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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우리가 잊지 말아야할 2007년의 묻힌 사회 사건들 -②기억해야 할 죽음


두 번째로는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죽음에 대해 알아 보고자 한다. 한 해 동안 많은 죽음이 있었다. 그 중에서는 막을 수 있었고 막아야만 했던 죽음들이었고 그걸 귀감삼아 사회가 반성해보아야 할 문제들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반성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그냥 죽음으로만 버려둔 사건들이 있다. 그리고 우리의 노력이 없다면 쳇바퀴처럼 또 다시 죽음을 낳을 거라 예상할 수 밖에 없는 문제들이다.



1. 예상 가능했던 죽음, 수능비관 자살

이젠 너무 당연해진 죽음이다. 수능이 끝나면 사람들은 체념 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또 누구 하나 죽겠구만.’

올해도 여전히,

수능시험날 한 삼수생이 가채점을 하곤 절망해 투신했다.
창원에서 고3 쌍둥이 자매가 수능성적을 비관해 죄송하다는 문자를 남기고 투신했다. 
수능 성적 때문에 수시에 떨어진 학생이 베란다에서 투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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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그렇다. 또 죽었다. 누구나 예상한 죽음이었다.
하지만 이런 죽음을 막을 의지는 없어 보인다. 경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이제 수능자살로 인한 기사도 신문에서 1단짜리 기사로도 취급되지 않을 정도로 이런 죽음에 무감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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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고교생 5명 중 한명이 대학입시 스트레스로 자살 충동을 느낀다고 한다. 수능으로 인생의 승자와 낙오자가 판명될거라는 그들의 절박함이 아이들의 가슴에 방망이질 한다. 대학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어른들의 위로의 말은 이제 무책임해 보인다.  

홍세화씨가 지적 인종주의 라는 말을 꺼내며 "인종주의자들이 인종에 따른 차별을 당연히 여기듯이, 우리는 학교 성적이 사회적 차별을 가져오는 것을 아주 당연히 받아들인다" 고 말했다. 그렇다. 이것이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고 이것이 삶을 포기하고야 마는 청소년을 만들고 있다.




2. 이유 있는 대학생들의 죽음

취업문제가 대학생들의 극심한 스트레스라는데 기어코 사람까지 잡고 만다. 올 한해 취업으로 자살하는 대학생들이 많았다.

지난 7월에는 평소 취업 문제로 고민이 많던 한 여대생이 졸업이 다가오는데 취업준비를 안하냐는 잔소리를 들은 날 목을 매 자살했다. 9월엔 부산에서 대졸자가 2년간 공무원 시험에 낙방하자 투신 자살했다. 취업이 안돼 부모님께 죄송하다며 유서를 남기고 죽는 젊은이들의 풍경이 이 시대에 이젠 당연해지고 있다.

사채 독촉에 시달리는 대학생의 죽음도 발생한다. 대학생 빚 문제는 이제 고질적이고 당연하게 여겨진다. 이달엔 사채 빚 독촉에 시달리던 23세의 대학생이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 인터넷 대부업체에서 200만원을 빌렸다가 갚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다고 한다.
졸업을 앞둔 대학 4학년 생 중 2명이 대출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앞도적으로 80%가 학자금대출이라 한다. 대학 등록금은 해마다 오르면서 일 년에 천만원 가까이 하지만, 형편이 안간다고 대학을 가지 않을 수도 없다. 대학을 가지 않으면 기본 자격도 되지 않는다. 대학생들은 당연히 대출의 유혹에 던져지게 되고 그 빚은 부담이 되고 심지어 삶에 대한 절망감까지 가져다 줄 수 있다.

현재 중국에서도 대학생 자살률 증가 때문에 걱정이 많다는 기사가 떴는데, 자살하는 대학생의 증가 이유를 ‘10년 전에는 없던 취업스트레스와 생존 스트레스가 이중으로 대학생들을 힘겹게 한다’는 분석을 했다. '희망'마저 '고문'이 되어가고 있는 슬픈 대학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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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N 산업뉴스





3. 소리 없이 죽어 가는 노숙인들


오늘 새벽 동대문에서 비어있던 건물에 들어가서 불을 피우고 잠든 노숙인 두 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일 년에 자그마치 400여 명이 거리에서 죽어가고 있다. 특히 겨울이 되면 추위로 인해 만성질환이 더욱 심해지는데다 응급 치료도 제때 받지 못한 채 죽음에 노출되는 사람들이 노숙인이다. 올해 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 추모제에 참가한 시민단체들은 "노숙인들은 빈약한 의료지원체계와 길거리라는 한계적인 상황으로 죽음을 일상적인 사건으로 체험하고 있다" 고 말했다.

그들에게 무관심하고 애써 외면하려고 하지만 그들은 사회가 낳은 '병'이다. 서울시가 용역을 들여 노숙인들을 거리보다 못한 시설로 몰아 내려 하지만, 정말 없어져야 할 것은 노숙'상태'인 것이다. 이건 곧 우리 사회의 '빈곤'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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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이후 경제상황이 나빠지면서 실직한 사람들이 거리로 나왔다. 하지만 그때 거리로 나온 사람들이 아직까지 거리를 배회하고 있고 그때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서 살아가고 있다.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튕겨져 나올지 모른다. 한 노숙인은 "예전에 몇 십명 직원을 거느리던 사장이었다. 하지만 부도가 나고 빚더미에 앉으면서 구제받지 못하고 노숙인이 되었다." 고 한다. 이건 우리네 사회적 안전망이 얼마나 부실하며 불안함에 노출돼 있는지를 보여준다. 모두가 잠재적 노숙'상태'의 일원일지도 모른다.



오산이 기자(ymja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