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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절에 만난 '타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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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일자 경향신문에 다음과 같은 기사가 났다.

                  비정규직 ‘서러운 노동절’
이주노동자 포함 990만명 못쉬어/ 정규직은 대부분 닷새연휴 양극화

지난 밤 뉴스에서, 노동절과 어린이날을 이용해 가족들과의 휴가를 즐기려는 행복한 사람들의 표정이 스쳐지나갔다. 5월 1일, 대학로엔 노동자의 최소한의 권리를 위해 쏟아져 나온 4천여명의 노동자들이 있었다. 어쩌면 이 날 거리로 나왔던 수 많은 사람들도, 다른 노동자들처럼 여행을 가거나 모처럼 집에서 여유를 만끽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왜 땡볕에 나와 뜨거운 콘크리트 바닥 위에서 ‘투쟁’을 외칠 수 밖에 없었던 것일까?

거리에 나온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더 이상 남 이야기 아닌 우리들의 '현실'

30살 이영은씨(가명. 여)는 “우리가 처한 노동문제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한 자리에 모을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라며 이 상황이 어느 한 개인의 문제로만 끝날 수 있는 차원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녀가 속한 회사는 사내 노동조합을 인정받기 위해 2년 째 파업 중이다. “처음엔 그냥 이게 우리 회사 사장님이 나빠서 그런 거겠지 하는, 단순한 문제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이것이 사회의 전반적인 흐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구조조정이 점점 확산되고, 비정규직 노동자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우리 회사 같은 경우도 처음엔 다 정규직이었다. 그런데 점점 이주노동자들과 비정규직의 비율이 늘어나더라. 결국 정규직이 반으로 줄었다.”

29살 김선희(가명. 여)씨 역시, “사실 이런 자리에 나온 건 처음이다.”라면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다는 것이 너무 놀라웠다.”며 생경한 첫 집회의 느낌을 말했다. “97년,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처음으로 얻은 직장이었다. 10년 만에 처음 겪는 일이라, 내가 이런 일을 당하고 집회에까지 나오게 될 줄은 전혀 상상도 못했다.” 파업 21일 째라는 선희씨, “앞으로 전망을 어떻게 보고 있나?”라는 질문에 “당연히 나아질 것이다. 그런데 벌써 우리 자리의 대체인력을 비정규직으로 쓰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한숨 섞인 희망을 내비췄다.

이영은씨는 “대학생인 내 조카도, 방학 중 공장에서 하는 알바를 한 번 해보더니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됐다고 하더라. 대학생들이 주로 하는 편의점 알바나, 서비스업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한 번쯤 공장 같은 데서 생산직 알바를 해 보는 것이 사회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경험이 될 것 같다는 얘기다.”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학생들이 노동 자체를 ‘천하다’고 생각하는 것 경향이 좀 있는 것 같다. 겉으로만 보고 듣는 것이 다가 아니라, ‘직접 경험을 통해 배우고 느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고 말했다.

우리가 이상주의자? 우리가 진짜 현실적인 것 아닌가요?

거리에는 영은씨나 선희씨 같은 노동자들 뿐 만 아니라 각 학교, 혹은 단체들의 대학생들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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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비정규직 반대, 100만 청년실업, 등록금 문제에 대해 한 목소리를 냈다.

대학생 이환민씨(남. 23)는 “사람들은 이 자리에 나와 있는 사람들을 이상주의자라고 말한다. 하지만 사실, 이 자리에 나와 있는 사람들이야말로 정말 현실적인 사람들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친구들도 나를 ‘이상적’이라고 말하더라. 하지만 학생들 중 자신이 정말 원하는 직장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이예성씨(대학생. 여. 22) 역시 “친구들 모두 비정규직이 많다는 사실은 인식한다. 하지만 모두 ‘나는 아니겠지’, 굳이 취업이 아니더라도 자기는 전문직에서 일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나놔 cochon8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