를 만들어야만 투자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지금 50명 정도가 세븐일레븐과 합작으로 같이 움직이려고 준비하고 있다. 두 번째는 지금 마흔 몇 개가 철거되지 않고 남았는데 이것만이라도 남겨두고 공동운영하게 해달라는 것. 이러한 요구들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최후의 방법이 투쟁하는 거다. 매점 철거하는거 번복하기도 이제 어려운 걸 안다. 최소한 남은 매점이라도 지켜줬으면 좋겠다"



또 다른 한 분도 만났다. 이 분도 18년 째 한강매점을 운영하고 계시는 강성휴씨(58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강에서 18년째 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강상휴씨(58세)



올해 여름에 수해가 났을 때 이런 일이 있었다. 수해가 나자 매점이 물에 떠서 도로변까지 올라갔었다. 그때 갑자기 현재 종로구 권종수 부구청장이 2006년부터 판매금지된 주류를 팔던 매점을 단속하고 전기까지 끊으며 운영을 못하게 했던 것이다. 몇 달간 다툼 끝에 나온 화해각서엔, 단속에 적발된 매점의 계약해지 조치를 무효시키는 대신 2007년 12월 말까지만 영업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그때 매점상인들이 동의하는 도장을 찍었다던데, 그럼 철거가 미리 합의된 게 아니냐는 말에 대해 강성휴씨는 말한다.


"동의한다기 보다 당장 매점을 못하게 됐으니까 우선이라도 급하게 도장을 찍은거다. 나도 법에 대해서 잘 모르니까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했었다."
한강매점을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맥주 판매는 수익의 70%이상이 넘는 물품이었다. 2006년 초부터 금지되고 수시로 단속하면서도 암묵적으로 허용하던 일이 갑작스레 계약해지로 강력처벌한 것이다.

"매점 운영하면서 사람답게 살지도 못했다. 애들 교육을 위해 돈을 벌어야 되니까 부부가 돌아가면서 매점을 운영하다보니까 피곤해서 자식들과 놀러다니지도 못하고.. 힘들게 장사하느라 부모랍시고 해준게 별로 없다."

" 여기 아픈 사람들이 너무 많다. 힘들게 일하다 병을 얻어 죽은 사람도 있고.."

"정부에게나 서울시에게나 우리에게 매점 운영권을 준 건 고마운데, 시간적 여유를 좀 주었으면 좋겠다. 당장 여기 나가면 뭘 해야 하나. 그리고 서울시는 정식으로 여기 사람들 힘들게 사는거 실태조사 좀 해봤으면 좋겠다. 그러면 다 알게 될텐데. 그냥 앉아서 법만 만들어 놓지 말고..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서민들 마음 몰라주는 탁상행정에 힘 없는 자들이 떨고 있다





임상영씨의 마지막 말이 기억에 남는다.

“한강은 서민이 나오는 곳이다. 속 답답한 사람이. 다 그런건 아니겠지만 보편적으로는 보통 서민들이 많이 온다. 여기 십 몇년째 있어보니 그런게 보인다.
외국손님 오니까 르네랑스다 뭐다 하면서 뜯어고치는거 이해는 된다. 그래도 그 사람들이 여기 계속 사나. 그냥 한번 쭉 훑어보고 배 한번타고 다시 가는 거지. 구석구석에 고급레스토랑도 많다. 그런 곳이 필요한 사람이면 그런 곳에 가면되지. 여기는 서민들을 위한 곳이다. 서민들은 그냥 이런 매점에서 커피 칠,팔백원에 사먹고 회포 풀고 그러는게 행복 아닌가..”


오세훈 서울시장의 한강르네상스. 이명박 전 시장의 청계천처럼 임기가 끝나기 전에 가시적인 성과 하나라도 남기려고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렇지 않다면 열심히 살아온 시민들을 이렇게 배격하는 일이 자꾸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오산이 기자(ymjang@naver.com)


Daum 블로거뉴스
블로거뉴스에서 이 포스트를 추천해주세요.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