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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선거운동, 알바와 자원봉사의 차이

일당 7만원, 대선 후보 서포터즈 인기 알바로?

 얼마 전 버스를 타고 집에 오는데, 횡단보도 앞에서 노래에 맞춰 율동을 하고 손가락으로 기호 2번을 찍으라는 일명 ‘이명박 서포터즈’들을 보게 됐다.

 출 퇴근 시간에 맞춰 시민들의 시선을 끄는 각 후보 진영의 자원봉사자(이하 자봉단)들. 이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이렇게 추운 날씨에, 그것도 아침, 저녁이면 하루 중 가장 추울 때다. 그런데 내가 이틀 동안 이들을 주시한 바로는 아침, 저녁뿐만이 아니라, 아파트 단지를 돌며 하는 홍보단들은 오전, 오후를 가리지 않는다.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우리 엄마 나이 대의 사람들이 저렇게 지지하는 후보들을 위해 춤을 추며 거리로 나왔다는 사실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얼마 전 어느 한 신문에서 “일당 7만원 너도나도 대선캠프 행 - 식당·편의점 등 때 아닌 구인난” 이라는 제목으로 대구 식당가의 일손이 딸린다는 기사가 나온 바 있다. 일당 7만원. 힘들고 정신없는 일정이라 몸은 힘들지만, 일반 주부들에게 7만원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흥겨운 노래 속 '이명박 후보의 아줌마 서포터즈'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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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는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횡단보도 앞에서 파란 모자와 파란 잠바, 그리고 코 위까지 올린 목도리로 보란 듯 ‘이명박 자봉단’임을 자처하며 이명박을 뽑아달라고 한 목소리 내시던 아주머니들. 하지만 내가 슬쩍 다가가 이것저것을 물어보려 해도, 그 분들은 번번히 “시간이 없다”며 말을 잘랐다. '활동하시는 중이라 그러신가?' 하는 생각에 다음 일정을 물어보고, 끝나는 시간에 맞춰 다시 짧은 인터뷰라도 해 주시면 안 되는지, 되도 않는 애교까지 떨어보았지만 아주머니로부터 돌아오는 대답은 대략 요러했다.

“다음 일정 우리도 뭔지 몰라요. 그냥 위에서 가라는 대로 가는 거니까. 그리고 8시에 끝나고 나면 나 개인적인 약속 있어”

 두 시간 후 집 근처에서 또 다시 서포터즈들을 찾아보았다.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뛰어가 봤더니 역시나 이명박후보 유세차량이다. 봉고차 한 대에 아주머니들이 빈자리 없이 앉아 계시길래 용기를 내어 차에 노크를 했더니, 빼꼼히 차 문이 열린다. 기사의 간단한 취지와 함께 인터뷰를 좀 해주시면 안되는지 물어봤더니, 뒤에서 “안돼, 안돼” 하는 목소리가 들려왔고 계속 눈을 마주치던 한 아주머니가 “그런건 앞에 아저씨한테 얘기해요. 우린 몰라.”라며 문을 닫는다. 그래서 다시 운전기사 아저씨께 말씀 드렸더니, 그런 건 나 혼자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며 다시, “여기 혹시 인터뷰 잠깐 응해주실 분 안계세요?” 라며 아주머니들께 여쭌다.
 하지만, 아주머니들은 “싫어요. 힘들어요. 집에 빨리 가요” 라며 의기투합? 말씀하신다.

 아저씨가 멋쩍은 듯 “다 싫다고 하시네. 학생도 힘들텐데 이거 하나 먹어요.” 하면서 차 앞에 놓여져 있는 광동 참광탕 하나를 건네 주셨다. 그러고 보니 아주머니들 모두 얼은 두 손에 참광탕 하나씩 꼭 쥐고 계신다.

거리에서 만난 작은 '권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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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철 보도를 따라 다시 집으로 향하는 길에 나는 계획에 없었던 권영길 서포터즈를 보게 되었다. 그들은 마치 자기가 대통령 후보인 것처럼 자신있게 선거공약들을 설명하고 그 취지에 동참한다면 권영길을 찍어달라고 호소하고 있었다. 옷도 통일되지 않았고, 모자로 얼굴을 꼭 눌러 가리지도 않은 그저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몇 분 후 유세가 끝나는 것 같아, 서둘러 이들에게 달려갔다. 그러자 여태와는 너무나 다른 반응으로 우린 ‘남는 게 시간’이라며 기다렸다는 듯 인터뷰를 반긴다. 세 사람은 회사 출근 전, 그리고 퇴근 후 다 같이 모여 매일같이 거리 유세를 하고 있단다. 민주노동당의 이런 자원봉사 시스템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물어보자, 여기는 당원 중심으로, 자원봉사자라는 개념이 따로 없고. 그냥 돕고 돕는 거'라고 하신다.

“우리 당원들이 비정규직 직원분들과 함께 싸웠던 것처럼 이젠 그 분들이 우리와 함께 활동해주시는, 뭐 그런 식이죠.” 라면서...

 활동비는 따로 받지 않는다. 세 분은 당원이기 때문에 선거활동비를 지원 받을 수 있지만, 이들은 의기 투합하여 이것을 비정규직 투쟁기금에 내 놓기로 했다며 방긋 웃어 보인다.
그들은 권영길이 내건 공약과 민주노동당이 여태껏 소리 없이 이룩한 성과들(예를 들면 무상의료, 아토피 추방, 파산자 구제 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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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하나 얘기하면서 “서민을 위한 정당, 약자들을 위한 정당이 하나 쯤은 있어야 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선 대선에서의 득표율이 얼마인지보다 대선 후에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거리에서 만나는 시민들의 반응은 어떤가 물어봤더니 장난스러운 얼굴로 “그냥 뭐 이래요” 라며 시민들이 주고 갔다는 베지밀을 자랑스럽게 보여준다. 만난 자리에서 근 40분의 인터뷰를 마치고 인사를 하는데, 그 중 한 분이 내게 아까 보여주셨던 베지밀을 건넸다. 괜찮다며 손사레를 쳤지만 내 손이 너무 차다며 갖고 가라고 계속 손에 쥐어주신다.

집으로  돌아 오는 길, 내 주머니엔 다 식어버린 광동 참광탕과 온기 가득한 베지밀 병이 한 개씩 들어있다.


선거 운동의 자원봉사제도가 선진 정치의 척도라고 본다면

어느 후보의 지지단들을 비판할 생각은 없다. 다들 나름의 지지세력이 있는 것이고 그 지지자들 또 한 나름의 이유로 그 후보를 지지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적어도 거리에서 시민들과 만나며 자기가 아끼는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라면,  더 적극적이고, 간절한 마음으로 활동에 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단, 내가 만난 아주머니들께만 뭐라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는 건 굳이 말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진정성 없는 서포터즈를 거리로 내세운 몇 몇 정당들, 뭔가 앞 뒤가 바뀌어 버린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진정한 자원봉사자는 비교적 비이기적이고, 선거 캠페인에 참여함으로써 어떤 보람을 찾으려고 한다. 또한 대부분의 자원봉사자는 선거캠페인의 열정적인 분위기를 좋아한다. -중략 - 선거캠페인에서 자원봉사자 제도가 어떻게 운영되는가를 보면 그 나라의 정치발전 수준을 알 수 있다. 자원봉사제도는 모금제도와 함께 한 나라의 정치발전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이다” (선거캠페인의 원리와 실행전략 中, 김창남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