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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책실종? 문제는 정책실종이 아니다.

2007 대선. 스타트~~

11월 17일 0시를 기해 2007년 대선의 공식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었다. 각 후보들은 자신들의 색깔을 최대한 들어내기 위해 각각의 장소에서 출정식을 갖고 선거운동에 돌입하였다.
이명박 후보는 서울, 대전, 대구, 부산 등을 돌며 한반도 대운하를 연상시키는 한반도 종단 유세전을 벌였으며, 정동영 후보는 평화와 철도를 강조하기 위해 도라산 역에서 통일경제를 선언했다.
권영길 후보는 삼성 SDI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홈에버 매장 앞에서 출정식을 가진 뒤, 삼성 본관 앞에서 거리 유세전을 벌였다. 비정규직 문제와 삼성 비자금 문제에 집중하겠다는 정치적 지향성을 명확히 한 것이다.
문국현 후보는 중소기업 활성화를 강조하기 위해 구로디지털 단지에서 첫 유세를 시작하였다.


정책실종이 문제다??

최근 언론에서 대선을 앞두고 연일 정책이 없다고들 난리다. 동아일보, 중앙일보, 문화일보, 국민일보, 경향신문 등 주요 주간지 치고 정책실종 문제를 논하지 않은 언론이 없는 실정이다. 각 포털에서 ‘정책실종’ 이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부담스러울 정도로 많은 논평과 시론, 사설들이 쏟아져 나온다.


대학의 학생회 선거에는 대의가 없다고 비판하고
대한민국의 대통령 선거에는 소리가 없다고 비판한다.

얼마 전, 경향신문에서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를 비판하며 대의는 없고 소리만 있다고 하였다. 정치․사회적 이슈에 무관심한 대학 학생회 선거를 빗댄 기사였다. 한겨레, 문화일보 등도 「‘학생자치 뿌리’ 말라간다/ ‘서울총학’선거? ‘미스서울’선발?」과 같은 제목의 기사를 발표하며 여기에 동참하였다.
그런데 대통령 선거에서는 대의만 있다고 난리다. 두 가지를 적절히 썩어야 한다고? 그게 균형감각 있는 거라고? 천만의 말씀이다. 그들이 욕하기 편한 데로 욕하는 거다.


정책 삐딱하게 바라보기

일반적으로 정책이라 하면 결국 숫자놀음일 뿐이다. 몇 만개, 몇 %, 몇 억, 몇 년과 같은 단위들을 늘리겠다, 줄이겠다로 표현되는 것이 정책일 뿐이다. 일자리 몇 만개 만들기, 경제 성장률 몇% 보장 등과 같은 약속들이 그럴싸한 단어들로 포장되어 발표되는 것이 정책들이지 않는가? 그리고 국민들은 이러한 약속들을 당연히 믿지 않는다.


문제는 정책이 아니라 시대이다.

누군가가 이렇게 뻔한 주장을 하지 않더라도 이미 이번 대선은 잘 보여주고 있다. 국민들은 몇 %의 숫자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들은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를 기준으로 대선후보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들이 정책이 없다고 아무리 떠들어봤자 국민들은 이 상황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미 국민들이 판단할 근거들이 충분히 나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정책이 아니라 시대와 가치이다.


이명박의 경제, 정동영의 평화

현재 수많은 부정과 비리에 연루된 이명박의 지지율이 높은 이유는 국민들이 정동영의 평화가 아니라 이명박의 경제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 이상의 정책은 그리 필요치 않다. 어차피 정책이라고 나온 숫자들은 국민들이 직접적으로 느낄 수 없다. 이명박을 지지하는 국민들은 이명박의 도덕성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를 지지하는 것이다. 그래서 BBK다 뭐다 아무리 떠들어도 이명박의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경제를 뛰어넘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결국 이명박을 제외한 다른 후보들은 여기서 시작해야 한다. 자신을 대표할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인가? 자신이 대통령이 되었을 때 어떤 시대를 만들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답으로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정동영이 오늘 선언한 ‘통일경제’와 같은 어설픈 따라 하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명박의 경제를 지지하는 국민들이 정동영의 통일경제를 지지할리 만무하다. 오히려 문국현의 사람중심 경제가 더 새로운 가치라 할 수 있다. 문국현의 지지도가 꾸준히 오르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선거는 이제 시작되었다. 한 달도 체 남지 않은 지금. 이미 많이 늦어 보인다. 그러나 앞으로 남은 선거기간 동안 어설픈 따라하기는 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음을 각 후보들은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