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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간의 '과욕'이 불러온 '집단사육'의 결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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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대한민국의 공포 ‘광우병과 조류독감’!

2008년 대한민국 ‘먹거리’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그것은 아마 ‘불안과 공포’일 것이다. 거리에선 연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와 재협상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고, 닭과 오리 등의 가금류는 지금도 어디에선가 깊은 땅구덩이에 산 채로 내던져 지고 있다. 이와 같은 일련의 ‘사건’들이 2008년 대한민국을 불안에 떨도록 만들었지만, 사실 이렇게 ‘먹거리’와 관련된 전염성 질병들은 일찍이 전 세계적으로 계속 있어왔던 것들이다. 특히 광우병과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 등 전 세계적으로 확산, 공포의 대상이 된지 오래다. 얼마 전부터 서점에서는 이러한 문제들의 한 대안으로써 ‘채식’에 관한 서적들이 물밀듯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2006년부터 채식을 시작했다는 동현씨(23. 경희대) 역시 “처음 채식을 시작하기로 마음먹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초식동물들이 풀이 아닌 ‘동물’을 먹고, 소가 ‘자기 동족’인줄도 모른 채, 그것을 (인간에 의해서) 사료로 먹고 있다는 현실을 알고부턴 채식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결국 앞으로는 ‘광우병에서 인간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우려 이전에, 그 동안 가축들이 인간의 ‘이기’에 의해 얼마나 끔찍한 방법으로 사육되고, 도살당해 왔었는지 자각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충격적인 ‘동물농장’의 뒷담화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광우병은 소의 사료로 쓰였던 동물성 사료에 기인한다. 피터싱어가 쓴 <죽음의 밥상>에 의하면 “미국은 식당에서 나온 고기 요리 찌꺼기, 닭, 돼지고기, 닭장 쓰레기(닭똥, 닭 시체 등), 그리고 소의 피와 지방이 포함된 사료를 (초식동물인) 소에게 주는 것이 합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부처님 같은 얘기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는 이 비윤리적인 사육방법이 결국 광우병이라는 무서운 병의 확산을 불러왔다는 사실을 우린 아무도 부정할 수 없게 됐다. <죽음의 밥상>에는 이 밖에도 상상을 초월하는 동물학대의 실태들이 낱낱이 옮겨져 있다.

이에 따르면, 달걀공장에서는 암탉들을 옴짝달싹 할 수도 없는 비좁은 우리 안에 가둬둔 채, 1년 내내 밤낮없이 인공조명을 받도록 한다. 이런 조명은 닭들이 1년 동안 달걀을 집중적으로 많이 생산케 하는 효과를 내며, 이렇게 많은 달걀을 낳은 닭들은 1년 새 체력이 바닥난다. 그렇게 그들은 할 일을 다 마친 전사처럼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뿐만 아니라 어느 한 칠면조 공장에서 수컷의 정액을 채취해 암컷에게 삽입시키는 방법은 너무나 끔찍해서 밥을 넘길 수가 없을 정도다.

달걀의 생산과정보다 더 야만적인 모습은 바로 소의 ‘우유’를 받아내는 과정이다. 소에게서 젖이 나오는 기간은 송아지를 낳은 후 6개월 동안인데, 젖을 얻을 수 있는 이 6개월의 시간을 위해 젖소들은 평생을 임신과 출산의 고통 속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마치 숙명인 것처럼 인간에게 어미의 젖을 빼앗겨버린 송아지들은 믿기 어렵겠지만 어미와 분리된 채, 차가운 시멘트 바닥 위에서 바들바들 떨며 죽어간다.

달걀과 우유를 얻어내는 과정은 그래도 양반이다. 닭과 소와 돼지를 하나의 제품으로 생산해내기까지 이들이 참아내야 하는 고통은 어떠한 스릴러보다 공포스러우며 일부는 (죽어간 그들에겐 예의가 아니지만) 거의 엽기에 가깝다. 닭들은 거꾸로 매달려 두 발이 묶인 채로 전기충격 수조와 목 절단기가 있는 공장 도살 라인을 지나간다. 하지만, 돌아가는 기계의 속도가 너무 빨라(최대한 빨리, 많은 닭들을 상품화해야 하므로) 일부는 목이 덜 잘린 채로, 일부는 의식은 여전히 붙어 있는 상태로 뜨거운 물에 산채로 들어가 죽게 된다.

이기적이고 효율적인 ‘집단사육’이 불러온 결과는?

결국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보다 값 싸고 질 좋은 ‘고기’를 공급하기 위해서라면 사육 당하는 동물들에 대한 존중따윈 그저 사치일 뿐이다. 살아있는 가축들이 마치 인간을 위한 먹을거리로 태어나 기계처럼 쉴 새 없이 새끼를 낳고, 적절한 시기에 도살되어 부드러운 육질을 갖춘 하나의 상품이 되기까지, 그들은 앞서 봤던 이 엄청난 악몽과 고통의 시간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앞서 채식을 시작했던 동현씨 역시 “팔기 위해서, 단지 돈을 벌기 위해서, 자본주의에 대한 인간의 끝없는 욕심 때문에 이 수많은 동물들을 학대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얘기한다.

어쩌면 지금 우리들에게 닥친 이 모든 공포들은 그 동안 수많은 동물들이 인간의 과욕에 의해 겪어야 했던, 물론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그들의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지금 확산되고 있는 광우병이나 조류독감 역시 이 억지스럽고 비인간적인 ‘집단사육’과 도살에 의해 시작된 재앙의 ‘전초전’에 불과할지도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