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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가장 어려우니까 해요' 봉천동 미스터리의 강원구 감독


만남.

정확히 1년 전이다. 친구가 시사회 당첨됐다고 조르는 바람에 덜컥 따라간 곳은 상상마당에서 주최하는 단편영화제 시사회였다. 이제 막 영화를 배우고 시작하는 단계에 있던 대학생들이 만든 단편영화를 상영해 주었다. 그 중에서 시간이 지나고 오래도록 떠오르는 영화 그리고 감독이 있었다. 사실 이유를 설명하라면 잘 모르겠다. 자의적이지도 않았는데 그 영화가 지긋하게 내 마음에 오래 품어 있었다. 누구에게나 그런 영화가 있지 않을까. 그래서 그런데 말이다. 신기하게도, 1년 후 내 추억의 감독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찾아 왔다. 무언가를 오래 품으면 꼭 좋은 기회가 찾아온다고 했던가. ‘강원구’ 감독의 ‘봉천동 미스터리’라는 영화. 지난 주말 강원구 감독님을 직접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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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으로서 크레딧에 자신의 이름이 올라갈 때 짜릿하도록 감동적일 거다. 그는 시작부터 주목받았다. 그의 첫 영화 '봉천동 미스터리'가 지난해 상상마당에 당선되고 올해 여름 미장센 단편영화제에서도 상영됐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특히나 영화감독은 그 자체 지극히 하나의 세계라고. 미래가 더 기대되는 영화감독을 만나고 그의 세계를 경험하는 건 너무나 값진 일이다.
영화는 사람을 변화시킨다. 하나의 영화가 구성하는 힘과 나를 구성하는 힘이 뒤섞이면서 관객은 아주 미세하게 혹 아주 거대하게 새로이 빚어진다. 그래서 영화를 만드는 사람을 만나는 일은 늘 즐거운 법이다. 감독의 세계를 몇 백분의 일도 경험하지 못한 단 몇 시간의 인터뷰였지만 나는 많은 힘을 얻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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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영화를 시작하게 되셨어요?

영화를 좋아하긴 했는데, 여러 가지 좋아하는 게 많았어요. 게임, 영상물, 에니메이션, 영화 등. 대학에서 멀티미디어 창작과를 전공했는데 이전에 공대에서 1년 다니다가 다시 들어온 데예요. 어릴 때 영화동호회를 하면서 영화를 많이 봤었어요. 그러다 공대 다니는 게 성에 안차서 고민을 했었죠. 좋아하는 게 너무 많아서.
처음엔 게임을 하려고 했었어요. 그래서 공대 갔었던거고. 그런데 전 게임 프로그래밍을 하고 싶었는데 공대에서 가르쳐주는 건 그런게 아니더라고요. 
전 기획을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만드는 게 하고 싶긴 한데 뭘 할까 계속 고민했었죠.

그럼 언제 마음을 굳히신 건예요?

음. 대단한 얘긴 아닌데.. CG 하시던 대학교 선배님이 업계에서 유명한 분이신데 언젠가 그 분이랑 밥을 같이 먹었어요. 그분이 얘기하시더라고요. 그냥 취직안하고 CG업체부터 차렸대요.
일단 전단지부터 만들 생각으로 부딪친거죠.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냐하면, ‘망해도 서른 아니냐고. 망했다는 걸 인식해도 서른 아니냐고.’ 전 그게 되게 와닿더라고요. 도발을 안하고 살기엔 억울했어요. 물론 내일 모레가 서른이지만요 하하. 대학교 3학년 겨울이었는데 그때 결심이 컸던 것 같아요.


영화과도 아니신데 말이죠.

전 영화과는 들어가기 싫었어요. 인맥 같은게 되게 중요하단걸 지금도 알고 있지만 그것보단 다른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인맥 없는 게 지금은 힘들죠. 그래도 생각은 변함이 없어요. 영화를 하려면 내 안에 많은 무언가가 채워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영화는 예술한다고 하는데 스스로 예술인이라고는 생각안해요?

저는 예술하는 사람, 영화하는 사람. 이렇게 타이틀 붙고 그런 이미지가 싫었어요. 그렇게 되려고 시작한 것도 아니고.


욕심이 많으신가 봐요.

