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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만29살 복학생이 본 대학

최근 20대의 정체성에 대해 많은 얘기들이 있다. 누군가는 미래에 지금의 20대를 회고할 때, 지워진 세대라고 할 수도 있단다. 섬뜩할 정도로 무서운 말이지만, 만으로 29살인 본 기자는 우리나라 나이로 30살이라는 사실을 애써 털어내며^^; 이 20대를 쫓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혼자 다니는데 익숙해진 복학생

학교에 가면 일단 아는 얼굴 찾기가 힘들다. 다들 졸업했거나 취업과 고시준비에 허덕이고 있어 할 일없는 복학생이 시간 뺏기가 미안하다. 언제부턴가 혼자 밥 먹고, 혼자 수업 듣는 생활에 익숙해져 버렸다. 팀블로그에서 함께 활동하는 사진기자가 와서는 밥 한끼 얻어먹고 사진 찍어주면서 하는 말. 오빠 진짜 불쌍해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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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밥 먹는 불쌍한 복학생 기자 ⓒ레피니언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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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다니는 외로운 복학생 기자ⓒ레피니언 포스트




달라진 여학생들의 옷차림과 낯선 수업


학교를 꽤 오랜 기간 나가지 않았고 바로 군대에 입대해, 근 4~5년 만에 복학한 후 본 기자가 가장 놀란 점은 여학생들의 패션이 전과는 크게 달라졌다는 점이다. 패션에 대해 문외한인 본 기자(^^;)가 어떤 부분이 달라졌는지를 구체적으로 표현할 능력이 없어 아쉽지만,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세련되어진 것은 확실해 보였다. 그리고 들어간 수업들. 오랜만에 들어간 수업은 역시 빡셌다. 예전과 많이 달라진 점은 수업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학점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물론 학점을 관리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 수업을 듣는 목적 자체가 학점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고리타분한 얘기일지 모르겠지만... 후배들한테 이런 얘기 하면 바로 왕따 당할까봐 무서워서 이런 얘기는 꺼내지도 않는다.


게시판에 자보는 없고 광고들만


본 기자가 학교 저 학번이었던 90년대 후반. 대학에는 사회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그 고민들은 학교 게시판에 수없이 붙어 있었던 대자보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은 구체적인 내용들이 잘 기억나지도 않지만, 당시 본 기자가 느꼈던 ‘대학생의 눈으로 바라보는 사회’에 대한 숨결들은 기억에 남아있다. 그런데 몇 달간 학교를 다니면서 게시판에서 붙은 대자보를 보기는 참 힘들었다. 대신 외부 회사들의 광고 포스트들만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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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학에서 자보를 읽고 있는 대학생들 ⓒ레피니언 포스트



바뀐 대학, 얻은 것보다는 잃어버린 것이 더 커 보여.


학교를 몇 달간 다녀본 뒤 내린 소결론은 학교가 정말 직업인 양성소처럼 변했구나 라는 생각이다. 혹자는 세계화 시대에 국가 경쟁력을 위해 당연한 것이 아니겠냐고 하겠지만, 그래서 얻은 것보다는 잃어버린 것이 더 크게 느껴진다. 대학생이라는 사실 자체로 누릴 수 있고, 또 누려야만 했던 그 무엇이 없는 대학.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냐고 하기에는 잃어버린 것들이 본 기자에게는 너무 소중해 보인다.


대학, 20대여 깨어나라.


본 기자가 다닌 대학만이 옳고 지금의 대학이 틀렸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의 대학과 직업인 양성 학교가 다른 점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 대학이라면 대학만의 그 무엇이 있어야 되지 않을까?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상관은 없다. 때로는 대학생의 열정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기도 하지만, 그건 대학생이니까 라는 이유로 관용해 온 것이 우리 사회이다. 그래서 지금의 민주화도 있었고, 과거에 대학생들이었던 386세대들이 지금 권력을 잡을 수 있었던 것도 아닐까? 대학만의 그 무엇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