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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대학 시험의 재구성

대학 시험핵심의 재구성


 고고한 모습으로 공부하는 대학생도 있지만, 처절하게 시험 공부하는 대학생들이 더 많다. 어떻게든 F학점을 면하려고 말도 안 되는 소설을 쓰고 ‘ㅠㅠ’를 뿌리며 나오는 학생, 당당하게 ‘F'주세요라고 쓰고 나오는 학생, 그리고 교수님말씀을 성경의 한 구절처럼 찬양하는 이도 존재한다. 대학시험,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그 이야기를 짧게 정리해 봤다.


#1. 메뚜기족은 죽지 않는다. 다만 시험기간에만 살아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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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피니언 포스트


 시험기간 대학을 종식하는 종족으론 올빼미족(벼락치기 하느라 밤새는 무리들)과 메뚜기족(열람실 잠시 비운 자리를 공략하는 무리들)이 있다. 이중 특히 메뚜기족의 시험 기간 동안의 이야기는 눈물 없인 들을 수 없다. 시험 최소 1주전부터 대학 내 열람실엔 비상이 걸린다. 기본 1000~3000석이 되는 열람실이 포화상태에 이르게 되고,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학생들은 ‘메뚜기족’으로 계급하향조정이 된다. 메뚜기족은 주인이 잠시 비운자리에서 공부는 하고 있으나, 언제 올지 모르는 자리주인 때문에 인간의 5감각과 등골의 싸늘함인 제 6감까지 풀가동으로 작동하고 있다. 소심한 학생들은 자리를 비킬 때 무안해서 그냥 눈물을 머금고 중도를 떠나지만, 이에 굴하지 않는 학생들은 자리주인도 헷갈릴 정도로 당당하게 공부를 한다. 내가 아는 한 후배는 무려 3년 동안 한 번도 자리를 맡지 않고, 메뚜기로서만 살았다고 한다.

 메뚜기족의 문제는 학교 공간부족문제로부터 시작한다. 어느 학교나 강의실 부족과 같은 공간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충분한 열람실 확보라는 것이 그렇게 쉬운 과제는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언제까지 메뚜기족을 방치할 텐가. 자리가 부족하면, 자리를 맡은 학생들이 비우는 시간을 표시해두고 그때만큼은 메뚜기족들에게 따뜻한 자리 양보했으면 한다.


#2. 이런 문제, 제발 내지 마세요. ㅠㅠㅠㅠ


 모 선배로부터 들은 학교 시험문제 이야기다. K대 철학과에 전공교양 과목 교수님의 수업이 ‘A를 받은 사람이 한명도 없기로’ 유명했다고 한다. 모든 학생에게 평균 이하의 점수를 줬던 그 문제는 바로 ‘철학이란 무엇인가’였다고. 그러던 어느 해, 처음으로 A+를 받은 학생이 등장했다. 그 학생은 ‘철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그저 시험지에 커다랗게 물음표(?)를 그렸다고 한다. 공부를 열심히 한 학생조차 골드메달리스트로 만드는 이런 시험문제, 열렬히 사양하고 싶은 게 학생의 마음이다. 교수님, 이번 기말고사 때는 이런 문제 사절입니다.


#3. 현대대학족보


 90년대 아름다운 과내 인적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던 대학생들은 선배들이 물려준 ‘족보’를 통하여 보다 쉽고 편리한 시험공부를 했었다. 2000년대 이후 과내 공동체가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던 족보는 대부분 사라지게 됐다. 현대대학족보, 지금은 어떤 형태로 남아있는가.

 한의대의 경우 족보팀이 구성되어 전 과목의 족보를 제작한다고 한다. 본과에 접어들면 과목 수가 워낙 많아지다 보니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워 족보팀을 운영한다고 하는데, 웃지 못 할 에피소드 또한 많다. 가끔씩 전반적으로 결석이 많고, 수업태도가 불량한 수업에서 교수가 가르쳐준 문제 외의 문제를 시험에 내는 식으로 학생들을 낚을 때도 있다고 한다.

 해*캠퍼스처럼 리포트 구매사이트만 있는 건 아니다. 시험족보를 구매할 수 있는 사이트 또한 인터넷상에 존재한다. 선배들에게, 동기들에게 물으면 되는 시험문제를 인터넷에서 돈을 주고 구매해야한다는 것이 대학에서 인간관계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서 뭔가 마음에 들지 않긴 하다.


#4. “누구냐, 넌...?”


 아름다운 그녀를 피오나 공주로 만드는 건 바로 ‘시험기간’이다. 이 현상은 특히 여대를 중심으로 빈번하게 나타난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샤방함’ 그 자체였던 그녀가 시험기간이 되면 삼선 슬리퍼에 츄리닝 바지, 머릴 감지 않아 눌러쓴 모자로 180도 변해서 나타난다. 내 주변에도 정말 아리따운 여대생이 있는데, 안경부터 슬리퍼까지 모든 아이템이 완벽해서 길에서 그녀가 인사하면 정말 ‘아무도’ 못 알아본다. 많은 건 바라지 않는다. 화장은 안해도 좋으니 제발 세수만 해줘.


#5. 커닝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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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피니언 포스트



 책상에 답안을 써넣기, 사전에 작성한 답안지를 그대로 베끼기, 사인보내기, 대놓고 책보고 베끼기 등 다양한 커닝방법이 존재한다. 대학생은 얼마나 커닝을 할까? 상대평가, 취업과 맞물린 학점때문에 커닝을 하는 대학생은 꽤 많다. 이 때문에 몇몇 대학에선 시험기간 전에 비양심적인 A보다 양심적인 B를 받자는 ‘커닝반대운동’을 하기까지 한다.

 학생들은 왜 컨닝을 할까? 시험이라는 것이 자신이 그 과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를 알고자 하는 것인데 어느 순간부터 목적이 점수획득에 맞춰진 것일까. 성적도 성적이지만, 그렇게 얻은 성적에 정정당당하게 공부한 친구들이 희생이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이번 기말고사 때 다시 한번 마음 속에 새기자. 커닝(cunning)은 말 그대로 매우 ‘교활한’ 행동임을.


정윤정기자(babymv@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