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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명박 후보, '대세'따라 그냥 뽑는다?

거리에서 이명박 지지자를 만나다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모든 후보들이 수도권으로 쏟아져 나와 마지막 남은 총공세를 펼칠 것이다. BBK사건은 말 할 것도 없고, 오늘 ‘이명박 특검법’이 통과되었다는 또 다른 뉴스가 각 종 포탈의 첫 화면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의 질주는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점점 흥미진진해져 가는 17대 대선. 아마, 처음 대선을 치루는 20대들에게는 지금의 상황이 과연 어느 정도로 기막힌 형국으로 치닫고 있는지 당최 감이 잡히지 않을 것이다.

현재 이명박의 지지율이 40프로가 웃돌고 있는 가운데, 나는 민노당 학생 유세단과 동행취재를 해가며, 거리에서 이명박을 지지하는 시민들을 직접 만나 이런 저런 얘기들을 나누어 보았다. (수시합경생부터 30대 직장인들까지)

나이가 어린 20대의 학생들이 이명박을 지지하는 이유 첫 번째는 “그냥, 많은 사람들이 뽑아서”였다. 그 중 어느 한 남학생은 “대다수의 국민들이 이명박을 지지하기도 하고, 서울 시장 경험도 있고 업적도 많은 것 같다.” 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지지자는 “많이 지지하기도 하고, 이명박은 추진력이 있다. 또, 어린 나이에 CEO가 되었다는 이력도 훌륭하다.” 고 말했다.

뽑는 이유요? 이명박이 대세니까요

결국 사람들이 이명박을 지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그가 ‘대세’이니까.
그리고 여기에 아주 치명적인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명박이 역임해왔던 현대 건설 사장과 청계천이라는 가시적인 성과를 등에 업은 서울 시장이란 타이틀에 사람들은 코리아 자체를 세계적인 대기업으로 만들어 줄 희망를 품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는 사람들만 알고 있는 그 속사정(예를 들면 청계천은 환경 전문가들의 조언을 가볍게 묵살한 덕에, 아무도 청계천의 앞날을 예상할 수 없다)을 대부분의 국민들이 모르고 있다는 것. 사실, 알고도 모른 척 넘어가고 있다는 것에 대해 나는 그저 의아할 뿐이다.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에게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경제적으로 힘든 점은 없는지 물어보면 100이면 100, 어렵다고 말한다. 뉴스에서는 오늘도 경제성장률이 4%가 나왔다느니, 각 후보들은 이제 7% 문제없다고 귀 따갑게 떠들어대지만, 시민들 어느 누구도 그 경제 성장률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대세가 아니라 소신으로

만나본 사람들 대부분 민주노동당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일하는 노동자들을 많이 생각해 주는 것 같다. 이상적이고 진보적인 정당이다.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해 주는 정당이다.

그러면 민주노동당이 사람들의 표를 끌어 오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이명박이 대세인 것처럼, 권영길은 대세가 아니기 때문일까. 세 번째 출마라 권영길 후보가 익숙하긴 한데 뭔가 새로운 것이 없어 보인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은 이명박의 청계천 하나만 알고, 권영길이 한, 아니 민주노동당이 한 수 많은 업적들은 단 하나도 모른다는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난 왜 많은 사람들이 민노당의 노력으로 누리는 혜택을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누리게만 하는 건지 짜증이 났다. 어떻게 보면 이게 당연한건데...

권영길, 지지 받지 못하는 이유, 그리고 내가 지지하는 이유

사람들은 행복한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권영길은 음지에서 외롭게 싸웠다. 방송에는 권영길이 가부좌를 틀고 주먹다짐을 하며 비정규직, 노동자, 농민, 빈민들을 위해 투쟁하는 모습들이 많이 나왔다. 시민들에게 권영길은 사고뭉치처럼 그저 일을 시끄럽게 만드는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공짜로 얻어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지 않았나. 아주 오랜 역사 속 이야기가 되어 버린 여성들의 투표권도 그렇고, 남녀평등 문제도 그렇다. 그 때 여성들이 혹은 남성들이 이건 하나도 불평등한 것이 아니야, 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지금 생각해보면 얼마나 형편없었던 사고였던지 모두가 알고 있지 않은가.

지금의 상황도 그렇다. 이명박은 대안이 아니다. 하지만 이명박이 대세라는 것을 나는 인정하며, 별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이명박은 대통령이 되어 생글생글 국민들 앞에 설 것이다. 그 이후에 그가 정동영이 말한 닉슨 대통령처럼 끌려 내려올지 말지는 두고 볼 일이다.

안 뽑힐 건데 뭐하러 뽑냐고?

나는 권영길을 뽑을 것이다. 지금의 상황에선 이명박을 제대로 깔 수 있는 세력이 필요한 것이다. 사람들 모두 이명박의 거짓말과 부도덕성에는 모두 두손 두발 다 들었지 않은가. 많은 시민들이 인정했던 것처럼. 그렇다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를 견제할 수 있는 수갑을 바로 옆에다 두는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수갑이 채워질 수 있는. 그걸 정동영이 할 수 있을까? 이회창이 할 수 있을까? 아니다. 권영길이 할 것이다.

나는 오늘 많은 사람들과 얘기하면서, 사람들이 느끼는 이명박, 사람들이 느끼는 권영길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해보았다. 사람들이 실감하고 있는 경제난, 그리고 생활난 모두 대운하가 만들어진다고, 경제성장률이 높아진다고, 특목고 150개가 만들어진다고, 해결되는 것 절대 아니다. 중요한 건 경제성장률 7%를 모든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게 만들어 줘야 하는 것이다. 위에 계신 분들을 위한 경제성장이 아니지 않은가. 여태까지 경제성장률이 꾸준히 올라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서민들의 생활이 어렵다고 느끼는 것은 그만큼 서민들의 입장에서 어머님의 마음으로 나라를 다스리지 않았던 것 아닐까.

그래, 그래서 서민을 위한 대통령, 세상을 바꾸는 대통령이란 타이틀로 이 ‘돈이 전부’인 공약들로 국민들 앞에 선 이명박의 대세론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너무 얘기가 두서 없이 써내려져 온 것 같지만, 이게 또 내 한계려니 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