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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판에 환멸을 느끼는 시민, 그래도 갈 길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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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민주노동당 ‘학생 유세단’의 일정을 따라 홍대 앞에서 안산, 그리고 부천까지 약 7시간의 행보를 같이 했다. 45석 버스에 자리도 없어서 몇 몇은 서서 가기도 했고, 점심과 저녁 사이의 시간이 길어, 차로 이동하는 동안 귤과 초코파이 몇 개를 콩 나누듯 나눠 먹으며 허기를 달랬다. 하얗게 입김까지 나오는 추운 거리에서 시종일관 즐겁고 활기찬 동작으로 그들은 춤을 췄다. 그것도 하얀 셔츠에 아래위로 검은 정장이 전부인 이른바 단벌 신사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홍대와 안산시장, 그리고 송내역까지 이동해 오면서 주변을 오고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서민의 대통령’, ‘부패 없는 대통령’ 권영길을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송내역에서는 정동영, 이명박, 이회창의 아줌마 유세단과 마주쳤지만, 학생들의 끓는 패기로 그 유세가 단연 최고였다고 말 할 수 있었다.

막말로 나는 민노당 유세단도 잘 모르고, 여기서 활동한 적도 없지만 당연히 민노당 학생유세단들은 자발적으로, 그리고 무급자원봉사자들로 이루어 활동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물로, 그래서 더 취재가 끌리기도 했고) 기사로도 몇 번 본적이 있었고, 다른 당의 유세단들과 비교한 것들도 많이 봐왔다. (사실, 필자가 며 칠 전 그 기사를 쓰기도 했다-_-)

하지만, 예상과 달리 거리의 반응은 냉담했다.

내 가 기대하고 예상했더 것 그 이하였다. 어떤 할아버지는 춤추는 대학생 유세단들 앞에서 손으로 엑스자를 크게 그리면서 호통을 치기도 했고, 아예 어떤 사람은 심상정 의원이 시장을 돌 때 거리를 막아서기도 했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그러려니 했다.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 몇몇이 잘 몰라주시는 거겠지’ 하면서...

그런데 송내역에서 유세활동을 할 때 나는, 사람들이 몰라주는 게 정말 너무나 많은 것 같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물론 유세하는 사람들 중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거나 하는 사람도 없고, 어떻게 보면 다 처음 보는 대학생들이었다.

지나가는 많은 시민들에게 저렇게 대학생들이 춤추면서 유세활동을 하고 있는 것을 어떻게느끼시느냐고 물어봤다. 글쎄, 내가 아직 세상 물정을 몰랐던 걸 수도 있고, 아니면 민주노동당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정말 좋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그것도 아니면 이렇게 정치 후보 자체를 무작정 싫어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어쨌든 나는 이런 냉소적인 반응들에 점점 인터뷰 할 용기를 잃어갔다.


무관심은 차라리 양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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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많이 보였던 반응 중 하나는 이런 것이었다. 내가 어느 한 대학생에게 인터뷰를 했을 때 그 사람이 “그냥 저렇게 하면 얼마나 받나 그런 생각 드네요” 하는 식의 반응이었다.  어느 한 당에 대한 개인의 생각을 탓 할 수는 없지만, 내가 정말 아쉬웠던 것은 다른 당들의 유세단들이 얼마를 받으며 ‘알바 활동’을 한다는 것만 알고, 다른 당의 유세단들까지 그렇게 똑같이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바로 옆에 대통합 민주신당과 한나라당의 아줌마 유세단들이 번갈아 가면서 “기호 2번입니다” “기호 1번입니다”를 외칠 때마다 나는 마음이 답답해졌다.

민노당은 진보적인 정당이다, 고로 착한 정당, 서민을 위한 정당, 가난하고 핍박받는 자들을 위한 정당이므로 그들이 무조건 옹호 받아야 된다는 생각은 일찌감치 버렸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아무것도 눈치 보며 글을 쓰고 싶지 않다. 바로 앞에서 내 또래, 혹은 나보다 어린 학생들이 이 돌아이처럼 돌아가는 세상 한 번 바꿔보겠다고, 어려운 사람들이 조금만 더 희망적으로 살아갈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추운 거리로 뛰쳐나왔다. 그런데 이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너무 차가워서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가만히 서서 영상만 찍는 것도 이렇게 힘들어 죽겠는데, 저들은 뛰고, 또 뛰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유세를 하고 있다. 그것도 오늘 하루뿐만이 아니라 약 3주가량의 긴 행보를 함께 해 온 학생들이었다.

심각하고 재미없는 선거, 각자의 이익과 헐뜯기에만 매달려 있던 정치판에서 이들이 우스꽝스러운 광대가 되어 사람들에게 보여주고자, 말하고자 했던 것들이 과연 무엇이었을까 나는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모든 정치적인 것들을 싫어했다.

어 떤 사안이든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판단하고, 사람들이 어떤 가치관을 기준으로 서로 싸우고 쥐어뜯으려 하는 모든 상황들에 대해 냉소적인 콧바람을 운치 있게 날릴 수 있는 사람이었다. 물론 앞 뒤 상황 모르고, 국회에서 나이 든 아저씨들이 주먹질을 하고, 하이킥을 날리는 것만 심도 있게 시청하다 보니 정치에 대해 어떠한 선입견이 쌓인 것이기도 하다. 삶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왜?'라고 물어볼 여유가 생겼고, 드라마 '이산'을 보면서 지금이 옛날보다 나아진게 없구나, 세상은 이렇게 빠르게 변해가고 있는데 속은 늘 똑같을까 라는 생각을 어느샌가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내가 점점 변해가고 있는 것은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현실을 점점 현실로 받아들여가고 있기 때문인 듯 하다.

추운 기온과, 매서운 바람이 옷 속으로 파고 들어와도, 무관심한 사람들의 시선이 무서운 칼날처럼 그들을 내리 꽂더라도, 지금 해왔던 것처럼 개의치 않고 그들만의 소신있는 행보를 계속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민노당 학생 유세단 모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