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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우리가 잊지 말아야할 2007년의 묻힌 사회 사건들 -① 공간이 부서지고 파괴되면서 추방당하는 것들

우리가 모든 사회문제를 접하기에 세상은 너무 많은 사건, 사고들로 넘친다. 또 우리는 언론의 프레임을 통해서만 사회 문제를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게 전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보아야만 할 것과 보지 않아도 될 것에 대한 경계는 이미 흐려졌다. 하지만 우리에게 강렬하게 다가오지 못하고 스러져간 사건들이 있다. 그것들은 소리 없이 뒤따라오며 언젠가 우리를 앞질러 한국 사회에 끔찍한 모습으로 나타날 거라고 예상할 수밖에 없는 사건들이다. 그것이 어떻게 삶을 위협할지, 서글픈 무력감조차 느끼지 못한다는 것은 너무 슬픈 일이다. 그래서 올 한해 있었던 쉽게 묻혀 버린 사건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 싶다. 왜냐면 저항하기에 아직도 늦진 않았으니까. 

기사는 총 세 번에 걸쳐 ① 공간이 부서지고 파괴되면서 추방당하는 것들 ② 우리가 기억해야 할 죽음 ③ 서서히 삶을 억압해가는 정책들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첫 번째는 부서지는 공간과 삶에 대한 사건이다. 근대 이후로 창조적 파괴라는 말이 쉽사리 쓰인다. 부수고 새로 만들면서 더 좋은 생활을 영위해줄 것 같지만  이 말이  '개발과 이익'이랑 맞물리면 마치 파괴터보엔진을 단 것처럼 공간을 파괴하고 공간을 채운 무언가의 삶을 부수고 추방하는 논리가 된다. 특히 한국에서는 ‘돈이 되는 개발을 위해’ ‘안보를 위해’ 라는 논리로 많은 파괴가 곳곳에서 진행됐다. 특히 올 한해는 은밀히 진행되고 있던 파괴들이 본격적으로 노골적으로 진행됐다고 하는게 맞겠다. 동대문 운동장 철거가 그렇고, 새만금을 잘 파괴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특별법안이 그렇고, 평택미군기지 기공식이 그렇다. 


 1. 동대문 운동장이 무너진다는데, 그건 단순히 건물의 무너짐만이 아니다.

일단 부수고 본다. 서울이라는 도시는 마치 결벽증에 걸린 것처럼 티끌하나 없이 노숙자나 노점상을 밀어내기 시작하더니 동대문운동장도 밀어내고 ‘디자인 월드 플라자’를 짓겠단다. 부서지는 것들에 무관심한 우리들, 도시를 둘러보라. 무표정한 사각 건물들 뿐. 이미 동대문 운동장은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부서지고 있는 중이다.
또 그곳에선 청계천에서 쫓겨나 새 터전을 만든 노점상들이 다시 추방당하고 있다. 상인들은 "풍물시장 조성 전부터 수십 년간 동대문운동장의 역사와 함께 장사를 해온 우리에게 서울시는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지금 동대문운동장에선 한국 역사의 기억과 생존권이 달린 사람들이 포크레인으로 파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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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되고 있는 동대문 운동장 ⓒ한겨레


동대문운동장은 100년이 넘는 한국야구역사의 성지이자 산 증인이다. 또 해방 이후 찬탁과 반탁 집회, 몽양 여운형과 백범 김구의 장례식이 열렸던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천여 명이 넘는 노점상들의 생계터전이기도 한 동대문 운동장. 오세훈 시장이 천만 관광객을 위해 ‘디자인 월드 플라자’ 를 그 장소에 짓겠다고 떵떵 거리는데 관광을 위한다면 진짜 내세워야 할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감각’이 부족한 것 아닌가 싶다. 우리 모두 정말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한번 파괴되면 다시 되돌리지 못하는 '기억'과 '사람'이 있는 그 공간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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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오세훈시장이 서울시시장을 유세하던 사진이다. 서민을 '한 표'로만 보는 서울시의 대책없는 정책이 동대문운동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2.  새만금 파괴에 터보엔진을 달았다, 새만금특별법안통과

태안기름유출사건에는 마음아파하며 몰려가면서 새만금사업에는 왜 반대안하십니까?
지금 새만금의 상태를 바라보면 그런 울컥함이 밀려온다. 노태우 정권 때부터 반죽된 개발에 대한 환상이, 부풀리고 부풀어져 값으로 매길 수도 없는 소중한 자연인 새만금이 시커멓게 타버렸다. 또 새만금에 터전을 두고 있던 어부들과 노랑조개, 백합이 순식간에 추방자가 됐다. 이강길 감독의 영화 ‘살기 위하여’에 나오는 한 아주머니의 말처럼, ‘우리가 세금 꼬박꼬박 내고 나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살았는데 우리를 왜 쫓아내냐고.’ 맞다. 그런 나라다. 대한민국이. 내가 살고 싶은 곳에 그대로 머물며 살고 싶은 어부와 자연은 파괴되고 있는 그 자리에서 생명을 잃어가고 있다.  

