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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군 복무 중 자살은 개인의 성격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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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에 참석한 패널들 ⓒ이경민 기자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와 한국자살예방협회의 공동 주체로 ‘군 복무 중 자살에 대한 이해와 판례 분석’이라는 세미나가 9월 18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진행되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군 자살자 문제를 정신의학적 시각에서 톺아보고, 법원 판례를 통해 간과하는 부분은 없는지 살펴보는 자리였다.

핵심이 되는 논의 안건은 복무 중 자살한 군인에 대한 법적인 보상에 관한 것이었다. 국가의 의무를 이행하던 중 선임의 구타 등으로 괴롭힘을 당하는 등의 요인으로 군인이 자살 할 경우에는 국가유공자법, 국가배상법, 단순 자살 등과 같이 세 가지로 분류되어 처리한다.


◇"국가유공자법은 황금의 문?“


국민의 의무를 다하다 목숨을 잃은 것을 보상해주기 위한 국가유공자법이 통과했다. 국가유공자 신청을 해서 받아들여지면 재산과 명예가 함께 따라오는 것이다. 죽은 자가 다시 살아
돌아오지는 않지만 그래도 유가족들을 그나마 위로해줄 수 있는 법이라며 황금의 문이라는 평가를 받았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국가유공자법에 의한 보상을 받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자유의지에 의한 자해 행위는 국가유공자법에 해당하지 않는데, 자유의지를 판단하는 부분이 상당히 애매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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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에 참가한 사람들 ⓒ이경민 기자

군 복무 중이던 A와 B가 모두 자살을 했다고 가정하자. A와 B가 선임병으로부터 심한 구타를 당했다고 치더라도 둘 다 똑같이 국가유공자로 인정되지는 않는다. 선임병으로부터의 구타가 얼마나 자살에 영향을 주었는지의 상당인과관계가 성립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판례들을 살펴보면 평소에 선임에게 욕설을 듣고 구타를 당하다 자살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법원의 판결에 따라 어떤 이는 자유의지로 자살을 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A가 성격상 군대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자살했다고 결론짓는다면, A는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을 수 없는 것이다. 한창 젊은 나이에 국가에 대한 의무를 이행하다 자살한 이들을 보상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주었던 국가유공법은 이러한 사례들이 늘어나면서 황금의 문이 아니라 통곡의 벽이 되고 있다.



◇ 멋대로 국가유공자? 그렇다면 대안은?

정신적으로 나약하기 때문에 자살했다. 따라서 국가유공자가 될 수 없다? 만약 군대에 가지 않았다면 자살을 했을까? 군대 내의 요인과 자살간의 상당 인과 관계 유무에 따라 국가유공자를 인정해주는 것은 오히려 유가족들의 마음을 몇 배나 더 아프게 할 것이다. 내 자식이 못나서 군대에서 적응을 못했으니, 자살한 것이 내 아들의 자유 의지이고 그러므로 국가유공자가 될 수 없다면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자살을 자유의지로 했든 안했든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군대에 가서 목숨을 잃었다는 것이다. 현재 법률에는 확실히 문제가 있다.

법조계는 이에 대한 문제를 하루빨리 논의해서 시정해야 할 것이다. 국가에 대한 의무를 다하다가 목숨을 잃은 이들에 대한 대우가 겨우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가? 국가에서 알아서 유족들에게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 개인의 문제로 자살했으니 개인의 자유 의지라며 넘기는 것이 과연 제대로 된 국가인지 의문이다. 조속한 법률 개정이 필요하며, 이에 더불어 자살하는 원인에 대한 분석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군 복무 중 자살에 대한 예방과 대책이 시급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