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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허경영 열풍은 이명박 덕분?

허경영? 허경영!


8번 찍으면 팔자가 핍니다!


올해 대선에는 3번째 도전하는 사람들이 3명이나 있다.
권영길 후보와 이회창 후보, 그리고 바로 기호 8번 허경영 후보이다.


학교 선거 운동을 하던 도중 선배가 이 정도는 되어야 뽑지 않겠냐면서 건네 준 명함에는 허경영이라는 이름 석 자와 여러 가지 정말 충격적인 공약들이 적혀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 걸. 권영길 후보보다도 진보적이다.


그 중 가장 회자가 많이 되고 있는 공약들을 보자.

첫 결혼 시 국가가 1억 원을 무상지급한다는 ‘결혼수당지급’
출산 시 출산장려금 3000만원을 지급한다는 ‘출산장려금지급’
서민 자녀 ‘무료급식’과 대학까지 ‘등록금 전액 지급’
판문점에 ‘UN본부설치’


대단하다.


허경영 후보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국민 개인당 15억 정도를 받을 것이라 했다.


이 돈은 다 어디서 나올까라는 물음에, 허 후보는 국회의원 월급을 주지 않겠다고 한다. 진정한 애국자다. 정말 나라를 위해 일하고 싶은 자들만 국회의원을 하게 만든다.


그런데 왜 왜 왜 대권삼수인 허경영 후보가 이제 와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까?


그동안 이름조차 몰랐던 많은 후보들 중 하나에 불과했던 허경영 후보는 갑자기 미니홈피 방문자 수도 1위 디씨인사이드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은 후보가 됐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허경영 후보의 차


네티즌들은 너도나도 허경영 후보 이야기에 한창이다.

중국에서 유학 중인 친구도 허경영 후보에 대해 이야기를 하더라.

“너 허경영 알아? 그 사람 진짜 재밌더라. 자기가 대통령 하면 암행어사 부활시킨데. 근데 더 웃긴 건 지금도 활동하고 있다면서 명단을 보여줬는데 그게 뭔지 알아? 자기가 여태까지 탔던 택시 기사들 ㅋㅋ”

“거기다 이번에 고소당했잖아 박근혜한테. 그런데 그거 갖고 박근혜가 부끄러워서 그런다는 둥, 이미 이야기가 끝났다는 둥, 막상 고소 들어가면 취하할거라고 그러던데? 나 진짜 쓰러졌잖아ㅋ”


한 번은 친구들과 인터넷 영상으로 허경영 후보 인터뷰를 봤다. 허경영 후보는 자신이 하늘의 신과 소통하고 있어서 눈을 보면 몸의 안 좋은 기운이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 정말 보면서 한참 웃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재미없는 2007 대선.


이명박 후보의 BBK사건이 터졌지만 40프로가 넘는 지지율은 움직이질 않는다.


보수들 표를 끌어올 것이라 예상했던 이회창 카드도 먹히지 않는다. 박근혜와 검찰마저 이명박의 손을 들어주었다. 반 이명박을 외치는 후보들은 이명박에 각을 세우며 별다른 진전 없이 내가 이래서 다르고 이래서 대안이라는 말 뿐이다.


1위와 2위의 차이가 가뜩이나 큰 마당에 이명박은 얼마 전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헌납하겠다고 까지 했다. 뭐 한겨레 21에 따르면 어떤 한나라당 의원이 밝힌 이명박의 재산은 8000억이니 300억쯤이야 별 것 아니겠지만 말이다.


당선이 확실히 됐던 이회창을 무너지게 만들었던 도덕성 논란은 이회창이 대쪽 같은 이미지였기 때문에 먹혔지만 이명박의 도덕성에 기대는 애초에 밑바닥이라 먹히지도 않는다. “이명박이 도둑놈이라도 이명박이 되면 재산세 지금보다는 덜 낼 것 아니야. 아파트 값도 펀드도 더 오르겠지.”라면서 언론이 아무리 떠들어대도 그냥 이명박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이번 대선에는 어떤 긴장감이나 박진감이 없다. 대학생들도 예전처럼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권영길, 문국현, 이명박으로 쪼개져 이번에는 특별히 주목을 받지도 못한다. 


더 나아질 것 같지 않은 답답함, 또는 더 이상 바뀔 것 같지 않은 대선 판도에서 허경영 후보의 엽기적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에피소드들은 지루한 일상에서 코미디 프로를 보는 기분이다.


허경영 후보의 공약을 볼 때의 기분은 로또를 살 때 갖는 막연한 기대 같기도 하고, 허경영 후보의 재밌는 에피소드는 즐거운 코미디 프로가 되기도 한다. 


코미디프로가 인기 있을 때는 그 어느 때보다 서민들의 삶이 고단할 때라고 한다.
허경영 열풍도 이와 같은 것은 아닐까


허경영 후보의 공약과 행동이 다소 허무맹랑할지라도, 11명의 대선 후보 가운데 가장 많은 즐거움과 웃음을 주는 것만은 사실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