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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올해부터 한국판 '배심원 제도' 도입

올해부터 한국판 배심원 제도 ‘국민참여재판’ 도입

2008년부터 우리나라에도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배심원 제도’가  도입된다.

배심원 제도는 법률 전문가가 아닌 일반 국민들이 배심원 자격으로  법적 판결을 내리는 재판 제도를 말한다. 우리나라에 올해부터 적용될 ‘국민참여제도’는 형사사건에 한하며, 그 중에서도 중죄에 해당하는 사건들에 피고인이 희망하는 경우에만 적용한다. 배심원들은 20세 이상 국민들을 대상으로 무작위 선출하며 특별 사유가 없는 이상 국민들은 이 배심원 자격을 거부할 수 없고 만일 거부할 시 꽤 높은 벌금이 부과된다. 그렇게 무작위로 선출된 배심원 후보들을 상대로 재판 전 검사와 변호사는 특정 범죄에 대한 질문을 던짐으로서 배심원 자격을 판단할 수 있다.

이 제도의 도입 취지는 일반 국민들이 그들의 법적 판결로 사법권에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법권이 특정 권력의 전유물로 전락하여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마저 박탈하는 모순이 되풀이 되는 상황에서 이 제도의 도입은 그래서 매우 반길 만하다. 법조계 전문가들도 점점 높아져가는 국민들의 ‘사법 불신’ 해소에 이 제도가 어느 정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심원들이 판결 내려도, 최종 판결은 모두 법관 몫으로

그러나 미국의 배심제가 배심원들의 판결을 최종 판결로써, 재판에 기속력이 미치도록 하는 반면, 우리나라에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제도’는 배심원들의 판결이 권고적 효력만을 가진다. 즉, 배심원들의 판단이 최종적인 판결이 될 수 없다. 탁 까놓고 말하면 배심원이 일곱이든, 아홉이든 이들이 만장일치로 유·무죄를 판단한다 하더라도 결국 최종 판결은 모두 법관의 몫이라는 것이다. 물론 아직 정식으로 ‘국민참여재판제도’가 시행된 적이 없어 속히 판단할 수 없지만 전혀 배제할 사항은 아닌 것 같다. 과거, 일본에서 이와 같은 형식의 배심제도가 도입되었다가 불과 15년 만에 이 제도를 폐지하였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배심원 판결이 권고적 효력에 그치는 것에 대한 한계를 법계에서도 인정하고 있어  법관이 이런 배심원의 판결을 충분히 고려하여 존중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제도적 장치가 이를 충분히 뒷받침해주지 않는 상황에서 과연 배심원들의 판결이 최종 판결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변호사 살 수 있는 사람들의 면죄부 될까

또 한 가지 국민참여재판제도에서 지적 되고 있는 것은 스타급 변호사들의 출연으로 인한 문제다. 배심원 제도는 그 어느 재판제도보다 변호사의 역할이 크다. 배심원으로 참석한 일반 국민들의 일반적인 법 정서와 사회적 상황에 따른 판단이 피고인에게 힘을 실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배심원은 철저히 법과 무관한 시민들로 무작위로 선출, 구성되기 때문에 이들에게는 전문적인 법 용어나 그저 문자로 기록되어진 기존 법질서를 근거로 설득시키기엔 무리가 있다. 그만큼 변호사들의 자질과 능력이 크게 작용하므로 승률이 높은 변호사를 선임하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높은 선임료를 지불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이 제도가 피고인의 요구에 따라 시행되는 재판제도이기에 이러한 상황은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제도의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배심원들의 역할이다. 국민참여제도는 말 그대로 국민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다. 이들이 피고인에게 등을 돌릴지, 아니면 피고인의 손을 잡아줄지에 대한 단 한 번의 판단이 피고인의 짐을 덜어줄 수도 있고, 피고인을 더 깊은 수렁에 빠지게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적어도 국민참여재판제도로 인한 사법피해는 없도록

국민참여재판제도에 대한 평가를 내리려면 앞으로의 시행과정을 더욱 신중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국민들의 참여가 미비할 수도 있는 것이고, 불참시 과도한 벌금으로 인해 참여율은 좋을지라도 실질적으로 이 제도가 판결에 얼마나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역시 아직 판단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재판은 살인, 치사 사건이나 특수 범죄 가중 처벌에 미치는 중죄들에 한하고, 이에 따른 심판의 결과는 한 사람의 인생과 직결된 문제다. 즉, 이 제도가 어떤 시행착오를 거쳐 수정되는 것도 분명 필요하지만 사전에 더욱 철저한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배심원들에 대한 보호 역시 철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MBC ‘뉴스 후’ 라는 프로그램에서 ‘사법 피해자의 눈물’이라는 주제로 방송을 했었다. 말 그대로 사법부의 잘못된 판결로 억울한 옥살이를 하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그들에겐 지나온 시간들을 되돌리는 것 이외의 그 어떤 것도 완전한 보상이 될 수 없다.

국민참여재판제도가 증가하고 있는 사법 피해를 잠식시키는데 보다 효과적인 방편으로 작용될 수 있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