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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점상들, 우리도 세금내고 장사하고 싶다


사회가 발달할수록 사람들이 주장하는 ‘권리’ 또한 많아지며 그만큼 사회가 복잡해진다.

그래서 ‘권리충돌’의 문제는 그것이 ‘권리’이냐 아니냐는 문제에서부터 어떤 것을 우위에 둘 것이냐는 논쟁까지 간다. 한 사람을 죽음에까지 몰아간 노점상 문제를 보자. 노점상들은 ‘생존권’을 주장하고 노점상 철거를 찬성하는 시민들은 ‘통행권’을 주장한다. 그리고 서울시청은 이들에 힘을 실어주면서 ‘공익’과 합법적인 경제생활을 할 권리를 모든 시민에게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노점상의 입장에서 쓴 기사를 동정이다 감정에 호소했다는 말로 비난하는 시민들. 물론 그들이 말하는 통행에 불편하지 않을 권리, 그리고 깨끗한 환경을 가질 권리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국민대학교 행정전공 강구철 교수는 “일단 법적으로 허가받거나 신고하지 않은 불법영업은 인정할 수 없다. 하지만 노점상 같은 경우는 한 장소에서 오랫동안 머물면서 권리와 비슷한 기득권 질서가 생겼다. 이것도 법적 인정이 되는 부분이 있어서 국가가 무시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반면에 한 기사에서의 인권활동가 박래군씨의 입장은 명확하다. “시민들의 불편 때문에 단속을 한다고 하지만, 생존의 권리와 시민이 겪는 불편을 동급으로 봐서는 안 된다”며 “저소득층이 먹고 사는 문제를 시민들의 통행 불편보다 낮게 보는 것은 올바른 정부의 태도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오마이뉴스 10월 22일자 ‘붕어빵 노점상은 왜 자살했을까’에서)


각각 권리의 우선순위와 보장 정도에 대한 입장은 다르지만, 명확한 입장은 있다. 바로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치 노점상과 노점상을 반대하는 시민들 간의 대립으로 흘러가서 사태의 본질이 흐려지는 건 아닌가 우려된다.

지난 3월 '서울시노점상특별관리대책'을 내놓은 서울시의 현재 태도는 이러하다.

서울시의 건설관리부의 한 직원은 본 기자와의 통화에서 “노점상들은 노점상특별관리대책을 비판하면서 자신들의 권리만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가 내놓은 이 대책은 ‘시민’들을 위한 것이지 노점상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라고 못박았다.

노점상은 '시민'이 아닌가라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고질적인 노점상 문제 뒤에는 고질적으로 노점상 관리대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명확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노점상특별관리대책이 ‘노점상’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처럼, 시민 전체를 아우르지 못하는 대책이 우려된다.

노점상의 문제는 합법적인 경제활동,통행권,생존권 등이 얽혀 있어 쉽게 답을 내릴 수 없는 복잡한 문제다. 하지만 이토록 복잡한 문제를 ‘대책’을 마련한 시 측에서는 몇 번과의 협상자리에서도 ‘노점상이 자기 입장만 이야기 했다’고 말하며 더이상 노점상의 말은 듣지 않고 있는 상태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집회나 시위에 대해서도 신경 쓰지 않고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마치 노점상측이 노점상특별관리책을 노점말살정책이라고 모는 것에 대해,
서울시는 “이건 노점을 다 철거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생계형 노점 같은 경우는 보호한다”고 돼있다며 무조건 이 대책이 노점말살정책이라고 모는 것은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로 간에 대화는 되고 있는 것일까? 한 명의 노점상이 자살하면서 사태가 더욱 더 커진 이 문제가 협의점은 보이지 않은 채 답답함만 커져가고 싸움의 불씨만 커져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우선, 나는 이 문제가 단지 노점상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빈민들이 계속 생산되고 있는 사회구조라는 점은 명백히 하고 싶다. 
그래서 상대적으로는 가장 절박한 입장에서 싸우고 있는 노점상의 문제를 들어봄으로써 이 사태의 해결에 도움이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직접 전국노점상연합회의(이하 전노련) 선전국장 조승화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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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상 측에서 바라보는 서울시노점상특별관리대책의 문제점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기본적으로 3월 말경에 서울시노점특별관리대책이라고 해서 발표를 했다. 오히려 특별관리대책이라기보다 '노점시범가로 노점시범거리'라는 말로 알려졌는데, 쉽게 말해서 노점허가제를 하겠다라는 거다. 노점허가제는 몇몇 노점상들에게만 합법화시켜주고 어느 정도 수용을 해서 그 외의 노점상에 대해서는 무조건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생계형’을 보장해 주겠다는데에 대해 왜 불만을 가지시는 거죠?


생계형은 보호해주겠다는 대책이 아니다. 생계형 기준을 잡아서 어떻게 모집을 하고 어떻게 처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지 않다.

