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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로스쿨 천오백 정원, 또 기득권 유지에 손?

로스쿨 정원 1500명 확정

각 계의 의견이 분분했던 로스쿨 제도 도입 결정 후, 석 달여 만에 교육인적 자원부가 2009년부터 시행되는 로스쿨 입학 총 정원을 천 오백 명으로 결정했다는 계획안을 발표하였다.
 

지난 7월, 반신반의 했던 로스쿨 제도가 국회를 통과한 후, 제도에 관한 찬반 여론은 다시 로스쿨의 적절한 입학 정원수를 놓고, 천 이백 선을 주장하는 현직 법조인들과 삼천 명 이상을 주장하는 대학, 시민단체들 간의 신경전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런 가운데 교육부의 정원 결정은 여러 대학이나 시민단체들이 아닌 재조, 재야 법조계에 손을 들어준 것이 된다. 물론, 2013년까지 점층적으로 그 수를 늘려간다고는 하지만, 그래 봐야 2000명에 불과하다.

소수를 위한 법체계, 이젠 변화해야 할 때

현재 우리나라 법조인 1인당 배치된 인구수는 약 5천 8백여 명으로, OECD의 평균 인구수인 1천 5백 명보다 터무니없이 많은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변호사 한 명이 맡게 되는 민사 사건 역시 영국이 13.8건, 미국이 15.6건인 반면 우리나라는 189건에 이른다.(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자료)

이러한 현실은 그 동안 우리의 법체계가 온전히 가진 자들을 위한 곳일 수밖에 없었을 거라는 사법 구조 자체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법에 도움을 받아야 할 사람들은 턱없이 비싼 수수료와 변호사 비용 때문에 억울한 일이 있어도 법원 근처에도 못 가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법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라는 심오한 질문 앞에서 머리 굴리는 사람들이 아닌 이상 우리는 공통된 답을 하게 될 것이다.
 

법은 사람을 위해 존재하며, 사람들 중에서도 거친 주먹과 비겁한 속임수에 속아 흐느끼는 약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기득권 유지를 위해 제한된 입학 정원?

재조 재야 법조계에서 주장하는 천 2백 명 정원은, 그들의 기득권을 유지시키려는 의도를 포함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처럼 법조인의 특권이 손가락 안에 드는 엘리트만이 누릴 수 있는 것이라고 인식되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누구나 쉽게 찾아갈 수 있을 만큼 다수의 법조인들이 생겨나는 것을 그들이 반길 리 없다. 하지만 법조인은 사회 어느 분야의 사람들보다 ‘약자’를 위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의미에서 합격 정원수가 1500부터 시작한다는 것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변호사 숫자가 많아야 그만큼 경쟁이 심해지고,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국민들은 전보다 편안하게 법에 관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법조인의 부른 배를 채우기 위해 국민들이 존재하는 모양이 아니라, 국민들을 위해 법조인들이 항시 준비하고 있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 되어야 한다.

질 소송이라도 해보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얼마 전 서울 법대에 다니는 친구와 만난 자리에서, 친구 놈이 이런 말을 했다.  


“변호사 수를 늘리는 건 그만큼 질이 떨어지는 변호사들이 많이 생겨나는 거야. 양은 늘릴 수 있지만, 질이 떨어지게 되는 거지. 왜냐하면 정원이 늘어나면 시험에 통과하는 사람 중 낮은 점수를 받은 사람들도 변호사 시험에 통과를 하게 되는 거잖아. 그런 변호사들은 싸워봤자 질게 뻔하거든.”
 

초등학교 때부터 얌마, 점마 하면서 놀던 녀석이라,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지만 왠지 모르게 답답한 이 마음은 뭘까.


어쨌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필자는 말하였다.

 

“돈 없는 사람들은 그렇게 질 소송이라도 해봤으면 할 거야” 라고……
 

그렇게 질이 좋은 변호사들은 결국 또 그렇게 질이 좀 있어 보이는 자들을 위한 변호밖에 할 수 없을 거다. 그러니까 그들은 이길 수밖에 없을 거고. 그러면 또 어느 한 구석에서 법원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사람들은 숨죽여 울 수 밖에 없지 않을까.

                                                                                                       무나놔 기자 (cochon8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