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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적, "한국에서 음악을 한다는 것은"

10월 31일 6시 반, 고려대학교 중앙광장에서 헤매고 있다던 이적이 강의실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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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사회, 그리고 삶’이라는 제목에 대하여 다소 난감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던 그는 “저는 그냥 대한민국에서 음악을 한다는 것에 대하여” 말하고자 한다며 그의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음악시장이 불황이죠?”


‘음악과 사회, 그리고 삶’ 이라는 다소 포괄적인 주제로 강단에 선 이적은 여느 가수들에게서도 많이 들었음직한 물음을 던지며, 다소 멋쩍은 듯 이야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음악시장이 어려운 것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과거에 노래를 하고 있던 선수들, 혹은 뒤에서 연주해주던 연주자들, 그런 모든 아티스트들이 일자리가 잃고, 지금 이 바닥을 다 떠나게 됐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이렇게 어려워진 음악시장에 어린 선수들이 다시금 음악계에 발을 들이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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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가  되기 위해 오디션을 보려는 10대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진 않았을 것 같다는 내 생각을 꼬집어 주듯 그는 다시 이렇게 말을 잇는다.

“가령 내가 지금 6인조 댄스그룹을 만들기 위해 오디션을 본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아마 5천명 정도의 선수들이 모아질 거다. 누구는 노래를 잘한다, 누구는 춤을 잘 춘다, 누구는 잘 생겼다 등등의 이유들로 말이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싱어송 라이터를 자처하는 사람은 모이지 않을거다. 즉, ‘내 세계’ 를 추구하는 선수들은 아마 모이지 않을 거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런 가치의 의미를 사람들이 더이상 크게 부여하지 않으니까.
더 이상 작가주의가 별게 아닌 것이 된거다”


현재의 가요시장이 이렇게 불황이 된 가장 큰 원인의 중심에는 단연 불법 mp3파일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아마 아무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언제부턴가 나의 바탕화면 한 켠에도, p2p 파일 다운로드 사이트가 늘상 떠 있게 되었으니.

이적은 mp3라는 파일 이전에 등장한 음악의 복제에 대해 얘기하면서 그것은 그래도 ‘귀여운 복제’였다고 말한다. 가령, 악보의 복제라던가, 아니면 레코드의 복제 라던가 하는...


하지만 파일의 복제는 음악의 ‘원본’이라는 것 자체에 대한 개념이 없어진 형태라고 말한다. 파일은 음악을 복제하고, 복제 당한 것에 대한 개념이 별로 없으므로 결국, mp3를 다운 받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아무도 죄의식 같은 것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이것을 불과 물에 빗대어 설명한다.


설령 종이컵에 물이 가득 들어있는데, 이것을 누군가에게 나눠 준다고 치면 자기 컵에 담긴 물은 점점 줄어들겠죠. 하지만 불은 달라요. 다른 누군가에게 불을 나눠 준다고 해서 자기의 불이 줄어들거나 없어지는게 아니죠. 즉, 손해 자체가 없는 거에요. 처음 mp3가 나왔을 때는 우리 모두가, 이게 여태껏 해왔던 음악의 복제와 얼마나 다른 차원의 문제였는지 전혀 인식 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저작권이다 뭐다, 이런거에 아무도 관심이 없었고, 우리 음악 산업이 그 한 순간에 몰락하게 된거죠.”


그는 앞으로 엠피쓰리가 없어지거나, cd가 활성화된다거나 하는 식의 회귀는 불가능하다고 단언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결국 음악가가 다음 앨범을 진행할 수 있게만 만들어 달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만약 제도(mp3 규제) 자체가 혹, 빡빡해지더라도 ‘이놈들이 부당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생각만 해주시면 좋겠다”

 그의 이야기 중 가장 공감이 가는 말은 역시 이전과 달라진 사람들이 음악을 대하고, 음악에 부여하는 가치에 관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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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3가 보급되면서 우리는 정말 빠르고 편하게 원하는 음악을 늘 귀에 달고 다닐 수가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mp3가 보급되기 전, 우리들은 어땠었나.




나같은 경우 좋아하는 가수의 새 앨범이 나오면, 일단 바로 음반 가게에 달려가서 혹시 딸려온 포스터가 있는지 확인을 했다. 집에 돌아오면 고이 들고 온 cd에 행여 지문이라도 묻을까 싶어 땀에 젖은 손을 입으로 바람까지 불면서 닦고 또 닦았다. 자켓 한 장 한 장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가수가 직접 쓴 가사를 읽고 또 읽으면서 이게 과연 무슨 뜻일까 가만히 앉아서 생각했다.
아무리 친한 친구더라도 혹시 빌려주면 기스라도 내서 오지 않을까 조바심을 냈고, 반대로 빌리기도 조심스러웠었다. 이제와 생각하면 제법 낭만적인 시대의 끝에 내가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이 새삼 감동적이기까지 하니, 그 때의 그 추억이 얼마나 소중한건지 알만한 사람들은 아마 다 알 것이다.


일반적으로 요즘 사람들이 음악에 대한 가치가 이전보다 훨씬 가볍다고 여기게 된 이유를  이적은 이렇게 얘기했다.


“모든 것에 엑세스가 가능해지는 순간부터 우리는 그것에 대해 시들해지는 뭔가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음악이 우리에게 하잘 것 없어진 존재가 된 게 아닐까 싶다.”

음악에 대해 우리가 가지는 가치관에 대해 깨닫지 못했던, 인식하지 못했던 것을 알게 해준 이적의 얘기가 하나 더 있다. 


“이제 음악이라는게 그 때 그 순간 듣기 좋은 음악을 하게 되는 구조로 가고 있다. 설령, 싸이 배경 음악이나, 휴대폰 컬러링, 벨소리로 쓰이기 좋은, 그야말로 쉽고, 무난한 음악들로. 또, 무언가를 할 때 bg로 깔아 놓는 식의 음악으로 말이다. 결국 사람들은 음악이 필요한게 아니라 무슨 일을 할 때 같이 들을 수 있을만한 ‘정돈된 소리 정도’가 필요한 거다.. 대안이라는게 쉽지가 않은 것 같다.”


그는 좋은 음악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물론 대부분의 싱어송라이터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적은 이런 자신의 과제가 아직 납득할 만큼 이뤄지지 못했고, 그래서, 음악을 계속 하고 싶다고 말한다.

“현재의 상황이 이렇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 왜 음악을 계속 하고 있냐 물어보면 그냥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가... 전혀 없다. 이런 생각도 한다. 어쩌면 시장이 점점 좋아지지 않을수록  가수들 중엔 음악을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만이 남게 될지도 모른다고”

마지막으로 그에게 대학생들한테 해주고고 싶은 말이 없냐는 질문이 들어왔다.

“요즘 대학생들이 취직 때문에 다른 공부를 못하는 것을 보면 마음 아프다. 어떻게 보면 고3의 연속선상에서 고4, 고5를 지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약간 눈을 풀고, 에헤헤 하고 웃으면서,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들을 했으면 좋겠다.  만약 지금 하고 싶은 일을 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면 계속 유예된 욕망이 남아서 자기를 계속 왜곡 시키게 될 것이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그런 것을 찾아서, 대학 시절에만 할 수 있는 것을 겪었으면 좋겠다“



 어느 한 여학생이 '다행이다'를 청했더니, 이렇게 아름답게 불러주셨다. 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