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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고려대, 이명박지지 총학에게 2천만원 약속논란

이명박 후보 지지선언을 한 고려대학교 서창캠퍼스 총학생회
"학교당국으로부터 내년 축제 예산 지원금 2000만원을 약속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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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7일, 42개 총학생회장단 이명박지지선언


  지난 11월 27일, 고려대학교 서창캠퍼스 김중일 총학생회장이 이명박 후보 지지성명을 내기 전, 학교로부터 내년예산 중 축제예산으로 2000만원을 지원받기로 약속받은 것이 밝혀졌다. 총학생회 임기 말, 새로운 총학생회가 당선되게 되고 아직 내년예산도 책정되지 않은 상황에 현 총학생회가 내년 예산을 약속받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다.

  신현봉 고려대 서창캠퍼스 부총학생회장은 "지난 11월, 학교로부터 내년 봄 대학축제예산 명목으로 2000만원을 지원받기로 약속받았다"고 말했다.
 
  축제 예산으로 총학생회는 매년 400만원 안팎의 예산을 배정받아왔다. 2007년 역시,  총학생회는 교비지원 명목으로 축제 예산 400만원을 받았다. 400만원은 가수 한 명을 부르면 동이 나는 액수인 만큼, 총학생회가 축제다운 축제를 하기란 여간 버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학생지원 예산 명목은 대학평가 항목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학교 측에서도 작년 대비 500%인상이라는 큰 액수를 책정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어떻게 총학생회는 임기 말에 학교로부터 2000만원의 축제예산을 얻어낼 수 있었을까?


  신현봉 부총학생회장은 “올해 총학생회가 부총장배 체육대회를 열기위해 학교당국에 요청했지만 학교가 지원해주겠다는 금액은 고작 150만원뿐이었다” 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신현봉씨는 “부족한 학생회비만으로는 학생들을 위한 총학생회 사업을 펼치기란 정말 어렵다” 며 “더 많은 예산을 받기 위해서는 학교와 교우회와의 관계를 지속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그는 “고려대학교 교우회가 이명박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상황에 교우회의 입김이 총학생회에 미치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총학생회가 학생들의 의사를 묻지 않고 지지선언을 한 것은 잘못됐기 때문에 이명박 후보 지지 철회했다” 며 “이명박 후보가 대선에서 당선되지 못한다면 좀 어려운 상황이 될 수도 있겠다. 부족하지만, 총학생회가 학생을 위해 하는 것이라면 어떤 욕도 감내할 것이며 내년 3월에 총학생회가 새롭게 당선될 때까지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내년 총학생회 행사비 2000만원 지원에 대해, 고려대학교 교우회 사무처 관계자는 "금시초문이며 그런 말은 처음 듣는다"고 일축했으며 고려대 서청캠퍼스 학생복지팀장 변동진씨는 "내년 총학생회 축제 예산은 배정된 바 없으며, 내년 축제 활성화를 잘 해보자고 말했을 뿐 구체적 액수는 말한 적없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총학생회, 고려대 학생복지팀, 고대 교우회 중 누구의 말이 사실이란 말인가. 한 쪽은 "2000만원을 지원받기로 약속받았다"고 하고 한 쪽은 "그런 적 없다"고 말하는 상황, 이것이 무슨 BBK 논쟁인지. 문서로 남아있지 않아서 정확한 사실여부는 판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단순히 지원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 액수로 2000만원을 언급한 상황에서, 고대총학이 근거없이 말하지는 않았을 것은 분명하다.

  고려대학교 교우회가 물심양면으로 이명박 후보를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아는 일이다. 정동영후보도 그 힘이 크다고 판단했던지, 선관위에 고소까지 했으니 고대 교우회의 파워가 대단할 만도 하다. 하지만 고대교우회가 이명박 후보를 지지한다고 해서 학생자치활동까지 개입해 이명박 후보 유세를 펼치게 하는 것은 옳지 못한 일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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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후보의 사진4장과 함께 실린 교우회보기사와 고려대학교 이명박라운지의 모습

 
시작의 발단

  첫 시작의 발단은 전, 현직 총학생회장단 중국 해외여행부터 시작되었다. 2007년 1월 26일부터 29일까지 중국 상해로 연수를 다녀왔는데, 이 여행에 ‘청년연대’ 소속 고려대학교 서창캠퍼스 김중일 총학생회장을 비롯해 이명박 후보를 지지한 총학생회장을 포함, 80여명이 함께했었다. 여행 참가비가 단돈 5만으로, ‘청년연대’에서 전부 충당해 '이명박 캠프에서 자금을 지원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었다.

  그 후, 고려대학교 서창캠퍼스 총학생회는 7월, ‘제1회 고려대학교 해외 문화 교류 및 탐방’ 행사를 준비하면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고대교우회와의 접촉을 끊임없이 진행했다. 행사 보름 전, 7월 15일, 고려대 총학생회장은 타 대학 총학생회장들과 함께 이명박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를 표명했으며, 이명박씨가 해외 탐방 행사의 초청 명사가 되었다.

  신현봉 부총학생회장은 인터뷰를 통해 “12만원에서 15만원 정도의 개인 부담으로는 50명이 나 되는 학생들이 해외탐방 행사를 진행하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며 “나머지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교우회나 학교 측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으며 행사의 뜻을 더하기 위해 버스체제개편, 청계천 살리기 등 큰 업적을 쌓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명사로 초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당시에, “교우회의 입김은 없었다”고 말했다.

총학선거파행, 그리고 이명박지지철회

  그러나 더욱 크게 문제가 된 것은, 지난 11월 27일, 42개 전,현직 총학생회장이 이명박 후보를 전격지지를 표명한 것이다. 그 뒤 자유게시판을 비롯해 학내 큰 논란이 일면서 총학생회의 입지가 좁혀지자 마침내 총학생회는 이명박 후보 지지철회를 하게 되었다.

  총학생회가 이명박 후보 지지철회를 했지만, 2008년 총학생회 선거는 이미 진행되고 있었고 총학생회 계열 “고대방위대” 선거운동본부(이하 선본)와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는 “진짜학생회” 선본이 출마했다. 하지만 총학선거관리위원회는 “외부단체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애겠다” 며 ‘진짜학생회’ 부후보가 고대서창 민주노동당 학생위원장직을 그만두지 않으면 입후보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진짜학생회’측은 “학생회 산하 기구가 아니므로 그럴 수 없다” 며 거센 반발을 하면서 선거는 파행으로 치달았다.

  총학생회의 이명박 후보지지 논란이 거세게 일자, 총학계열 후보가 불리해지는 것을 감안해 선거를 무산시키려는 것이 아니냐는 여론에 선거관리위원장인 조은애(총여학생회장)씨는 “그런 것 같다”고 답했다. 학내 자유게시판 역시, 숨은 의도와 사실공방에 대한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 와중, 새롭게 드러난 2000만원의 의혹 때문에, 고대교우회와 총학생회는 또 다시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