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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깡” 있게 놀았던 복학생과의 대화-복학생이 본 대학 2탄

평소에 잘 알던 후배 한 놈과 술 한 잔 했었습니다. 별명이 “깡”이라는 친구인데요~ 이 친구도 제대하고 복학한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군대 가기 전에 한 시대를 풍미(?)했던 후배이지요. ㅋㅋ~~
나이 많은 복학생 둘이 모여서 진상을 떨다가, 이 친구와의 대화를 인터뷰 형식으로 엮으면 나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술자리 마지막은 잘 기억이 나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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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후배, "깡"

레피) 별명이 왜 ‘깡’이 되었나요?

깡) 대학에 막 들어와서 신입생 환영회에서 ‘깡의 고장, 광주’에서 올라왔다고 소개했었어요. 그 뒤에는 술 마실 때 깡을 가지고 마신다고 선배들이 ‘깡’이라 부르며 좋아하더라고요. 이후부터는 계속 깡으로 불렸습니다.




레피) 군대 가기 전의 대학생활은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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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한 시대를 풍미했던 깡.



깡) 쓸데없는 오기가 난무한 삶이었죠.^^ 제가 대학에 들어왔을 때는 과에서 매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새내기 학교라는 걸 했었어요. 그리고 매주 금요일에는 신입생 환영회였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이 핑계로 술 마시고, 주말에는 주말이라고 모여서 놀았죠. 저는 매일 그 술자리에 나가는 걸 자랑하고 다녔습니다. 하하~~


레피) 그렇다면 학점은...?

깡) 당연히 안 좋았죠. 하하~~ 어느 날은 제 친구와 시험에서 누가 먼저 1등으로 나가느냐를 가지고 내기를 했었죠. ^^* 왜 그런 짓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나름 재미있었습니다. 오기였죠. 뭐~



레피) 왜 그러셨나요?

깡) 저는 고등학교 시절 기숙사 생활을 했었습니다. 정말 갑갑한 생활이었죠. 대학에 붙고 부모님께 먼저 말씀드렸어요. 중고등학교 6년 동안 내 하고 싶은 것 하나도 못했으니, 대학 1학년 한 학기는 하고 싶은 데로 살겠다고. 부모님도 그러라고 하셨어요. 그게 실수였어요. 한 학기가 3~4년으로 길어졌으니까요. 하하~~
그리고 저는 사람을 너무 좋아합니다. 대학 시절은 나의 삶에서 단 한번 뿐인 자유가 있는 시기라 생각했어요. 저는 학생운동을 열심히 하지도 않았어요. 다만 선배, 동기, 후배들이 좋아서, 사람 만나서 얘기하고 이런저런 경험들 하는 게 너무 좋았죠. 군대 가기 전까지 4~5년의 시간을 다른 사람들이 보면 허비했다고 생각할 거 같아요. 그런데 저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저한테는 정말 소중한 시간이에요.


레피) 복학 후에는 어떤가요?

깡) 복학 후에는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저도 나이가 있으니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해야죠.^^;


레피) 복학 후, 과 후배들도 만나보셨나요?

깡) 만나려고 시도를 많이 했었어요. 그런데 만날 기회가 없더라고요. 새내기 학교는 저 때만 하더라도 매일 있었는데. 지금은 일주일에 한번 하는 것 같더라고요. 제대하고 그 자리에 한번 찾아갔었습니다. 그런데 고학번이 초저녁부터 가있기 뭐해서, 일부러 저녁 10시 정도에 갔었어요. 그런데 막상 그 자리에 가니까 새내기들이 다 가고 네다섯 명만 남아있더라고요. 좀 허탈하고 아쉬웠습니다. 워낙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해서 기대를 많이 했었거든요.
사람이 만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줄어들었고, 그 자리에 참석하는 후배들도 너무 많이 줄어들었어요. 다들 숙제, 리포트, 시험에 바쁜 거 같더라고요.


레피) 복학 후 수업은 어때요?

깡) 한마디로 무지 힘듭니다! 하하~~ 전공 시험 시간이었어요. 두 시간 동안 시험을 보는데, 두 시간 동안 한명도 나가지 않고 시험을 다 보더라고요. 정말 놀랐습니다. 아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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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있는 깡~

레피) 지금의 대학 문화를 평가해본다면?

깡) 제가 잘난 사람도 아니고, 크게 뭘 한사람도 아니고... 대학 문화에 대해서 뭐라 할 자격은 없는 거 같아요. 다만 너무 아쉬운 점은 후배들이 대학을 고등학교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보고 있는 거 같아요. 대학은 대학만이 가질 수 있는 그 무엇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같이 보낸 사람도 있을 테고, 학생운동을 열심히 한 사람도 있을 테고, 동아리 활동을 열정적으로 한 사람도 있을 거구요. 다양한 사람이 모여서 지금보다는 훨씬 북적거렸던 거 같아요. 그런데 지금의 대학은 너무 조용해요. 그리고 다 비슷비슷한 생활을 하고 있는 거 같아요.
그게 당연한 거라고 한다면 뭐라 할 말이 없지만, 그래도 아쉬운 것만은 분명합니다. 저는 가끔 제 자식에서 아빠는 옛날에 이랬다면서 저의 얘기를 해주는 상상을 합니다. 그런데 지금의 후배들은 나중에 과연 자식에게 할 얘기가 있을지 모르겠어요. 얘기 할 꺼리가 없을 거 같아요.

또 얼마 전에는 정말 재미있는 걸 봤어요. 한 과학생회에서 과학생회장 선거 투표 공고가 붙었더라고요. 단선이라서 찬반투표를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마지막에 이런 문구가 있었습니다.

‘투표할 시간이 없으신 분은 과학생회장 후보에게 전화로 의사를 밝혀주세요’

너무 극단적으로 편의만을 생각하고 있는 거 같아요. 사실 과학생회에서 선거는 선거를 통해서 사람들을 만나가는 과정에 의미가 있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후보에게 찬반 의사를 통보해 달라니요... 정말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레피)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깡) 좀 자기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제가 뭐 뛰어난 학자도 아니고, 이름난 사람도 아니지만요. 자기 하고 싶은 것을 하면 후회는 하지 않아요. 제가 1학년 때도 회사 취직하기가 그렇게 쉬운 것만은 아니었거든요. 그래도 자기만의 삶을 살아가는 친구들이 꽤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너무 힘들어진 거 같아요. 그게 아쉽죠.




더 이상은 기억이 나지 않네요. 고학번 둘이서 옛날 얘기하면서 재미있게 술 마시다가 나눈 대화를 조금 정리해봤습니다. 둘이서 너무 공감하면서 얘기를 나눴거든요.

복학생이 본 대학, 2탄 이었습니다.



written by indegoddem
haebarm@on20.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