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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복지정책은 흑자가 나야한다? - 노무현 대통령의 '시장친화적 복지정책' 발언에 대한 단상



노무현 대통령은 18일 오전 '벤처코리아 2007' 행사에 참석해서 강연의 끝에,


대통합민주신당 유시민 의원에 대해 “복지부 장관으로 일찍 기용하지 못했던 것이 아쉬운 사람”이라며 “일찍 기용했다면 복지정책이 한참 나가있을 것이고, 그것도 시장친화적인 복지정책이 여러 가지 새롭게 가고 있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그럼 대통령님, 시장친화적인 복지정책이 좋은 거야?



여기서 노무현 대통령이 말한 시장친화적이라는
말은 곧 사회투자국가라는 의미로, 유시민 전 장관은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우선, ‘노동유인정책’을 하겠다는 것인데 기초생활급여제도의 혜택을 보는 것을 축소해서 노동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것. 둘째, 복지시설을 민영화해서 폭넓은 서비스를 넓히겠다는 것이다.

물론 유시민 전 장관은 복지정책을 하면서 그 수혜자를 넓히기도 했다. 노인이나 만성질환자 등에게도 혜택을 줄 수 있도록 말이다. 하지만 확대하는 과정에서 예산이 부족해지는 문제점이 발생하니까 수급자들에게 본인부담금을 내게 한다거나 의료기관들을 ‘산업화’시켰다. 당연히 확보되어야 할 복지 예산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을 내라고 한다거나 의료를 상품화 시켜 돈을 만들어보겠다는 것이다.시장친화적인 즉 사회투자국가는 ‘투자한만큼 거둬들인다’는 생각이 깔려있다. 곧 생산력을 높이면 사회적 투자도 높아질 거라는 기대를 안고 있는 것이다.
그럼 생산력이 있어야 한다는 사고는 무엇인가. 곧 복지에 있어서 흑자를 내겠다는 생각이다. 이것에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복지를 시장에 내놓고는 팔겠다는 사고에 대해.
복지정책에 흑자를 내겠다는 생각은 "수급권자들의 도덕적 해이로 돈이 새기 때문에 ‘돈이 낭비된다’" 거나 "‘의료법’을 개정해서 의료로 돈을 벌겠다" 는 사고로 이어진다.
특히 개정된 의료법은 "병원의 부대사업을 무제한으로 허용함으로서 비영리병원 규정을 실질적으로 무력화시켜 준영리병원을 허용하는 의료상업화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니, 복지정책이 생산적이어야 하나? 그 무엇보다 우선시되어서 국민들을 위해 확보되어야 하는 영역이 아닌가? 돈이 남으면 복지에 투자하고 없으면 복지엔 국물도 없다는 말인가?

가장 인격적이어야 할 복지정책이 비인격성을 보여주고 있다.


본인의 입으로 말한 이상적인 복지정책

그럼 복지 정책은 어떠해야 하는가? 아이러니하게도 유시민 전 장관은 자신의 글빨로 이상적인 복지정책에 대해 멋들어지게 표현한 적이 있다. 지난 3월 국정브리핑에 쓴 글이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보는 대한민국은 슬픔으로 가득한 세상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장애를 안고 나온 아기들, 부모에게서 버림받은 아이들, 의지할 자식도 재산도 돈도 없는 노인들, 원인조차 모르거나 원인을 알아도 고치기 어려운 질병에 걸린 이들, 교통사고나 산업재해로 장애를 얻은 어른들, 자신에게 닥친 크고 작은 시련과 삶에 대한 회의를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버리려는 사람들, 일해도 일해도 가난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람들. 이 모두가 보건복지부의 이른바 '정책고객' 또는 '정책수요자'들이다.
대한민국 사회의 빛과 그늘 가운데 보건복지부는 주로 그늘을 살피는 일을 맡고 있기에, 과천 청사 보건복지부 장관실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눈물과 회한, 슬픔과 절망으로 넘쳐 흐른다...'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의 철학적 고민이 철철 넘치는 글이다.
그래서.... 그가 추진한 시장친화적인 복지정책이 장관의 성찰대로 나아갔는가? 대한민국 사회의 그늘을 살피고 그들을 정책고객, 정책수요자로 만들겠다는 바람은 홀연히 날아가버린 듯하다. 살펴주겠다는 당사자들이 거리로 나서서 반대를 외치고 있는데 말이다. 그가 흘렸다던 저 눈물이 진정성이 있었던 것인지 되물어 보게 된다.
 


의료급여제도개정의 ‘본인부담금제’, ‘선택병의원제’ ‘파스비급여?’대체 왜? 왜? 왜?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작년 추석, 유시민 전 장관님께선 대국민 반성문을 적었다. 이를 바탕으로 언론에서는 의료수급권자들의 도덕적 해이로 인해 국민세금이 새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건 국민 간의 위화감을 조성하는 말이다)

정말 가난한 사람들에게 복지혜택이 차별받지 않도록 할 거였다면 ‘도덕적 해이’의 근본적 원인을 파악해서 부분적인 치료를 했어야지 수급권자들을 몽땅 비도덕자들로 몰아 마녀사냥 해버리다니, ‘복지’정책 제대로 하고 싶으셨던 걸까? 단 1천원도 지갑에서 선뜻 꺼내기 어려운 수급권자들은 몇 천원이 아까워 병원 안가고 파스 없으면 하루를 버틸 수조차 없는 사람들은 파스를 붙이지 못해 관절은 더 휘어간다. 왜 수급권자들의 파스이용이 높은 지는 생각하지 않은 채 ‘파스남용 심하다 그들은 도덕적 해이자들’이라 낙인찍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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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시장친화적인 훌륭한 복지정책 실시 이후 대상자들을 상대로 평가를 해보기는 한건가? 한번 평가해보고 노대통령님도 유시민의 정책을 그렇게 칭찬하는 건가요, 네?


복지에 시장친화적이라는 수식어는 문법에 어긋난 말


복지는 복지라고 명명하기 이전에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이다. 누군가가 지켜줘야만 보호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전제돼야 하는 조건인 것이다. 그런데 ‘시장친화적’이라는 교묘한 말로 신자유주의자들 판에 복지가 놀아나게 만들다니.
가끔 대통령이 사회자유주의, 중도좌파 등등 교묘히 친근한 말을 여러 단어의 수식어로 쓰는 건 개인의 사상이니 그러려니 하는데 제발 ‘복지’에만은 그런 말을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전 보건복지부 장관님이 보셨던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 대체 어떻게 하신건지 이제는 돈 없어서 혜택 못 보는 사람들의 절규로 더 일그러지고 있다. 보장되지 않은 노후걱정에, 살아가는 것이 전쟁이다. 유시민 전 장관의 ‘얼굴만 바뀐 장관이 임명 되도록 하여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겠다’는 퇴임사가 공포로 다가온다. 그 누군가의 말처럼, 복지정책은  ‘적자’가 나야 한다.  복지를 사업화해서 흑자를 내겠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을. 복지는 시장 친화적이 될 수 없다는 인식으로 바로 심어야 할 것이다.



오산이 기자(
ymja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