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중앙일보
이제 고액권 발행에 대한 문제는 그 모델을 누구로 할 것이냐에 대한 이야기만 남은 것 같다. 하지만 인물선정 논쟁을 떠나 우선시 돼야 할 문제가 있다.
과연 ‘한국에서 고액권 화폐 발행이 지금 적절한가’ 다. 물론 한국은행이 2009년 5만원과 10만원권을 발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이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그렇다면 고액권 발행에 대한 찬성과 반대 의견을 간단히 정리해 보자.
한국은행은 고액권 발행으로 연간 총 5000억원이 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사용이 가능한 화폐에 비해 자기앞수표는 재사용이 된대도 몇 회에 한정되고 폐기 때문에 반환경적이라는 것이다. 이 외에도 화폐 관리비용이 줄고 통안증권 발행이 줄 것이라고말한다.
또한 사용자의 편익을 돕는다. 현금소지가 편하고 사용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주소와 이름과 연락처를 쓰는 일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작용은 어떠한가.
무엇보다 음성적 거래로 인한 부정부패 조장 우려된다. 특히 현금은 수표와 달리 이서 등의절차가 필요 없어 자금세탁의 부작용이 더욱 확산될 개연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래서 고액권 발행으로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하지만, 오히려 부정부패로 인해 사라지는 돈이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부자들의 탈세로 유명하다. 지금 DAUM 아고라 핫이슈도 ‘우리 나라 부자들의 7가지 습관? 체납 탈세가 제1 습관인가’ 라는 주제이다.
연세대 경제학과 김정식 교수는 지난 5월 문화일보칼럼에서
“우리는 선진국들과 달리 개인수표를 사용하지 않는데다, 현금을 선호하기 때문에 현금 거래 비중이 높다. 이렇게 현금 거래가 많은 경우 거래 자료가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탈세와 불법 거래가 늘어날 소지가 많다. 실제로 일부 상공인들과 고액소득 전문 직종에서 현금 거래로 인한 탈세가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고액권 발행으로 자기앞수표 거래가 현금 거래로 대체될 경우 그나마 남아 있던 자기앞수표의 기록마저 없어지면서 앞으로 탈세와 불법 거래가 더 늘어날 것이 우려된다” 고 썼다.
국가청렴위원회도 고액권 화폐 발행이 반부패 청렴대책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출처/국정브리핑
반대의견으로 인해 고액권 발행 자체도 기우뚱할거라는 의견이 돌았으나 이미 발행은 결정되고 인물선정마저 확정된 상태다.
이러한 중요한 논의에 대해 제대로 해명하고 충분한 보완점을 세우고 화폐 발행을 밀어붙여야 하는게 아닌가. 득과 실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어떤 것이 더 중요한 지를 우리 사회에 녹여내 고민해야 한다. 우리는 고민해야 한다. 한국사회에서 무엇의 가치가 더 중요한가.
고액권 발행결정도 그렇고 화폐모델선정도 너무 급하다. 급할 것 없지 않은가.
고액권 발행의 단점이 한국사회에서 고질병으로 자리잡은 문제인 만큼 부정부패와 탈세를 뿌리 뽑고 시작하거나 보완할 수 있는 충분한 대안을 제시하고서 추진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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