처음에 대학 들어갈 땐 해보고 싶은 것도 너무 많았고. 게임도, CG 같은 것도.
대학교 때 다양한거 해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래서 졸업작품이 많아요. 게임 프로그래밍도 하고, 영화도 만들었고.
그런데 제가 이야기라는 걸 되게 좋아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밀도 있게 완성도 있게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건 영화밖에 없더라고요 드라마는 밀도 면에서는 떨어지잖아요 영화보다.
소설 같은 장르도 있긴 한데 전 또 영상에 관심이 있으니까.
또 이것저것 되게 많이 해봤는데 영화가 가장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더 욕심이 났어요.


제가 감독님 블로그 글 많이 훔쳐봤어요. 글들에 매혹됐습니다. 만드신 ‘봉천동 미스터리’ 영화 시나리오도 본인이 직접 작성한 걸로 알고 있어요.

글을 쓴 진 얼마 안됐어요. 영상원 입학 준비때문에 자기소개서 A4 10장을 써야했는데, 그러면서 이번에 저 스스로에 대해서나 생각같은 것들을 많이 정리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글이랑 시나리오는 달라요.
전 시나리오 쓰는 거 책보고 독학했는데 신기하게 잘 써지더라고요. 제 생각에 시나리오는 문학하고 약간 달라서 프로그래밍에 가까워요. 구조 같은게 되게 중요하거든요 전 그런 데에는 익숙한 편이고 그래서 유리했던 것 같아요. 시나리오는 문장이 이쁠 필요가 없잖아요 어차피 설계도니까. 그러니까 배우들이나 촬영하시는분 스텝이 보고 이해만 할 수 있으면 되니까. 그 이외에 중요한 건 구조 같은 걸 것 같거든요.

그래서 저는 뭐든지 하면 ‘틀’이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알맹이, 내용같은 건 당연히 제 안에 있는거고  누가 대체할 수 있지도 않으니까. 그래서 오히려 그걸 표현하는 틀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제 영화도 보셨겠지만, 일반적인 단편적인 영화랑 다르잖아요. 일반적인 자기 얘기를 한 게 아니라.
코미디 ,수사극 , 스릴러 이런 순서의 틀을 짜놓고 내용을 구성한거예요.


‘봉천동 미스터리’ 영화는 어떻게 만들게 되셨어요?


아이디어는.. 이 얘길 몇 번이나 하는데 되게 길어요. 흠 똑같은 영화로 1년을 우려먹는 것 같아서 말이죠. (웃음) 2002년도 군대 있을 때 순풍산부인과에서 너무 재밌는 에피소드를 봤어요. 그 시트콤에서 오중이랑 인봉이랑 친하잖아요. 이 사람들 둘이 이창훈이 의사되기 전에 서울대 근처 신림동에서 친구랑 살 때 포르노 테잎을 엄청나게 모았어요. 그러다가 심하다 이제 끊자싶어서 뒷산에 묻었어요. 그리고 그걸 찾으러 가는 이야기인데, 저는 그게 너무 재밌었어요.
(아, 저도 기억나요) 네, 이야기해주면 다들 본 것 같다고 해요.

이게 재밌는 게 우리에게 익숙한 내용인데, 구조를 문학작품 중에서 에드가 알렌 포우의 황금곤충 같은 추리물이나 에거서 크리스티 작가 장르의 구조같은 것, 보물찾기 몇 발자국 걷고, 그런 걸 쓴 거거든요. 누구나 들어보고 겪어봤음직한 이야기를 그런 틀 속에 담은 거예요.
외국 장르물인데 우리 일상얘기를 담은 거잖아요. 

또 누구나 그런 경험 다하잖아요. 시리즈물 빌리다가 중간에 몇 편이 사라지면서 흐름 뚝 끊기는, 그때 아이디어가 생긴거죠. 비디오 훔치는 사람이 있으면 찾아다니면 진짜 재밌지 않을까. 순풍산부인과 그 에피소드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또 다른 익숙한 이야기에 생활수사극이라는 장르를 입힌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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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첫 장면이 오래 기억에 남아요. 주인공이 버스 안에서 할머니가 타니까 불안해지는 얼굴 표정이 말이죠. 소심한 주인공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건가요?

시나리오 썼을 때 그 장면 다 빼라고 했었어요. 튀잖아요. 내용상 봤을 때 전혀 없었잖아요. 비디오 반납하러 가긴 한데, 내용이랑 상관은 없었어요.
그 장면을 왜 넣었자면 넣기 전까지 얘기가 너무 꽉 짜여진거예요. 그거 너무 싫었어요 너무 무난한 것 같기도 하고. 이상한 걸 넣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고. 말씀하신대로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기도 하고. 그런데 캐릭터 설명은 더 쉽게 할 수 있는 방법들이 많죠.

