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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총여학생회 들어보셨나요?

총여학생회는 무엇을 하는 곳일까? 사실, 내가 총여학생회의 존재를 알게 된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우리 학교에는 총여학생회가 없다. (사실 있는데, 6년 째 공석이라고 한다)

나는 무작정 홍대 총여학생회와 연락 후 07년 총여학생회장 송현정씨를 찾았다. 홍대 총여학생회는 꾸준히 총여학생의 회장 부회장이 선출되고, 꾸준하게 그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학생회관 3층의 작고 아담한 사무실에서, 송현정씨와 김경아씨(부회장)가 반갑게 맞아 주었다. 나는 ‘우리’가 동갑내기임을 강조하며, 소박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총여학생회는 왜 존재하는 걸까?

“2년 동안 총여학생회 집행부 일을 했었어요. 있어보니까, 총여학생회 회장이란 것이 많이 부담 되고, 그만큼 큰 자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선뜻 용기가 나진 않았어요.
그만큼 ‘총여’가 왜 계속 존재해야 하는 것에 관해서는 간단하게 설명하기가 좀 어렵죠.”

총여학생회에서 하는 일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 총여학생회가 굳이 있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총여학생회가 없는 학교는 여학우들의 권익이 보장되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내가 이에 관해 아둔한 편이라, 나의 권익과 불편을 감내하고 있었던 것일까?

현정씨는 “예전에(80년대) 비해 교내 성차별 문제가 많이 줄어든 건 사실이에요. 그래도 아직까지 문제는 분명 존재하죠.

올 해만해도 강사 두 분이 성폭력 사건으로 해임 됐어요. 물론 각 학교에 존재하는 성폭력 피해 상담소가 이런 일들로 총장과 학생들을 연결해주긴 하죠. 그런데 문제는 상담 소장님이 보통 교수님이시거든요. 일을 해결할 때 학생 입장에서보다는 교수의 입장에 서는 경우가 더 많죠. 저희는 그런 일들을 학생의 입장에서 요구하고 해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총여학생회가 하는 일은 여학우들의 입장에서 보다 확실하고, 안정적으로 여성의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다. 아무리 사회가 진일보하여 여성과 남성이 역할과 권리 그리고 책임 면에서 서로 동등해졌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거의’ 동등하게 보이는 것에 불과하다.

올 해부터 생리 공결제 제도 도입

올 해 2학기부터 홍대에서는 생리 공결제 제도가 도입되었다. 현정씨는 “다른 쪽에서는 오히려 역차별이라는 얘기도 해요. 처음에 이 제도를 오남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많았고요. 하지만 감기 같은 경우는 솔직히, 충분히 피해 갈 수 있는 건데 이건(생리는) 정말 어떻게 피할 수가 없는 거잖아요. 게다가 이런 걸로 출석 점수까지 깎이면 너무 불공평하다고 생각을 하고... 그래서 이런 것을 이슈화해서 표면 위로 담론을 형성 시킨거죠.  이건 우리가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든 제도고, 아픈 여학우들을 위해 만든 제도니까 일반적인 여학우들의 인식을 개선해서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가자는 식으로 캠페인을 했어요. 인정하기 싫지만, 아직까지 오남용은 있을 수 있죠. 내년엔 이런 점을 보완해서 설문조사도 하고 개선시켜 나가야 할 거에요.”

총여학생회는 뭐가 다른가

총여학생회는 총학생회와 다른 점이 많다. 예산면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학생들이 갖는 일반적인 인식 자체도 그럴 것이다.

“총학생회는 각 단과대별로 연합해서 포괄적으로 묶어 주는 틀이 있는데, 총여학생회는 그냥 우리들만의 축제인 경우가 많아요. 그럴 땐  '정말 사람들이 이걸 필요하다고 느끼고는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사람들 호응을 얻기가 정말 힘들죠. 그런데 저희가 화장실에 매 주마다 저희 연락처가 적혀 있는 게시물을 붙여 놔요. 하루에 많으면 두 세 건, 못해도 일주일에 열 건 정도 문자가 오거든요. 이런 저런 얘기들이요. 그럴 땐 '역시 필요해' 하면서 우리끼리 좋아하곤 해요. 후후”

현재  다른 학교에서는 총여학생회가 설 자리를 잃고 그것을 대체하는 기구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추세다. 이 기구들 역시 성차별과 성폭력 범죄에 관하여 많이 고민을 하고 해결 할 것이다. 하지만 총여학생회가 이런 대체기구들과  다른 점은 바로 자치성이다.

“사실 총여학생회는 학생들의 투표로 만들어진 완전한 자치기구거든요. 이런 점에 있어서 학교에서 우리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성사시키는데 훨씬 힘이 실리는 거죠. 일을 추진하는 것에 있어서도 확실히 달라요.”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총여학생회는 80년대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 쭉 이어져 오고 있다. 학교 내에서 발생하는 남녀평등에 어긋나고 있는 문제점들을 들춰내어 여자의 정당한 권리를 찾아나가는데 마땅히 해야 할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앞에서 말한 것처럼 사람들의 호응을 얻어내는 것이 어려워 보인다. 앞으로 총여학생회가 교내에서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일단, 장기적으로 볼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해요. 만약 성폭력 사건이 일어났다고 해서  교수나 강사를 해임한다고 끝나는 건 절대 아니더라구요.

저희 같은 경우 실질적으로 눈에 보이는 공약보다는, 큰 테두리를 먼저 얘기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문제는 여학우분들까지도 실질적으로 당장 와 닿는 공약이 아니면 뭔가 잘못되고  일을 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신다는 거죠. 그런데 사실 그런 1회성 공약은 그냥 그 때 그 때 필요할 때마다 성사시킬 수 있는 거거든요. 바로 예방 차원의  혹은 사후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해요. 중요한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해요.”

                                                          나놔 기자 cochon8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