서울에 25개자치구가 있는데 한 지역씩 시범적으로 노점시범거리를 만들고 있다. 그 시범거리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이 전체 1200개의 노점밖에 못들어간다. 아주 소수의 노점상만 들어가는 것이다. 생계형인 사람이 1200명밖에 안되냐. 서울시가 노점상 통계를 전국에 만명정도 예상하고 있는데. 우리가 봤을 때는 훨씬 더 많은 거라고 본다. 곳곳에 있는 노점상까지 합치면 엄청 많은데.
우리 회원만 해도 5000명 정도는 서울에 있다. 그런데 우리 회원 아닌 분들도 훨씬 더 많다. 그렇기 때문에 서울시만 해도 만명 이상이 된다. 그런 상황 속에서 천여명의 노점상에게 이권을 챙겨주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는게 우리 입장이다.

또한 거기 들어가기 위해서 지켜야 할 것이 있다.
오후 4시부터 영업하고, 품목은 서울시에서 관리해야 한다. 또 마차를 사야하고. 300여만원. 그 돈은 서울시에서 십원도 안준다. 대출정도는 해주고. 그 돈을 노점상이 마련해서 거기 들어갈 수 밖에 없다. 생계형으로 노점하는데 300만원이 쉽게 나오겠나.


송파지역 쪽에 시범거리라고 해서 구에서 홍보하고 있다. 야구경기장인데, 어떻게 장사를 하고 있냐면. 길쭉한 탁자 두갠데 2미터 정도. 한 품목 밖에 장사할 수 없고. 야구시즌에만 장사할 수 있다.
그래서 거의 이걸로는 먹고 살수 없는 대책이다. 노점상의 ‘생존권’은 보장하지 않은 거다.


융자를 해주어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데 돕는다고 하던데요?

노점시범거리나 융자정책이 사실은 특이한 정책이 아니다. 지금까지 풍물시장을 만든다던가 강남에는 노점타워를 만들어주겠다, 이것도 엉망진창이 됐고. 동대문 운동장 풍물시장도 제대로 안됐고. 전국에 풍물시장 만들어주겠다는 정책들이 있었는데 다 고립되고. 노점상은 노점상으로서의 어떤 품목들이 정해져 있지 않나. 여기서 장사할 수밖에 없는. 그런 것들이 있기 때문에 . 그 안에 들어가서 고사되는 케이스가 되게 많았다.



융자라는 것도 예전부터 계속 있던 정책이다.
IMF 시기에 많이 노점상을 하시는 분이 많이 늘었는데. 당시에 융자라든지 직업알선할 수 있는 센터를 만들어준다는 정책이 많았다.. 그때 확인을 해서 동사무소에 마련해준다해서 연락을 하면 유명무실한 거였고 사실은 거의 없는 정책이었다.

그러니까 과거에 있었던 걸 계속 얘기하고 있는 게 커서 우리 입장에선 대책이라 할 수 없다.

전혀 새로운 것처럼 특별관리대책이라고 말하는데 새롭진 않고 사실은 이것을 노점상을 없애고 줄이는 방식으로서 지금까지 계속 있어왔던 것을 이어나가는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서울시와 몇 번 협상을 해봤다고 하던데 거기서 어떤 요구를 내놓았나요?

부시장과 면담이 있었다. 어쨌든 강행하겠다라는 입장이다. 왜냐면 이게 뭐에 걸려있냐면 경제문화프로젝트 내에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이것의 핵심은 거리를 깨끗이 하고자 하는 목표)

그러니까 사실은 노점상의 생계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보겠다는 게 아니라 어쨌든 도로를 깨끗이 하고 싶고 그러려면 한 곳에 수용하는 방식으로 해야하겠다는 거다.

노점상 문제에 대해서 현실적으로 노점관리대책에도 보면 ‘현실적으로 없애기 힘들다’고 얘기해놓고 있다.

실제로 노점상의 현실 문제를 인정한다면, 빈곤의 문제 사회 양극화의 문제와 뗄레야 뗄 수가 없는 문제가 있고 사실은 그 속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몇 명한테 허가제준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정말 노점을 없애기 어렵다는 것에 대해 문제를 인식한다면 노점상 당사자들과 협의하고 대화하고 논의를 하면서 이 문제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게 우리 입장이다.

즉 일단 노점특별관리대책이라든가 노점시범거리에 대해서 철회하라라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 거다.


시민들 통행권을 침해하고 위생적인 면이나 환경미화 면에서 노점이 비판을 받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나요?

사실 우리 같은 경우에 생계형과 기업형에 대한 기준은 없다. 이걸 정부가 정해줘야 하는데 그 기준이 없다.
우리도 생계형만 노점으로 인정한다.

말한 그런 문제에 대한 대화와 협의는 충분히 가능하다.
왜냐면 노점상 하는 분들도 다 느낀다. 이 땅은 자기 땅이 아니고, 이건 국가 땅이고 빌려쓰는 걸 다 인식한다. 그래도 나올 수밖에 없으니까 나오는 거지.이런 부분은 협의가 충분히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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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상들이 말하는 ‘생존권’에 대해

이 생존권이라는 거는 이걸 빼앗기면 생존에 대한 위협을 받는다는 거다. 이것을 마지막 선택한 지점이 있는데 노점상하고 싶어서 노점하시는 분은 없다.
어쨌든 길거리에 나와서 이렇게 하고 미안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가게 하다 나오는 사람도 있고.

