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숭례문 화재 당시, 소방차가 미 대사관에?

사용자 삽입 이미지

불타는 숭례문



<11일 0시 40분경>

  숭례문은 불타고 있었다. 일산가는 2000번 버스를 타고 염천교를 돌아서 숭례문 근처에 다다랐을 때, 차가 막혀서 약 10분 정도 서 있었다. 당시 숭례문은 2층 누각 우편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불길이 잡힐 기미는 보이지 않았고 불길을 점점 커지고 있었다. 숭례문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 상황을 지켜보면서 버스는 숭례문에서 점점 멀어져갔다. 버스 안 승객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굳어있었다.

<1시 경>

  버스가 시청을 돌아서 교보문고를 지나 미 대사관 앞을 지날 때, 사다리 소방차 한 대가 주한미대사관 앞에 있는 것을 목격했다. 그 사다리 소방차는 삼발이(양 옆에서 소방차를 고정시키는 지지대)를 내리고 차를 고정시키고 있었다. 미 대사관 앞 대로변에서 삼발이를 고정시키고 사다리를 펴 미 대사관 안을 향해 있었다. 그것은 단순히 지나가는 소방차가 아니었으며 땅에 고정되어 마치 화재를 진압하려는 듯 한 모습으로 미 대사관을 그 소방차는 지키고 있었다.

  같은 시각, 숭례문에는 4-5대의 사다리차가 있었다. 연쇄방화를 염려했다면 오히려 덕수궁과 경복궁에 소방차량이 있었어야 할 터, 그러나 그곳에서는 단 한 대의 소방차도 없었다. 하지만 미 대사관 앞에는 소방차가 있었다. 왜일까? 참 웃기는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사진을 찍었더라면 정말 가관이었을 텐데 그 점이 참 아쉬울 따름이다.

- 제보자 주상현 씨(일산, 35세)

사용자 삽입 이미지

목격한 소방차의 위치

 

 종로소방서는 발뺌하기 바빠

  이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종로소방서에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소방서 관계자는 “더 무엇을 알고 싶은 것인가, 우리는 그런 적 없다” 라고 말했다. 오히려 이 관계자는 전화연락을 건 나에게 화를 내며 “왜 계속 반복해서 질문하는가, 당신이 기자인가, 기자면 기자답게 하라” 며 큰 소리쳤다.

  당시 책임을 맡았던 종로소방서 관계자는 “10일 저녁부터 11월 새벽에 주한미대사관으로 출동한 적이 없다” 며 혹시 연습훈련을 진행했거나 타 지역 소방차가 그곳에 있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연습훈련)그런 적 없으며 타 지역소방차량이 미 대사관 앞에 있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당시 우리대원과 소방차량은 남대문에 있었으며 미 대사관의 요청 역시 받은 적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하지만 미대사관 주위를 순찰하는 의경들도 소방차를 본 적 있다고 말했다.


  무성한 의문점, 국민들의 상실감

  이처럼 미 대사관 앞 소방차가 있었다는 사실을 목격한 사람들이 존재하는데 왜 종로소방서는 아니라고 말하는 것일까. 종로소방서 관계자의 말처럼 그 장소에 소방차가 없었다면 이 목격자들은 무엇을 본 것인가.

  만약 연쇄방화를 사전에 방지하려 했었다면 상식적으로 다른 문화유산에도 소방차가 있었어야 했는데, 왜 문화유산 근처에 소방차는 없고 미 대사관에 소방차가 있었을까? 미 대사관에서 보호요청을 한 것일까? 미 대사관이 화재보호요청을 했다면 한국의 정서상 자존심이 짓밟히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으로 불똥이 튈 수 있다고 생각한 걸까?

  미 대사관에 전화를 걸어 이 사실을 확인하려 했지만 회선을 돌리기만 했을 뿐, 확인된 것은 없었다. 단지 정확한 사실이라 볼 수 있는 것은 그곳에 소방차가 있었으며 소방차는 미 대사관을 향해 있었다는 것이다.

  숭례문 화재사건을 통해, 국민의 자존심에 금이 간 것을 극복하기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할 때다. 하지만 화재 처리과정에서 나타난 무수한 책임 떠넘기기 공방과 어이없는 소방차의 존재들은 국민들을 더욱 화나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