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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서울대 총학생회, 비운동권 당선

아슬아슬한 성사

지난 21일부터 시작했던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는 4일간의 공식투표와 3일간의 연장투표를 거쳐 51.65%를 기록, 가까스로 50%를 넘겼다. 그나마 마지막 날에는 밤 10시가 넘는 시간까지 투표를 진행했으며, 학교를 벗어나 신림9동 녹두거리까지 투표소를 설치하는 등의 눈물어린(?) 노력을 진행한 결과이다. 특히 잠정 투표율이 50.7%로 집계되어, 선거인명부를 확인하고 나면 선거무산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도 있었다.
총 7일간의 투표기간, 50%를 갓 넘는 투표율. 지금 대학사회의 안타까운 모습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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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저녁 10시경, 신림9동 녹두거리에까지 설치된 투표소 ⓒ레피니언 포스트


후보들이 투표해달라고 부탁하는 모습 안타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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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선씨(약대, 07학번)

잠시 쉬는 시간을 틈타 선거개표를 열심히 하고 있던 한 선본원과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다행히 1학년 새내기였는데 투표율이 이렇게 낮은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 하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공지선(약대, 07학번)씨는 ‘1학년의 입장에서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후보들이 투표소 옆에서 투표해달라고 지나가는 학우들에게 부탁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죽을 것만 같았던 12시간의 개표

11시부터 시작한 선거인명부 확인은 3시간 정도 걸릴 것이라는 선관위의 예상을 가뿐히 깨고 새벽 5시 30분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게다가 끝없이 이어지는 발언들은 동트기 전에 개표가 끝나기를 기대했던 본 기자의 염원을 가뿐하게 날려버렸다. 개표가 끝난 시간은 오전 11시. 장장 12시간동안 개표를 진행한 것이다. 서울대 학생회관 라운지에서 버틴 12시간. 정말 죽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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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표소로 사용되고 있는 서울대 학생회관 라운지 ⓒ레피니언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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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부확인 중. 이 작업이 새벽 5시에 끝났다. ⓒ레피니언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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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표를 기다리고 있는 투표함들 ⓒ레피니언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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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를 나누는 빠른 손길들^^; ⓒ레피니언 포스트



실천가능 선본 당선

오전 11시 선거관위위원장은 실천가능 선본의 당선을 선언했다. 실천가능 선본은 총 8615명 중 2602 표를 얻어 당선되었다. 2위인 서울대 2.0 선본은 2012표를 얻었다. 이로써 어수선했던 2007년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가 끝이 났다. 실천가능 선본은 개표 시작부터 선두를 달리며 단 한번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전 투표소에서 고르게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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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된 실천가능 선본 후보들 ⓒ레피니언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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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표 종료 후 결과 ⓒ레피니언 포스트




대표 비운동권 선본. 실천가능.

이번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는 총 6개의 선본이 나왔다. 이 선본들 중 대사회적 문제에 대해 총학생회가 발언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가진 선본은 실천가능 선본이 유일했다. 소위 비운동권 선본으로 선거 초기부터 복지를 주요한 주제로 하여 남자 휴게실 도입, 발마사지 설치, 셔틀버스 연장운행, 구급약 상비 시스템 구비 등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웠다. 소위 사회적 발언은 줄이고 복지만을 위한다는 전형적인 비운동권 선본이었다. 선거기간 동안 발마사지 설치 공약은 한 일간지에 ‘대의는 없고 소리만 있는 총학선거’ 라는 제목으로 기사화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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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되었던 실천 가능선본의 ‘발마사지 설치’ 포스터 ⓒ레피니언 포스트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최근 몇 년간 서울대는 운동권과 비운동권이 번갈아가며 총학생회 선거에서 당선되었다. 전대 총학생회가 학생행진 계열의 운동권이었음을 감안할 때, 어찌 보면 선거전부터 예상되던 결과였다. 그러나 작년에 운동권이니까 올해는 비운동권이라는 공식으로 치부하기에는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다.
특히 온갖 비리의 온상인 이명박의 지지율이 여전히 40%가 넘고, 최근 수십 개의 비운동권 총학생회가 공개적으로 이명박 지지 선언을 해 논란을 빚은 현실을 감안했을 때 서울대 비운동권 총학생회장 당선이라는 기사는 분명 예년과는 다른 의미를 주고 있다.
며칠 남지 않은 대선이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의 판박이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