제가 그 부분에서 담고 싶었던 건.. 거기에서 느끼는 감정 같은 것들이 있잖아요.
버스에 앉아있는데 사람이 탈 때의 불안한 느낌. 사실은 ‘위선’ 때문에 그래요. 제가 '위선'에 관심이 많은데. 자기 도덕 같은거. 배운 의무감과 실제로 자기가 느낀 게 다르잖아요. 그런게 충돌하니까. 생각해보면 아무 것도 아닌 상황이긴 한데 전 웬만한 공포영화보다 무섭다고 생각했거든요.
자기가 직접 경험하는 거라서 그 부분이 더 재밌지 않았을까요? 아, 나도 그런 적 있어, 그런 느낌. 봉천동 미스터리 영화 전체가 사실 그런 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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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감독님의 영화를 보면서 일상적인 것에 특권을 부여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느꼈습니다. 평소에 걸어 다니면서 뭐 하나 그냥 스쳐지나가지 않으시겠어요.

제가 창작자가 돼야 하니까 소재를 끌어내야 돼요. 그런데 하려니까 이런 것밖에 없는 거죠. 제가 다른 걸 겪어본 게 아니니까. 상상은 할 수 있죠. 예를 들어 제가 안기부에 대해 잘 아는 것도 아니고. 고급 상류사회를 겪어본 것도 아닐 테고. 상상은 할 수 있겠죠.
제가 잘할 수 있다고 해야 하나 디테일하게 할 수 있는 건 일상이란 소재고 우리에게 익숙한 얘기를 바탕으로 하고 싶어요. 

또 하나 이게 큰 이유이기도 한데, 저랑 비슷한 환경에서 작업하는 사람들의 작품을 봤을 때 싫었던 게 외국작품을 보고 자란 사람들이 작품을 내놓으면 느끼는 거예요. 아 외국영화를 많이 보고 이런 걸 만들었구나 하는 거. 외국 사람들이 그런 걸 만들면 아무 문제가 없는데 그런 걸 안 겪어보고 뻔하게 쓰는 건 싫었어요. 저는 그런게 되게 싫었거든요 저도 그렇게 될까봐 그래서 자료조사 안된 건 잘 안해요.

소소한 일상에 착안을 많이 하시는데, 그래서 봉천동 미스터리도 수사극이 아니라 생활수사극이잖아요. 그런데 거대한 메시지에는 관심이 없나요

이 영화 만들 당시에는 관심이 없었어요.  대학 때 대중문화나 기술을 해서 사회 문제를 접할 기회도 잘 없었고요. 실제로 욕도 많이 먹었어요. 시나리오 딱 썼는데 전혀 메시지가 없지 않느냐, 유희만 있지 않느냐. 면서
부담은 없었는데 요새는 사회문제도 관심이 생기니까 그런 얘기도 하고 싶어요. 상황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이제는 그런 걸 쓰겠죠. 예전엔 불만이, 왜 자꾸 어려운 얘기만 왜 자꾸 고민만 말하느냐 가벼운 얘기도 많은데 그런거였어요. 지금도 그런 생각은 변함이 없는데, 사회적 불만은 좀 생겼죠.

이번에 방송국 조연출로 알바를 하면서 사회의 부당함에 대해 많이 느끼게 됐는데, 특히 방송 시스템이 일부 PD 같은 몇 사람 빼고는 대우를 못 받아요. 작가 같은 경우는 더 하죠.
제가 봤을 때 우리나라는 창작자가 대우를 별로 못받아요. 오히려 유통자나 마케팅하는 사람이 인정받죠. 비정규직 생활로 직접 문제를 겪고 경험이 생기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사회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욕심도 생겼어요.
전하는 메시지가 달라지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제가 추구하는 형식이 바뀌진 않을 거예요.


개인적이고 일상적인 얘기를 하는데 확대해석을 하면 거대한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하나. 영화에서도 곳곳에서 메시지를 느꼈고 블로그에 글쓰신 것도 보고 느꼈어요. 일상적인 얘기를 하시는데 되게 사회적이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봉천동 같은 경우도 특별히 생각은 안했는데, 의미를 보면 볼 건 많거든요. 분명히 처음에 버스 장면같은 것도 이런 얘길 하고 싶었어요. 사람이 위선이 있잖아요 모두가 인정을 하는. 그런 것들 갖고 만든 거예요. 그렇다고 그런 걸 비판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죠. 그냥 솔직하게 인정하고, 그게 진지한 걸 인정하고. 되게 순수한 면에서 쓴 거였어요.