지난 11월 19일 대선을 한달 여 앞둔 그 시기에 ‘새만금특별법안’이 통과되면서 본격적으로 새만금이 개발되게 됐다. 특별법안에는 “새만금 지역을 당초 농지목적에서 외국자본 유입과 외국기업 투자유치 등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갖춘 성장거점지역으로 육성하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필요한 특례를 부여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이제 새만금간척사업을 향한 발전동력은 무자비한 터보엔진을 달게 됐다.

서울대 장회익 교수는 “새만금은 땅과 바다 강이 마주치는 생태의 핵심 고리이다.
우리에게 너무도 친숙해 보이는 새만금 갯벌을 세계의 다른 어느 곳에서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은 새만금과 같은 완벽한 생태적 여건을 지닌 지점이 지구 전체를 통해서도 그만큼 희귀하기 때문이다...우리가 만일 이러한 엄청난 규모의 정화 장치를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려고 한다면 우리가 가진 모든 능력과 재력을 다 들여도 모자랄 뿐 아니라 이를 움직이는데 소요되는 에너지만 하더라도 우리가 가진 모든 에너지로도 부족할 것이다.” 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새만금은 지난해 4월 21일 새만금 방조제 물막이 공사를 완료했고 이제 바닷물과 강물과 갯벌은 더 이상 만나지 못한다. 개발에 눈 먼자들은 그 곳이 황금의 땅으로 보이겠지만, 아니다. 사람과 자연의 공동체가 파괴돼가는 죽음의 땅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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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화도갯벌, 새만금 끝막이 후 그 좋던 갯벌이 급속하게 사막으로 변했다.ⓒ부안21



3. 포크레인으로 들어 낸 공동체의 평화, 평택 기공식

평택미군기지 조성공사를 위한 첫 삽을 기어코 떴다. 지난 12월 13일 국방장관, 주한 미국대한, 주한미군사령관, 경기지사 등이 참가한 가운데 ‘평화’의 선을 가위로 잘라내고선 기쁨의 축제를 열었다. 서울 용산기지 등에 있는 주한미군 기지는 2012년 말까지 평택으로 이전된다고 한다. 여의도의 3배가 넘는 땅이 미군기지로 거듭(?)난다. 

이곳에선 또 추방이 벌어졌다. 그저 내 농사지으며 좋은 땅에서 살다 죽겠다는 주민들을 기어코 쫓아냈다. 그들은 순식간에 한미동맹의 걸림돌이 됐다. 이 땅의 인디언이 됐다. 집 앞의 나무 하나하나마다 값을 매겨서 보상 운운하지만 대지와 나무에 값을 매기는 것이, 내 자식처럼 농사짓고 나무기른 사람에게는 자식팔아넘기는거나 마찬가지라고 그들은 말한다.

평택 지킴이었던 조약골씨는 말한다. "세상 사람들은 왜 대추리 주민들이 돈을 그렇게 많이 받고도 마을에서 나가지 않느냐고 손가락질을 했지만 세상에 누가 ‘고향’의 값어치를 매길 수 있다는 말인가. 세상에 누가 자식의 값을 돈으로 계산할 수 있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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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울들녘의 노을지는 아름다운 풍경을 이젠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우리가 속고 있는 것이 한가지가 있다. 주한미군이 ‘방어와 안보’를 보장해준다는 것이다. 물론 주한미군은 지금까지 '한국방어'라는 명분으로 우리나라에 주둔하였다. 하지만 미국의 CONPLAN 8022계획에 의하면 이 역할을 한국군에게 넘기고 주한미군은 세계 다른 나라들의 분쟁, 소요사태, 전쟁들에 신속하고, 적극적인 개입의 뜻을 밝히고 있다. 이는 동북아 지역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분쟁들에 주한미군을 투입한다는 것이다.
이건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리나라가 상시적인 주한미군 해외침략의 전초기지 또는 병참기지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우리나라는 미국을 적국으로 삼는 수많은 나라들의 테러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최악의 경우 미국이 일으키는 전쟁에 말려들어 전쟁의 참화를 겪게 될 수도 있는 위험성을 담보하고 있다.

그렇기에 평택미군기지이전확장문제, 미국이 주한미군을 공군기지와 해군항이 있는 평택으로 옮기려는 이유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신속기동군을 구축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기지확장 반대자들의 주장을 쉬이 여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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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평택 미군기지 기공식 축하메시지를 통해 `새롭게 건설될 평택 미군기지는 한미동맹 발전의 토대가 될 것`이라며 "이러한 진전을 바탕으로 한미동맹은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보다 강력하고 효율적인 동맹으로 발전해나갈 것" 했단다.
방어와 안보를 이유로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평화라 한다면, 그렇다면 대체 평화란 무엇인가.
'이 땅을 일궈온 농민들이 더이상 빼앗기지 않는 것이 평화', '군대와 전쟁이 없는 세상 신나게 노래 부르는 것이 평화' ('평화가 무엇이더냐' 노래 中) 이것이 바로 평화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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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이 기자 (ymja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