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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민주노동당 대선참패는 모두의 책임

민주노동당 평등파, 대선 참패를 기회 삼아 분당 추진?


12 월 29일 오후 2시로 예정된 성남시민회관 소강당에서 열린 민주노동당 중앙위원회가 어떤 결론도 내리지 못한 채 끝났다. 이 날 중앙위는 3시 반에 시작됐는데, 소강당 입구에서부터 소위 평등파라고 불리는 이들은 권영길 후보를 비롯한 자주파가 대선 참패의 책임을 져야한다고 했다.




입 구에서 피켓을 들고 있던 민주노동당 학생 당원모임 토마토 회원 유성민(경희대, 06)씨는 “자주파가 경선 과정에서부터 패권주의를 통한 분열의 리더십을 보였다. 권영길 후보는 대선 후보가 되려는 오욕을 부렸다. 민주노동당을 만들고 성장시켰지만, 쇠락시킬 수 있는 사람이며, 분당위기도 바로 권영길 책임”이라며 권영길 후보가 정계은퇴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공동선대위원장이었던 심상정, 노회찬 의원의 책임에 대해서는 “도의적 차원에서 공동선대위를 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시 작 전부터 정파 간의 냉랭한 분위기의 중앙위는 핵심 안건인 “비상대책위원장 인준 및 비상대책위원회 구성과 역할 승인의 건”에서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평등파 김형탁 중앙위원이 낸 현장발의안의 비대위 임무와 권한에는 “종북주의 청산, 패권주의 청산”등이 들어있었다. 이에 자주파 위원들이 반발했고 6시간에 걸쳐 논쟁이 계속됐다.


자 정, 확대간부회의에서 비대위원장에게 비례대표 선출을 비롯한 파격적인 권한을 넘겨주기로 한 안건을 심상정 의원이 동의했다. 하지만 김형탁 중앙위원을 비롯한 평등파 전진 그룹이 “종북주의 문제, 패권주의 문제, 당 강령 정신 및 당내 민주주의 실현”이 빠지면 안 된다고 주장하며 2시 40분 경 퇴장했다.



당원이 선출한 대통령 후보


평 등파는 대선 참패의 모든 책임을 자주파와 권영길 후보에게 돌리고 있다. 후보는 경선 과정을 통해 민주노동당 당원이 선출했다. 자주파 때문에 권영길 후보가 당선됐다면서 정파 탓을 하지만, 어느 정파나 경선에서 자신의 정파를 찍은 것이 사실이다. 대선의 가장 큰 중심에는 후보가 있고, 또한 그 책임은 후보가 져야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이 권영길 후보를 “세상을 바꾸는 대통령”으로 보이게 만들었는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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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파 갈등으로 단결하지 못한 민주노동당


어느 당이나 경선과정에서는 서로의 정책을 비판하고 심지어 비난, 비방하기까지 한다. 한나라당 경선에서도 이명박 후보의 대운하 공약에 대한 비판이 난무했다. 하지만 경선과 동시에 사라졌다. 민주노동당은 어땠나? 경선을 통해 후보가 결정됐고 정책이 결정됐지만, 조승수 전 의원은 '코리아연방공화국으로 대선운동 못 하겠다'며 외부에 대놓고 말하기까지 했다. 민주노동당을 뽑지 말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모든 책임은 무조건 자주파가? 평등파는 나 몰라라


선대위 책임을 자주파에 돌리는 것도 무의미하다. 이번 선거에서 자주파의 가장 큰 잘못은
통 합형 선대위를 꾸린 것이다. 정파 간 갈등을 우려해 선대위를 경선 때부터 함께 한 자주파 중심으로 꾸리지 않고 정파를 골고루 배치했다. 게다가 공동선대위원장은 다름 아닌 평등파 노회찬, 심상정 의원이었다. 책임의 정치를 운운하면서 공동선대위원장과 평등파 선대위의 책임은 피해가는 셈이다.

평등파는 민주노동당의 혁신을 위해 자주파가 책임을 져야한다고 한다. 당의 지도부인 자주파가 책임을 지고 지도부를 사퇴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평등파가 진정으로 당의 쇄신을 위해서 자주파에게 책임을 묻는 것인지 의문이다. 평등파가 중앙위원회에서 보여준 모습은 대선 참패를 계기로 당의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것 같다.



심상정 의원은 동의, 평등파는 반대


김형탁 위원이 내놓은 현장발의안에서 종북주의, 패권주의를 삭제하고 기본 골자는 같게 하는 비대위의 임무와 권한을 심상정 의원이 동의했다. 하지만 끝까지 종북주의 청산을 주장하는 평등파는 비대위를 통해 당을 쇄신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자주파 청산이 목표인 것처럼 보였다.

얼마 전 민중의 소리는 평등파 전진 그룹이 신당 창당 준비를 하는 문서를 입수했다. 전권을 비대위원장에게 넘겼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에서 중앙위원회 때 보여준 전진그룹의 행보는 자주파를 청산하지 않으면 분당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과 다름없다.


대선 참패는 모두의 책임


경 제민주화운동본부 정책실장 송태경 씨는 “민주노동당이 외부적으로 드러나는 병폐도 있지만 반대로 잠재적 폭발력이 강한 정당”이라고 했다. 통일 운동과 노동 운동은 모두 중요하며, 어느 정파의 논리가 더 옳은지 따지려는 행동은 무의미하다. 이번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이 참패한 가장 큰 요인은 무엇보다 정파를 따지지 않고 일치단결해야 하는 시점에서 그러지 못한 것이다.

이 번 대선 결과를 기회 삼아, 자신들의 잘못은 생각하지 않고 모든 책임을 자주파에 떠넘기려 한다면 민주노동당은 앞으로 어떠한 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 낙선 운동을 했다고 봐도 무방했던 행동들은 민주노동당 모두가 반성하고 책임져야 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