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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청계천, 과연 각인되어진 얼굴인가 . (청계천 2년 평가와 전망)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청계천 복원 이후로 2년여의 시간이 지났다. 청계천 복원 이 후  청계천을 다녀간 방문객 수가 약 635만명에 이른다고 하니 청계천이 서울의 주요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했다는 다수의 평가도 과장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청계천은 하천의 오염과 악취, 복원 과정에서 드러난 저급한 문화재 취급 등의 문제로 그 화려함 속에 가려진 내부적 헛점들이 하나하나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4일 프레스센터에서는 복원 이후 2년 동안의 청계천을 평가, 전망하는 토론회가 서울 환경 연합 하천위원회의 주최로 열리게 되었다.

아름다운 도심속 하천... 각인되어진 청계천의 얼굴.


조명래 교수(단국대)는 이 토론회에서 청계천이 서울에서 대표적인 관광명소로서 (그저) ‘인지’되고 있음을 강조하며 청계천은 처음부터 순수한 ‘복원’ 그 자체가 아닌 정치적 의미도 함께 가지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현재 청계천의 대중적 인기는 그러한 정치적 목적이 흐름에 맞게 성사되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청계천은 이명박 대선후보가 전 서울 시장 재직 중에 ‘청계천 살리기 연구회’와 시민단체, ‘한겨레’ 에서 제기한 내용을 그의 시장 임기 중의 공약으로 채택하면서 진행된 사업이다. 그러나 사업이 시작되기 전 청계천 복원을 주장하였던 여러 환경, 시민단체들의 발언권은 이 사업이 시작됨과 동시에 점점 그 자리를 잃어갔다.


한겨레 신문의 김규원 기자는 ‘청계천 복원 공사의 문제는 서울시가 청계천 복원시민위원회와 시민 단체들이 제안한 여러 문제점들을 외면하고 일방적으로 추진되었다는 점’이라고 지적하였다. 실제로 현재 청계천의 실태를 조금만 알고 나면 청계천 복원 공사가 무엇을 위한 사업이었는지 의심하게 된다.


청계천 복원 사업,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이었나


서울시 산하의 연구기관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청계천 복원 효과에 관한 보고서는 환경운동가들이 주장하는 청계천 ‘실패’의 목소리들을 그 때 그 때 잠식 시켜 주는 기능을 하였다.


하지만 하천위원회의 원두희씨 얘기에 따르면 “청계천 생물군의 구성이 오염수역에서 출현하는 환형동물문과 파리목의 출연율이 청정 하천에서 발견되는 하루살이, 날도래류의 점유율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중략- 생물들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적절한 유량과, 수질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기본적으로 바닥이 거칠어야 한다. 모두가 아시다시피 청계천 바닥은 콘크리트로 덮혀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기초 식군이 생겨나기가 아주 힘들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청계천 사업을 무려 3년여만에 종결지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지만, 3년만에 서울 한복판을 9km 넘게 가로지르는 하천이 만들어졌다는 건 자연을 복원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연을 억지로 재창조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이명박 후보는 자신의 시장 임기 동안 청계천 사업을 완성하였다. 이렇게 완성된 청계천의 모습과 일정 주기마다 터지는 성공적인 ‘보고들’에 힘이 부어 이 후보는 추진력있는 서울 시장, 그 이상의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각인시켰다.


‘보여주기식 정치’의 결과, 진정성 찾기 위해 '우리' 목소리 낼 수 있어야


한겨레 김규원 기자는 “전 서울시장은 아마도 임기 안에 청계천 복원 사업을 모두 완성 시켜야 한다는 어떤 강박관념이 있었던 것 같다.” 라고 말한다.


청계천 사업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그 자신과 서울시민들에게 선물한 일종의 이벤트라고 여겨진다. 그리고 그가 이렇게 모든 사업을 한정된 시간과 돈의 제약 속에서 완성하려 한 것이 어쩌면 이 사회, 한국의 결과주의, 성과주의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직 2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청계천의 모든 것을 다 평가하려 하는 것은 시기상조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현 시점이, 보다 냉정하고, 사실적인 평가들을 반드시 필요로 하는 때인 것은 결코 부정할 수 없다. 지금의 청계천 사업이 애초의 환경, 생태 문화적 취지에서볼 때 많이 틀어져 가고있는 것은 반드시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청계천이 보다 진정성을 갖고 좋은 방향으로 회복되어 갈 수 있도록 시민들을 비롯한 환경단체들이 주축이 되어 보다 정밀한 검토와 계획이 뒷받침 되어져야 한다.


우리가 품고 가야할, 또 어린 아이들의 손과 발을 적셔줄 우리의 하천이다. 사업이 진행되기 전 각 환경단체가 청계천 복원을 지지한 이유는 바로 친환경적이고, 진정한 역사, 문화를 되돌리고 싶은 기대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청계천 복원 사업은 지금부터 다시 시작일지도 모른다. 보다 가치있는 진정성을 되찾기 위해 우리 모두가 각자의 목소리를 높여야 할 때이다.


                                                                 무나놔 기자 (cochon8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