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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월 20만원 20대 비정규직 성우, 꿈은 잃지 않아

월 20만원 20대 비정규직 성우, 꿈은 잃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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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마법사, 성우 ⓒKBS



 이 친구에 대해 짧게 설명을 하면, 내가 학교 다닐 때 학생회 일로 알게 된 친구이다. 동기이고, 같은 활동을 하면서 친해지게 되었다. 그러다 이 친구가 '성우'를 지망한다는 걸 듣곤 관심이 더욱 생기게 되었다. 가끔씩 친구가 받는 연습대본을 장난치며 리딩하곤 했는데, 은근히 재미있었다. 특히 만화대본 읽을 때. 그거 뭐였더라? 아, '빛의 전사 프리큐어' 그 때 친구가 읽는 모습을 보면서 이 친구는 반드시 성우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더랬다.


 인터뷰는 '사람이 돌아다니는 시간'에 하는 것이 정석이긴 하지만, 나와 성우친구의 만남은 오후 11시가 되어서야 이뤄졌다. 인터뷰를 하기 위해 사전에 시간조율을 했지만, 월수금 과외를 뛰는 성우친구와 화목 과외를 뛰는 기자는 맞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 여튼, 11시에 허브차를 마시며 블로거기자 친구는 성우 친구에게 이런 저런 궁금한 것들을 물어봤다.


 "요즘 하고 있는 건 예능프로그램 코너의 내래이션. 나름 재미있어."


 요즘 어떤 일을 하고 있느냐는 말에 "그냥 게임하고, 과외하고, 성우일하고, 연애하고 있어"라고 대답하는 성우 친구. 하고 있는 성우일에 대해 구체적으로 물어봤다. 오, 생각보다 뭔가 있어보였다. 지금 모 공중파 예능프로그램(이름 대면 다 아는 프로그램)에서 코너 내래이션을 하고 있다고 한다. 나중에 사무실 돌아와서 기사 쓰다가 방송다시보기를 했었는데, '얼~~~'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코너 녹음 10분한다는 친구의 말에 그 정도 녹음하고 얼마 받는지 물어봤다. 10분 녹음하고 10만원 받는다는 친구. 요즘 생활고에 찌든 기자는 10분-10만원에 꽂혔다. 그거 좀 벌이될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현금으로 안주고 상품권으로 줘."


 일 끝나고 바로 밥도 사먹을 수 없다는 그 상품권 말인가? 그래도 그거 어떻게 바꿔 쓰면 돈 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보니 2주에 한번 일이 들어오니깐 이 친구가 한 달 동안 받을 수 있는 일당은 '상품권 20만원'이었다. 성우일이 많이 들어오지 않는 걸 따져봤을 때 친구가 '성우'로 버는 돈은 많다고 할 순 없었다.


그럼 공채로 들어간 성우랑 대우가 달라?


"성우는 협회성우/비협회 성우(언더성우)로 나뉘지. 협회성우는 대부분 공중파에서 활동하는 성우고, 비협회 성우는 케이블방송이나 광고더빙 활동하는 사람들이야. 나 같은 경우는 비협회 성우에 속하지. 대우는 나쁘지 않아. 사람들이 생각하는 '노동착취'나 '근로환경'같은 문제는 없지. 다만 좀 맘에 안 드는 게 있다면... 돈 줄때 상품권으로 주는 정도? 그리고 공채로 들어가도 2년 계약직의 형태로 들어가기 때문에 어차피 다 비정규직이야. 스타급 성우가 아니면 돈 벌기 조금은 힘들지."


 "성우일로는 생활이 안되니깐, 과외는 뛰고 있는데. 솔직히 과외하기 싫지."


 아무리 집에서 가족들과 같이 살고 있다고 하더라도 20만원으론 살기 힘들지 않는가. 그래서 친구는 생계형 과외를 뛰고 있었다. 과외로는 40만원을 번다는 친구. 과외는 별로 하고 싶지 않지만, 상황은 그렇지 못하니깐 과외를 뛴다는 친구의 말에 공감이 갔다. 나또한 지금 블로거기자활동을 하기 위해서 말 안 듣는 초등학생과 전쟁을 벌이고 있으니깐.


 성우시험을 치는데 연령제한은 없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붙을 때까지 시험을 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자기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이 너무 길면 혹여 지치진 않을까봐 조심스레 '안정적인 삶'에 대한 언급을 하였다.


 "어렸을 때부터 성우 말고는 하고 싶은 게 없었어. 어렸을 때부터 꿈인데 안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서. 앞으로 10년, 20년 뒤에 있을 일은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아. 난 지금 당장만 생각하고 싶어."

 
너의 꿈에 대해 사람들은 어떻게 말하니?


 학교 다닐 때는 선생님이나, 교수님한테 '성우'할거라고 말하지 못했다는 친구. 하지만 친구, 가족들은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냥 '쟤는 저걸 꼭 하고싶다니깐'라는 반응. 아무래도 친구가 지금의 꿈을 가꿔오는 데는 사람들의 배려, 관심이 크게 작용한 듯 보였다.


 앞으로 성우로서 하고 싶은 일은 뭐야?


극을 맡고 싶어. 캐릭터에 집중해서 연기를 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으니깐. 그리고 그게 가장 뿌듯하고 애착이 가.


 20대 중에 자신의 꿈을 지키기 위해 분주하게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리고 현실과 부딪힐 때 좌절하게 되는 사람은 그 중 얼마나 될까. 꿈을 꾸다 현실에 머물게 되고, 현실 속에서 꿈을 잃어버린 사람들을 너무나 많이 봤었다. 상품권 받고, 과외 뛰느라 힘들지만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친구를 보며 20대가 가져야할 상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렇다고 참혹한 현실에서 동떨어진 꿈만을 꾸라고 하고 싶진 않다. 다만, 이 친구를 위해, 그리고 20대를 위해, 20대가 품고 있는 꿈을 지켜줄 수 있는 세상이 빨리 왔으면 한다.






정윤정 기자(babymv@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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