오랫동안 세상은 여러 번 나를 배신했으며 매번 나는 그 사실을 힘들게 인정해야만 했다.
약병아리를 닭으로 키워 통닭을 해먹는 것은 기적이란 사실을, 휴거는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윤리선생도 별로 윤리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학습지 노스트라다무스가 결코 수능 문제를 예언할 수 없다는 사실을, 공부 열심히 해라의 뜻이 실은 돈 잘 벌어와라는 사실을, 로또로 진짜 돈을 버는 것은 로또 파는 사람들이란 사실을, 인간극장이 반은 연출이라는 사실을, 황우석 박사가 거짓말쟁이라는 사실을, 드라마에서처럼 가난하게 시작한 사람들이 나이 들면 다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란 사실을 그렇게 천천히 알아갔다.  

불행하게도 의심은 세상으로부터 완전하게 나를 보호해주지는 못했으며 그때마다 내 상처는 깊어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심 외에 스스로를 보호할 어떤 것도 갖지 못했던 나는 결코 그것을 버릴 수 없었다
.  _ 그의 블로그에서


저는 상처를 많이 받는 사람이예요.  
음.. 저 되게 순수해요.(웃음) 제가 반곱슬이거든요. 어릴 때 엘라스틴 쓰면 머리가 펴진다고 했는데 써보니 효과가 없는 거예요. 될 거라고 진심으로 믿었는데 말이죠. 진짜 상처받았었어요.
제가 믿고 싶어 하는 건 정말 믿어서 상처를 잘 받아요. 제가 상처를 많이 받다보니 의심도 많아지고 또 그러다보니 할 얘기도 많아지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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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는 정신없이 이어졌다. 그는 늘 상상이나 망상을 많이 하는 사람이다. 그의 머릿 속에 차곡차곡 저장해둔 신선하고 재밌는 이야기들을 듣는 시간은 정신없이 지나갔다. 시켜놓은 커피를 다 마시고 물도 몇 잔을 마시고 밖은 어느새 어둑해져 가고 있었다.



이야기를 만들 때 아이디어부터 생각해요?

네. 주제부터 생각 안해요. 제가 논객칼럼리스트도 아니고. 이야기꾼이 돼야 하는데, 이야기를 만들다 보면 안에 주제가 생겨요. 주제부터 정하는 건 안좋은 것 같아요. 영화는 이야기를 만드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다보면 일관성이 생기거든요.

박찬욱 감독님이 올드보이 찍고 학교에 강연하러 온 적이 있었어요. 그때 누가 질문했는데, 
‘올드보이’ 주제가 뭐예요? 그러자 감독님이 되게 난처해하시면서, 묻지 말라고. 주제를 굳이 말하라면 말 할 수 있대요. ‘입조심 하자.’ 다 웃었죠. ‘다 알지 않느냐. 그런데 그렇게 만들진 않았다고. 뭔가 하다보면 나오는 거지.’ 그러더라고요.


블로그 보니까 진중권 평론가 글이 많이 수집 돼 있던데 좋아하시나봐요.


원래는 잘 모르니까 일반사람들 인식대로 생각했어요. 좌파다 말 너무 세게 하는 사람.  
정도. 그런데 최근 뭐에 감동받았냐면, 300 영화 가지고 쓴 글 때문인데요. 되게 놀랬어요.
영화를 보면서 제가 목말라했던 부분은 이론적으로 정확하게 짚어냈었어요.
가장 놀란 건, 디지털에 대한 정보를 다 알고 있어요 CG에 대한 기술적 개념을 이해하고 계시더라고요. 그리고 마지막에 정치적 얘기를 살짝 덧붙였는데 전체적으로 글이 정치적으로 올발랐어요. 글이 너무 훌륭했죠 균형감 있고.
보통은 안그렇거든요. 보통 글을 쓰시는 분 평론가분들은 철학적 인문학적인 건 고려하지만, 미학적,기술적인 건 고려하지 않아요. 그래서 보다 보면 되게 불편한 글이 많아요. 특히 미학적,시각적인 영화에 한해서. 그래서 철학, 미술 공부 한 사람은 드문거예요. 진중권씨가 대단한거예요. 저도 그런 글을 쓰고 싶어요.



좋아하는 영화 감독 누구예요?

