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취직'하려면 돈부터 벌어야

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인 취업준비생 A씨(여,24세)는 며칠 전 채용공고가 난 B기업에 입사지원서를 내기로 했다.

입사지원 마감 D-10

A씨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자신이 가입한 취업관련까페에서 후기가 좋은 스튜디오를 검색했다. 사진과의 위치와 이력서 전문 스튜디오냐에 따라 촬영비용이 1~3만원으로 달랐다. 2~3개의 까페에서 후기를 꼼꼼히 읽어본 후 비교적 저렴한 곳을 골라 예약을 마쳤다.

입사지원 마감 D-8

이른 아침부터 전 날 맞춰놓은 옷을 입고 집을 나서는 A씨. 최근 이력서에 뽀샵(포토샵)처리한 사진을 첨부하지 말라는 말에 미리 메이크업을 예약해 놓은 뷰티샵에 먼저 들렀다. 메이크업 후 스튜디오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A씨는 증명사진 6장에 1만 2천원을 지불했다.

이렇게 촬영한 사진을 다시 취업관련까페에 올려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본 뒤에야 A씨는 입사지원서를 제출했다.

B기업을 제외하고도 몇 개의 기업에 입사지원서를 낸 뒤, 그녀는 면접전형 대비에 들어갔다. 우선 백화점에 들러 가장 무난한 정장을 한 벌 구입했다. 그리고 B기업 서류통과를 대비해 B기업이미지에 맞는 옷을 한 벌 더 구입하고 C기업에 맞는 옷을 더 구입할지 고민한 A씨가 이 날 지출한 비용은 면접의상 2벌에 약 90만원.

면접 D-7

B기업 서류전형에 합격한 A씨는 바로 인터넷 까페에 들어가 개인별 메이크업, 헤어스타일, 의상까지 꼼꼼히 체크해 준다는 전문 토탈 코디네이터에 대한 정보를 검색했다. 한 번 도움 받는데 5만원이라는 적은 비용은 아니었지만, 덕분에 취업에 성공했다는 댓글이 달려있어 연락을 해서 상담을 받기로 했다.

면접 D-day

지난 일주일 동안 코디네이터에게 자문을 구해 결정한 의상을 입고, 예약한 뷰티샵에서 메이크업 까지 완벽하게 마친 A씨는 면접장으로 향했다. 2~3시간 후 면접을 마친 그녀는 집으로 돌아오면서 다음에 있을 C기업 면접을 어떻게 준비할지 생각했다.

취업전문포털사이트 인크루트가 직장새내기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90년대의 경우 처음 직장을 갖기 까지 평균 5.4차례 입사지원서를 내던 것이 2000년대의 들어 13.9차례로 늘어났다.

이처럼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많은 비용이 들더라도 면접관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위해 노력하는 취업준비생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한 포털사이트의 유명 취업관련까페에 '금융권 면접에 어떤 옷이면 좋을까요?' 나 '중소기업 면접에 어떤 복장이 좋을까요?' 같이 조언을 구하는 글이 올라오면 즉시 그에 대한 답글이 달린다.

또한 이들 인터넷 까페를 중심으로 지원 분야별 메이크업, 헤어스타일, 의상까지 꼼꼼히 체크해 주는 전문 토탈 코디네이터의 도움을 받아 취업에 성공했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1회 상담에 3~5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도움을 받겠다는 취업준비생들이 늘고 있다.

이력서 사진 촬영을 위해 메이크업을 받았다는 대학교 4학년 장모씨(여,23)에게 이유를 묻자, '기업에서는 뽀샵(포토샵)처리한 사진을 기피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또한 취업준비생 황모씨(남,26)는 면접을 위해 두 벌의 옷을 구입한 이유를 "선호하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공기업은 점잖은 스타일의 옷이 좋고, 금융권이나 IT 쪽은 좀 세련되어야 한다는 뭐 그런거요. 아무래도 이곳저곳에 이력서를 넣다보니 어느 기업 면접을 보게 될지 모르니까요." 라고 했다.

실제로 취업을 위한 평균 준비비용이 1년 동안 154만원에서 171만원으로 17만원 증가했는데 이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면접과 관련된 사진촬영, 의류구입 및 메이크업 비용인 것으로 나타났다.

채용면접 시즌이 되면 메이크업 상담예약이 증가한다는 청담동 모 뷰티샵 매니저에 따르면,최근 1~2년 사이에 아나운서나 승무원 시험 응시자 외에도 일반기업 응시자들의 메이크업 예약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한다.

이런 면접을 위한 준비비용 외에도 서류전형을 통과하기 위한 취업과외활동비까지 합치면 우리나라 대학생 1명이 연 평균 337만원(한국고용정보원 자료)을 취업 준비비용으로 지출한다니, 바야흐로 돈을 벌기 위해 돈이 있어야 하는 시대가 됐다.

                                                                                   나비랑(nabi6068@naver.com)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