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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신정아 사태의 본질. 조선일보 각본의 드라마.

19일 본 팀 블로그가 올린 ‘언론의 폭력, 이것은 공포다(신정아 사건 긴급 토론회)’ 라는 제목의 기사가 논란이 되며, 많은 댓글들이 달렸다. 이중 상당한 수의 댓글들이 이번 사태의 본질에 대해 얘기하고 있지만, 그 댓글들 역시 드러난 부분들만을 현상적으로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조선일보, 사건의 전말을 몰랐나?


이 사건의 시작은 지난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동국대 이사장이었던 장윤 스님이 동국대 이사회에서 신정아의 가짜 박사 학위와 표절 논문 의혹을 제기한 것이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다. 그러나 장윤 스님의 의혹제기는 묵살되고 7월 4일 신정아가 광주비엔날레 예술 감독으로 선임되고 난 후에야 이 사실은 조선일보를 통해 처음 국민들에게 알려진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신정아의 학위 의혹이 동국대 이사회에서 제기된 이후 5개월이 지나서야 처음으로 보도했다. 이 기간 동안 우리나라 제일의 정보망을 가졌다는 조선일보가 신정아 사건의 전말을 몰랐다는 가정은 설득력이 없다.


신정사 사태의 순서...본질은 반대로 봐야.


조선일보가 이번 사건의 전말을 몰랐을 리 없다. 노무현 정권의 권력형 비리를 찾아내는데 전문가인 이들이 변양균을 통해서 신정아를 알았든, 신정아를 통해서 변양균을 알았든 사건의 전말은 모두 알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이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이 사건의 전말을 7월에 보도하지 않았다. 우리는 신정아의 학력위조라는 내용만을 먼저 접했으며, 계속해서 이어지는 공인들의 학력위조 고백 소식을 접했다. 그런데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조금 잠잠하다가 다시 조선일보는 스님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고, 두 달이 지나서야 변양균과 신정아의 관계가 폭로되었다. 몇 달 동안 조선일보는 의도적으로 이 사건을 끌면서, 차례차례 그들의 각본 데로(마치 추리소설에서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는 듯한 느낌으로) 사건의 전말을 국민들에게 보여 주었다. 그리고 이 사건은 점점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지금에 이르러는 신정아 사건은 노무현 정권을 총체적인 난국으로 몰아간 대형 권력 비리로 국민들에게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마땅히 처벌할 법은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우리는 언론이 보도하는 순서대로 신정아 사건을 접했지만, 이는 조선일보의 치밀한 각본이었음을 알아야 한다. 그들이 정해준 스토리가 아닌, 얘기의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야 이 사건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다.


신정아에서 권력형 핵심 비리까지


현재 이번 사건에 대해서 많은 얘기들이 있지만, 핵심, 즉 조선일보가 노리는 효과는 신정아 사건을 노무현 정권의 대형 권력형 비리로 규정하고 노무현 정권의 정치적 생명을 끝내는 것이다. 정권 말기, 돌이킬 수 없는 도덕적 타격을 입은 노무현의 정치력은 이미 레임덕 수준을 훨씬 넘어섰다. 조선일보의 의도는 완벽하게 성공했다. 그런데 여기서 다시 지난 7월로 돌아가 보자. 만약 7월에 조선일보가 이 사건의 전말을 터뜨렸다면 어떠했을까? 적어도 지금과 같은 대형 권력 비리로 비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법원에서 신정아씨를 구속하지 않은데서 알 수 있듯, 객관적으로 봤을 때 신정아와 변양균의 죄는 대형 비리 사건이 아니다. 물론 두 사람은 잘못을 했다. 그러나 앞에서도 얘기했듯 이 사건의 핵심은 현 정권의 권력형 비리라는 것이다. 그런데 권력형 비리라 부르는 실체를 보면 애처롭기까지 하다. 변양균이 외도해서 신정아의 작품 몇 점 사준 것이 다이지 않는가? 이명박 후보가 저질렀다는 천문학적 액수의 비리와 비교해 불쌍할 정도로 사소한 것이다. 그런데 이 사소한 사건은 노무현의 마지막 남은 목숨 줄까지 끊어 버렸다.


조선일보 각본의 잘 짜여진 한편의 드라마


조선일보는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정권을 개혁 세력에게 속절없이 내어주어야 하는 아픔을 겪었다. 언제나 그들은 강자의 위치에 있었기에 약자의 입장에서 언론플레이 하는 방법을 몰랐었다. 김대중 건강 이상설, 권양숙 여사의 부친 빨치산 폭로, 북풍 조작 등의 방법은 거칠었고 효과가 없었다. 그리고 10년, 조선일보는 한층 업그레이드 되었다. 몇 달간의 기획을 통해 사소한 비리를 정권에게 치명적인 권력형 비리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수준에까지 오른 것이다.


조선일보의 장단에 놀아나지 말자.


우리는 이미 충분히 조선일보에게 농락당하였다. 문화일보 같은 B급 신문들은 똥오줌도 못 가리고 조선일보의 장단에 부채춤까지 추었다.
차분히 생각해보자. 그림 몇 점 사준 것이 노무현 정권을 끝장낼 만큼의 큰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