공각기동대의 오시이 마모루요.
일반적으로 거장들의 영화가 압축과 생략의 미학을 중요시 하는데 비하여 오시이 마모루의 작품은 표현과 주제적 측면에서 매우 구체적이예요. 다른 영화들이 운문이라면 오시이 마모루의 것은 이성을 자극하는 산문에 가깝습니다. 상대적으로 산문형은 감성적 매력이 덜할수 있는데 그는 취향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극단적이면서 실험적인 비쥬얼과의 조화가 그런 단점들을 보완해줘요.


감독님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함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일상 얘기 다루는 것 정도. 하지만 그것도 따지고 보면 다 남들이 한 거 거든요. 그래서 이제 계속 찾아가야 겠죠. 봉천동 미스터리가 생활수사극이라는 없던 장르는 쓴 건데 그것도 일본에 생활 수사극이란게 있대요. 극히 대단한 건 아닌 것 같고요.
제 것이 무엇인가, 나만 가지고 있는 게 뭘까 계속 고민. 아직 잘 모르겠어요 만들어 봐야 알 것 같아요.


그래도 최종적으로 지향하는 목적점 같은 건

인생은 끊임없이 질문의 과정 같아요. 나도 내가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고 잘 할 수 있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 그게 인생인 것 같아요.
말씀 드렸듯이 요새는 사회적인데 관심이 생겼어요. 제가 알고 있는 방식이 있을 거 아니예요. 익숙한 장르물. 일상을 변조하는 방법이라던가. 이런 것들을 잘 이용해서 영화 만들고 싶어요. 봉준호 감독의 괴물 같은 경우도 구조적으로 이중교법이예요. 장르로 치면 유아유괴극으로 불과한데 거기에 사회적 메시지를 끼워넣었듯이 말이죠.


앞으로 계획이 어떻게 돼요?

올해는 영화 하나도 안했어요. 환경도 안되고. 영상원 합격하면 내년부터 영화를 만들겠지만 안될 수도 있잖아요. 그땐 우선 글을 좀 써보려고요. 아이템이 아까우니까. 다행히 장르문학 하는 데가 있거든요. 시나리오 쓰기 전에 한번 배워보고 싶어요.


그럼 어떤 영화 만들고 싶으세요?


사람들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영화요. 사람들의 위선에 대해서 얘기하더라도, 그걸 보면서 끄덕이며 옆 사람을 이해하고 어깨에 손 한번 얹어줄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거울이 되고 싶기도 해요. 인간의 추악한 모습을 보게 되어 고개를 돌리며 찡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런 모습을 인정하고 그래 이게 삶이지 하고 끄덕일 수 있게 하는 영화를요.


영화는 감독님에게?

가장 어려운 거요.  



만남, 그 후

감독님이 내게 말했다. “현실이 힘들어도 90%의 막연한 희망을 품고 가야해요. 단, 그 꿈을 놓치지 않기 위해 현실과 타협할 수 있는 10% 의 영리함이 필요합니다. 지나고 나서야 아, 그때 내가 원하던 길을 갈 걸 하는 후회는 어리석다고 생각해요. ”
영화는 어려운 것이라고 담백하게 말하던 그. 자신의 욕망이 어렵다는 걸 알지만 마주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아니 오히려 바라보며 지긋이 웃어줄 수 있는 그. 그의 미래가 기대된다. 나에게 쏟아내던 그의 머릿속 재밌는 이야기들을 하루빨리 영화로 볼 수 있길. 또 바람대로 그의 영화가 우리들 마음의 열쇠가 될 수 있길 그의 희망에 힘을 보태본다.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열쇠를 만드는 일이다.
그것은 기어이 당신의 문을 열어 젖히고 말겠다는 욕망이고, 부디 당신의 문을 열고 싶다는 바램이다.그러나 우리는 서로의 문에 관해 아는 것이 없고, 열쇠가 문을 열게 될지는 언제나, 그리고 늘 불확실하다. 그리하여 남는것은 언제나 그 불확실한 기대이며,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기꺼이 나는 망각을 택하고 만다.

그럼에도 심장은 언제나 그곳을 향하고
플롯과 케릭터, 논리와 경험의 사다리를 그저 한칸 한칸 밟아나간다.
내가 오르려는 것이 사다리가 아니라 지붕임을 잊지 않기를.

"지붕에 올라가면 사다리는 치우는 법"
(Er muoz gelichesame die leiter abewerfen, soer an ir ufgestigen)

부디 당신도 당신만의 열쇠를 찾게 되길 바란다.
그리고 그 수많은 열쇠중에 내가 만든 것이 하나쯤 있게 되길 바란다.

그것이 진심으로 나의 영광이며 행복이다.

-그의 블로그에서
 


오산이 기자 (ymja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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