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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아토피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애미 심정 좀 알아주세요.

요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아토피라는 질환에 대해 알고 있다. 보통 아이들에게서 잘 나타난다고 여겨지는 아토피 질환이 성인들에게도 점점 확산되면서, 아토피는 더 이상 어느 특정집단만의 질병이 아니라는 것이 확실시 되었다.

아토피는 아직 원인이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질병이다. 고로, 완치될 수 있는 약이나 방법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모든 질병의 원인은 선천적인 요인, 혹은 후천적인 요인으로 나뉘어 설명할 수 있지만, 아토피는 사실상, 이 광범위한 요인의 파악 조차도 이루어 지지 않은 상황이니, 답답한 현실이다.

뿐만 아니라 아토피 질환자들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아토피는 점점 사회적인 문제로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0월 25일, 민주노동당 녹색정치사업단이 주최한 아토피 부모 증언대회 및 정책 토론회가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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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피, 이제 사회가 책임져야 합니다



원인은 무엇인가?

이에 참여한 빛고을 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 아토피모임 회장인 주미연씨는 이사하기 전, 미리 새 아파트에 들어간 순간 호흡이 불편해져 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바로 그 날, 함께 갔던 아이에게서 첫 번째 아토피 증상(붉은 두드러기)이 발견되었고 그 후, 아파트에 입주하고 나서는 아이의 아토피 증상이 더욱 악화되었다고 한다.

아이의 손은 환절기마다 각질이 걷잡을 수 없이 심해져서 속살이 보일 정도로 손바닥 껍질이 모두 벗겨졌다. 한번은 유치원에서 "아이가 손이 너무 아파서 세수도 못하고 펜도 잡을 수 없으며, 글씨도, 색칠도 하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하나?" 라고 전화를 걸어 물어봤단다. 그녀는 “다른 아이들 모두 무언가를 하고 있을 때 내 아이는 그저 앉아있게만 해달라고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너무 마음 아팠다”며 눈물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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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www.atopia.co.kr

아토피 맘들은 또 한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제대로 보호해 줄 수 없는 답답한 현실에 대해 털어놓았다. 아토피를 가진 아이들은 식품 첨가물이 들어간 음식도 먹을 수 없으며, 카레, 자장면, 우유 등 아이의 몸에 맞지 않는 음식 역시 먹여선 안 된다. 어떤 아이들은 항생제가 들어간 고기, 바나나, 케익도 먹을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가 친구들 생일 파티나 소풍에 가면 꼭 간식을 싸서 보내야 하는데, 혹시 깜빡하는 경우엔 아이가 먹을 것도 없이 앉아 있어야만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털어놨다. 이어서 그녀는 “정말 중요한건 어린이집에서도 아토피 질병 아이들을 믿고 맡길 수 있을 만한 친환경적인 간식을 준비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변에 아토피 아이들 정말 많다. 특히 직장 다니는 엄마들은, 지나치리만큼 힘든 것이 사실이다. 정부에서 빨리 대책을 좀 마련해주었으면 좋겠다 라며 말을 덧붙였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 이용해 상업적으로 이용

이기하씨(인천 아토피맘 회장)는 얼마 전 남편의 권유에 따라 유명한 한의원에 찾아갔다. 한의사가 “이런 증상은 찜질방 데려가서 땀을 빼주어야 한다. 기존 찜질방은 효과가 떨어지니, 소나무로 불을 떼는 데에 가야 한다.” 고 얘기했다. 그래서 그녀는 아이가 더 잘 견딜 수 있게 그나마 온도가 좀 낮은 새벽 시간에 맞춰 밤 열두시에 3개월 된 아이를 업고 매일 찜질방에 찾아갔다. 찜질방에 가면 아이의 얼굴이 빨개지면서 땡땡하게 부풀어 올랐다. 걱정이 되어 한의원에 찾아가면 쪼금만 더 하면 땀구멍이 열릴거라고 계속 말을 하더란다. 하지만 아이가 탈수 증상이 심한데 이런건 어떡하나, 라고 물었더니 그건 보약을 먹이라고 했단다. 그렇게 별다른 효과 없이 한의원에만 들어간 한달 약값이 60만원이라고 한다.

나같으면 어땠을까? 그녀는“이제와 생각하면 내가 왜 그렇게 미련했나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품에 안기도 미안한 작은 갓난 아이를 어른도 잘 견디지 못하는  뜨거운 찜질방에 데리고 가 앉아 있어야 하는 심정. 아마 아토피 질환을 갖고 있는 아이를 가진 엄마들이라면 모두가 그럴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아토피 부모 증언대회에 참가한 한 어머님은 그녀가 아이의 아토피 증상을 보며 기록한 관찰지를 읽어주셨다.

“2004년 6월 2일 풍욕 두 번 하고 오곡 가루 한 스푼 타서 먹음, 막내 외숙모가 연고를 줬는데 바르지 않았다. 그건 겉 상처만 치료하는데 불과하기 때문이다. 오른쪽 눈두덩이에 두드러기. 얼굴에 진물이 난다. 풍욕할 땐 가려워 어쩔 줄 몰라한다. -중략- 엄마인 내가 강해져야하는데 잡생각이 많이 난다. 눈물도 나고...- 참고 이겨내야 하는데 왜 내게만 이런 형벌 같은 일이 일어났나 싶다. 아니다. 내 자식 병 고쳐줘야지. 오늘도 아토피와 전쟁을 치루고 있는 모든 엄마들과 파이팅 하고 싶다”


보건복지부,  개미 한 마리 잡기 위해 대포 쏠 수 없는 법이다?

아토피와 관련한 정책 토론회에서 정통영 (보건복지부 질병정책팀) 사무관은 "내년부터 아토피 질환자에 대한 전국단위 조사 들어가며 콜센터 운영계획도 가지고 있다. 신뢰성 있는 정보 제공의 장을 충분히 만들어 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어서 “굳이 아토피가 사회적 원인이라고 해석하는 것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 하고 싶다. 당연 정부에서 관심 가져야 하지만 질병 원인을 정확히 분석해야 하는게 맞다. 개미 한 마리 잡기 위해 대포를 쏠는 수 없는 법이다”라고 말했다.

정통영 사무관의 마지막 얘기에 기가 막혔다. 여태까지 아토피맘들의 하소연을 모두 듣고 나서 한다는 말이 고작 이런건가... 식견이 부족한 필자로서는 정통영 사무관의 말의 '깊은 ' 뜻을 당최 이해할 수가 없다. 아토피 질환자들에게 의료보험을 확대하는 것, 아토피 맘들이 요구한 깨끗한 환경의 어린이집을  만드는  것을  '대(大)'라고 생각한다면 더이상 할 말이 없다.  

보건복지부가 사람들의 질병으로 인한 고통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건 아토피 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고,  문제는 이에 대한 어떤 기초적인 국가 조사도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더이상 모든 아토피맘들이 정부와 복지부의 무관심으로 혼자 모든 것을 떠맡아야 하는 일이 없어져야 한다. 하루 빨리 보건복지부가 아토피맘과 아이들을 위해 부지런히 움직여 주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