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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서울대 '원칙없는 총학생회=앙꼬빠진 찐빵'

경향신문 7일자 기사에 '대의는 없고 소의만 있는 총학선거'라는 제목의 기사가 떴었다. '사회에 대한 고민'이 사라지고 '실용적'인 것만을 좇는 대학 분위기에 대해 비판하는 내용의 글이었다.


'발마사지 기계 도입' '잠자는 옥상 깨우기' 등의 복지공약만 남발하고 있는 총학생회 선거.


선본들은 이겨야 이 것이 다수 학우들의 의견이고, 옳은 것이라는 생각이 뼈 속까지 박혀서 진정 외쳐야할 가치가 무엇인지를 놓치고 가고 있는 듯하다. 오늘부터 총학생회 투표가 진행되는 서울대, 투표를 하기 전에 무관심하게 지나면서도 잊지 말아야할 것은 무엇인가.


총학 공약, 그렇게 중요한가?


합리적인 선택, 이성적인 판단을 한다고 자부하는 대학생들은 '공약'을 보고 뽑는다고들 한다. 공약이 중요한가? 중요하긴 하겠지만 대학생들은 알아야 한다. 발마사지기계로 토익점수 따야하는 자신의 상황이 바뀌지 않고, 10원짜리 자판기로 힘든 자신의 생활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지금 학생들에게 필요한 건 '얄팍한 복지공약'이 아니라 대학생활을 뒤흔들만한 '새로운 흐름을 만들 수 있는 총학생회'이다.


중요한 건 삭막한 대학을 바꿀 획기적인 총학생회 원칙


선본이 기본으로 갖춰야할 것은 '총학의 원칙' 그리고 '건전한 시각'이다. 이건 사견이 아니라 당연한 원칙이다.


예를 들어서 설명해보겠다. 등록금 문제만큼 선본의 성향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사안은 잘 없다. 비운동권 선본이든, 어떤 성향의 운동권 선본이든 간에 매해 핵심이 되는 사안은 '등록금 문제'이다. 총학생회가 어떤 방식의 등록금 투쟁 계획을 갖고 있는지, 등록금 협상에서 대표기구로서 어떤 원칙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하게 작용된다. 방식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지만, 원칙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이건 운동권이냐 비운동권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어용인 선본은 등록금 문제도 어용으로, 교육기회균등에 방향을 맞추고 있는 선본은 그 것에 맞추어 등록금 문제를 풀게 되기 때문이다. 발마사지기, 리모델링은 누구나 도입해줄 수 있다. 하지만, 구성원을 위한 원칙은 아무나 세울 순 없다.


대학은 실험실처럼 완벽하게 외부와 상관없이 존재하는 공간이 아니다. 대학의 모든 일은 철저하게 지배적인 사회흐름과 같이 움직이고 있다. 인문학이 외면받는다거나, 취업과 관련된 강의가 느는 것 등 이 모든 것이 '실용주의'라는 대세와 연관되어 있다. 그리고 이런 사안들은 학교 내에서만 실천한다고 해서 다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사회적 맥락 속에서 대학을 바라보는 총학생회가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서울대 재학생은 공약보고 투표하기 전에 지금 서울대 선본 중에 '공약'이 아닌 원칙으로 승부하고 있는 선본이 누구인지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서울대 상황을 보면 좀 암울해진다. 어제 마지막 선거유세를 봤지만, 전체적인 선거평은 ‘조용하다’였다. 아크로폴리스광장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선본원만 듣는 선본유세, 그리고 총학생회 선거에 관심 없는 재학생들. 직접 다가가 선거에 대해 물어도 서울대 재학생은 취재조차 응해주지 않았다. 최근 3년 동안 투표율 50%를 넘기지 못해 3월 선거를 치르고 있는 서울대. 학생들의 반응은 너무 냉담하기 짝이 없었다.


서울대생은 기억해야한다. 이 때문에 구성원들의 권리가 얼마나 짓밟히고 있었으며, 총학생회의 원칙이 얼마나 훼손당했는가. 얼토당토 안한 원칙 아닌 원칙들이 난무하고 있는 서울대를 제대로 세우기 위해선 똑바로 봐줘야 한다. 대학을 바꿀 수 있는 '원칙'에 대해서.


 



정윤정기자(babymv@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