어쨌든 이분들이 공식적인 노동을 했을 때야 사회에서 인정받고 이렇게 하겠지만 이렇게 비공식적인 노동을 하게됐다고, 무시당하고 힘들고 차별받는건 정말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IMF때 빈곤층으로 노점상되신 분들이 많다.
사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국가가 어떤 책임도 져주지 않는다.

노점상에 대한 해결 문제는 ‘복지’문제가 같이 해결돼야지 노점상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방식으로 해결해서는, 과연 노점상을 없앨 수 있을까 했을 때 절대 없앨 수 없다는 거다. 노점상은 정말 자연발생적으로 생긴다. 저희 단체가 있지만 회원수가 전국의 10분의 일도 안된다 (전노련 회원은 12000명) 저희 통계는 고속도로부터 시작해서 100만명은 예상한다.

이렇게 자연발생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는 현실이 있는데 이렇게 빈민이 자꾸 양산되는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사실은 어렵다고 보고 있다.


질문한 것들 외에 보태고 싶은 말.


자신이 노점상이 아니고 단속을 받지 않으면 이런 어려움을 느끼기 어렵다. 서로 간에 그런 형편이 있는 거다.
노점을 하다보면 단속당하고 과태료주고 세금보다 훨씬 많은 돈을 낸다.
노점상 하시는 분들 중에 ‘세금내고 장사해라’ 그러면 장사하게 해줄게 했을 때 세금 안내실 분은 없다. 그런데 지금은 불법이고 벌금 과태료 내야 되는 입장이다. 그리고 생계대책도 없는데 일단 일 못하게 된 입장이니까 반발할 수밖에 없다. 우리도 우리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이니까.

노점상이라는 것들이 예전에는 작은 경제를 이끌어 나갔던. 작은 수퍼가 마트에 의해 사라졌듯이. 노점상도 작은 슈퍼처럼 작은 경제를 이끌어 나갔던 주체였다고 생각한다.

시장에서 소쿠리로 파는 사람, 길거리에 붕어빵 파는 사람들..그것을 안먹고 계신 분들은 없지 않나. 그 분들에 대해서 이렇게 나온 처지에 대해 이해해줬으면 좋겠고, 아니면 이 노점상들에게 이야기,상황을 얘기해보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서 이런 대책을 마련한 서울시도 다시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서울시가 노점특별관리대책에 모범사례로 홍콩을 들었다. 그래서 우리가 토론회를 갖자고 했다. 홍콩 노점상 대표분을 우리가 초빙까지 했다. 그런데 거절했다. 우리 자체 토론이 됐고,,

그때 그들의 입장이 뭐냐면 노점자율개선위원회를 둬서 이쪽으로 들어와서 얘기하자는 건데. 이게 뭐냐면 노점시범거리를 정책적으로 어떻게 펼칠거냐를 결정하는 단위다. 그러니까 노점시범거리를 인정하면서 들어가는 협의체인거다. 어쨌든 대책을 추진할거다 이런 입장인데 거기에 대해서 우리는 들어갈 수 없다고 했다.
이런 대책을 만들기 이전에 노점상의 현실을 인식했다면, 이런 식의 대책은 나오지 않았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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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상 문제는 결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그렇기에 서울시청의 "협의가 될 수 있는 부분이 없다. 서울시는
관리대책을 그대로 밀고 나간다" 며 계속 철거를 집행하고 있다고 하는 데에, 서민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노력을 얼마나 했느냐고 되물을 수밖에 없다.

또한 한국사회에서 노점상 문제를 얼마나 잘 해결하느냐의 문제로 한국사회의 도시빈민들을 어떻게 대하겠다는 행정집행자들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고양시에만 노점단속하는데 용역을 불러 31억원을 썼다고 한다. 이 세금을 쓰기 전에 얼마나 고민했는지를 단순히 노점상들만이 아니라 시민 전체가 소리 높여 따져 물어야하지 않을까.

강구철 교수는 “비정규직 보호법안이 욕을 먹는 이유가 비정규직을 보호하겠다고 해놓고 잘못 만들어서 경영자들이 법안의 취지를 악용하게 만들었다. 그만큼 입법자나 정책을 펼치는 사람의 역할이 너무나 중요하다.” 고 말한다.
비정규직 보호법안을 통해서 약자를 세심하게 배려하지 않은 법안이 얼마나 큰 고통을 불러오는지 보지 않았는가. 노점상특별관리대책으로 가장 피해를 볼 사람은 노점상들이다. 그렇다면 행정집행자들은 일단 밖으로 나가 노점상들의 목소리를 듣고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를 찾아야 한다.그래서 부분적인 이득을 찾기보다 경제적으로 좀 덜 얻더라도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해야할 것이다. 그리고 그게 진짜 ‘공익’이다.  몇 십년간 노점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서로 고통받고 있는 건 제대로 된 고민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오산이 기자 (ymja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