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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커닝, 그 참을 수 없는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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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시절부터 대학교를 다니는 지금까지 인생은 늘 시험의 연속이었다. 시험, 시험, 시험 그리고 또 시험. 열심히 공부한 결과를 평가하는 것이 시험의 주된 목적이지만 솔직히 가끔은 공부 하지 않고도 시험을 잘 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뭐 일종의 자기 합리화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시험 범위가 너무 많다. 정말 이걸 다 어느 세월에 공부해야할지 감이 오지 않을 때도 있다. 그래서 그런가? 중학교, 고등학교 심지어 대학교에서도 커닝은 끊이지 않는다.


그런데 같은 커닝이라도 질과 급이 다르다. 기본적인 커닝 페이퍼에서 고도로 기호화된 의사소통 방법까지 종류와 방법도 다양하다.







커닝페이퍼


커닝 페이퍼는 말 그대로 페이퍼를 만드는 것인데, 보통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내용을 종이에 써서 안보이게 시험장에 갖고 들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종이뿐만 아니라 글씨를 적을 수 있고 볼 수 있는 것이라면 어떤 것이든지 커닝 페이퍼의 도구가 될 수 있다. 예전에 텔레비전에서 커닝하는 방법이 드라마에서 나왔었는데, 어떤 여고생은 허벅지에 쓰고 치마로 가리기도 했다. 시험지에 답안을 쓰고 갖고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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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바뀌면서 커닝 페이퍼에도 첨단 기술이 도입되기도 했다. 시대를 가장해서 갖고 들어간 핸드폰 메인 화면에 페이퍼를 작성해서 들고 들어가거나, 영어 사전이 허용되는 시험에서 영어사전을 페이퍼로 이용하는 것이다. 전자 사전이 가능한 경우는 금상첨화. 오픈북 시험과 다를 바가 없다.


원본 베끼기


커닝 페이퍼조차 만들기 귀찮은 사람들은 원본을 아예 들고 들어간다. 여기서 원본은 교재라든지 핸드아웃 같이 원래 내용이 담겨있는 것. 정말 강심장이다. 책을 바닥에 내려놓고 발로 넘기면서 내용을 그대로 베낀다. 무조건 많이 써야하는 시험이 이런 경우에 해당된다. 하지만 이 경우는 정말 엄청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안 걸린 사람 거의 못 봤다.

사인보내기


위의 두 가지 종류의 커닝은 개인이 준비해서 개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이라면, 이런 종류의 커닝은 구성원들 간의 연대가 중요하다. 보통 공부 잘하는 친구를 매수해서 특정한 사인을 보내달라고 부탁한다. 예를 들어 시험이 1시부터 2시까지라면, 1시 50분부터 사인을 보내기 시작하는 것이다. 50분이 되면 1번부터 순서대로 답을 알려준다. 최대 최악의 단점은 하나라도 밀리면 끝이라는 것.


뭐 이런 것들 외에도 커닝을 하는 방법은 무수히 많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어떻게 커닝을 하느냐가 아니라 커닝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물론 커닝을 하게끔 만드는 교수님이 밉기도 하지만, 그래도 공부안하고 점수 잘 받으려는 생각은 좀 아닌 것 같다. 요새 학내에서는 ‘커닝 안하기 운동’같은 것도 한다고 한다. 솔직히 나도 시험공부 안하고 시험 볼 생각을 하니 막막해서 커닝 페이퍼라도 좀 만들어볼까도 싶지만, 그러기에는 친구들이 공부를 너무 열심히 한다.


얼마 전에 결혼하신 97학번 선배는 예전에는 시험 보면 가장 늦게 나오는 사람이 밥을 사기로 했다고 한다. 그래서 교수님이 시험지를 나눠주시면 정말 엄청난 속도로 이름을 쓰고 뛰쳐나왔다고 했다. 고등학교 시절 내가 꿈꾸던 대학의 모습. 지금 대학의 모습은 취업 때문에 학점과 토익, 토플 점수에 모든 걸 쏟아 붓는다. 대학생들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조금 아쉽다는 것이지.


얼마 전 수업 시간에 교수님께서 서관 앞에 큰 은행나무가 있는데 본적이 있냐고 물어보셨다. 밤에 달이 뜨면 달빛을 받은 은행나무에 노란 불이 붙은 것처럼 활활 타오른다고 말씀해주셨다. 80여명의 우리들 가운데는 그 장면을 본 사람이 아무도 없자, 교수님께서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있다고 느끼면서 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너희들이 너무 점수에 목숨 거는 것 같아서 아쉽다. 길게 보면 짧은 인생인데 너무 쫓기면서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앞으로 내 인생에서 길어야 1년에서 1년 반이면 대학생활도 끝나게 된다. 학점 좀 잘나오겠다고 이렇게 저렇게 커닝해 봤자, 한 순간일 뿐이다. 그냥 조금 마음을 편하게 갖는 것을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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