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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같은 과 동갑내기 친구들의 서로 다른 점심시간

 서울의 모 대학교 강의실

 

오늘은 뭐 먹을까?” 오전 수업이 끝난 12 A씨와 친구들은 점심식사 메뉴를 고른다. 잠깐 동안 이야기가 오간 후 서로 점심먹고 보자.’ 며 친구들과 헤어져 학교 밖으로 향하는 A씨와 친구를 따라 나섰다. 다른 친구들은 왜 함께 가지 않는지 물었다.

그 친구들은 학생식당으로 갔어요. 저희는 학교 앞에서 먹으려고요.”

 

그들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나?

 

지난해 한 친구의 생일날, 생일을 맞아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고 간단하게 술도 마시기로 약속을 했다. 약속 시간인 6시 친구 B에게서 급한 사정이 생겨서 못 온다는 문자가 왔다. 늦게라도 꼭 오라고 답문을 보냈지만, 그 날 B는 생일파티에 오지 않았다. 그날 이후로도 B는 친구들을 자꾸 피하는 것 같았다. 오해가 있다면 풀어야 한다는 생각했던 A씨는 B에게 연락해 친구들과 함께 술자리를 가졌고 그 자리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이야기를 친구 B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저랑 A는 집에서 용돈을 받아서 생활해서 몰랐는데, 용돈을 받지 않던 B한테는 부담이 되었던 거예요. 학교 앞이라고는 해도 학교식당보다는 보통 1~2천원 정도 비싸니까요.”

친구 B의 말에 꽤나 미안했었다는 A씨의 친구가 말을 이어나갔다.

 

저랑 얘는 알바를 해도 알바비로 주로 저희가 사고 싶은걸 사요. 알바 할 때도 보통 때보다는 적지만 부모님이 교통비랑 밥값은 주세요. 이를 테면 알바를 해도 부모님쪽에서 최저생계는 책임져 주시는 거죠.”

 

알바를 해도 교통비와 밥값은 따로 부모님께 받을 수 있는 A와 친구에 비해 B의 상황은 달랐다고 한다. 대학 입학 후 용돈을 전혀 받지 않았던 B는 알바가 곧 생계였던 것. 그런이유에서 친구들과의 모임이 점점 부담으로 느껴졌고 경제 사정 때문에 생일파티에도 불참했었다고.

 

그 날 정말 내가 철이 없었구나 싶었어요. 요새 다들 어렵다 어렵다 했지만, 저는 피부로 느끼는 경우는 별로 없었거든요. 교통비가 오른다고 하면 , 또 오르네..’ 정도 였거든요. 그래서 B가 정말 친구지만, 대단해 보이고 미처 그런 것들은 생각 못하고 편하게 지낸 제가 부끄럽기도 하고 마음이 복잡했어요.”

 

그 술자리 이후 A씨와 친구들은 함께 밥을 먹는 날도 있고 각자 사정에 맞춰 두 세명씩 따로 밥을 먹기도 한다고 했다. 생일같이 돈이 조금 더 들어야 하는 날이면 서로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돈을 내고 초과한 돈은 주머니 사정이 괜찮은 친구가 더 낸다고 A씨가 말했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고 식사를 하는 A씨를 뒤로하고 학교 안에서 B씨와 일행들을 만났다.

 

B씨에게 작년에 있었던 생일파티에 대해 묻자, B씨는 웃으며 말했다.

학교 입학하고 처음에는 대학생활의 꿈이란 게 있잖아요. 친구들과 맛집도 찾아 다니고, 공강시간에는 까페에서 커피 마시며 수다 떨고 저녁에는 간단하게 술 한잔하는 뭐, 그런거요. 나만 그랬나? (웃음) 근데 한 두 달 그렇게 했더니, 솔직히 감당이 안되더라고요.”

 

B씨는 한 달 생활비는 알바비 30만원이 전부라고 했다.

 

용돈을 받을 만큼 집안 사정이 넉넉한 편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제가 벌어서 쓰는데 요새 알바 구하기도 힘들고, 알바를 여러 개 하자니 학점도 신경 쓰이고 그렇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점점 부모님께 짜증이 늘더라구요. 괜히 비교하게 되고.. 상대적 박탈감이라고 해야 하나요? 그런걸? ”

 

그런 상황에서 친구의 생일날 경제적 부담을 말하지 못해 결국 가지 않았다고 한다.

 

자존심이었죠. 돈 때문에 못 갔다고 말하는 게 자존심 상했어요. 같은 학교 같은 과 다니고 항상 어울리던 친구들인데 돈이 없어서 생일파티 못 가겠다는 말이 차마 안나왔거든요. ‘얘네가 나를 어떻게 볼까, 혹시 무시하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B씨는 이어서

 

그러다가 A가 전화를 끈질기게 해서 (웃음) 결국 술자리에 나갔다가 솔직하게 이야기 했어요. 내 경제적 사정이 이래서 좀 부담스럽다고학생식당에서는 한끼에 2천원 정도면 해결하는데 밖에 나가면 3~4천원씩 해서 한 달이면 나한테는 큰 부담이라고.. 그랬더니 얘네가 더 미안해 하더라고요. 몰랐다고

 

그 일 이후 다시 마음 편하게 친구들과 어울린다는 B. 그래도 간혹 돈 때문에 친구들 사이에서 돈 때문에 어색한 기류가 흐르지는 않을까?

 

그 날 이후에 처음에는 그랬어요. 굳이 학생식당에서만 먹으려고 하고.. 제 생각해 준다는 거였죠. 그런데 그것도 불편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러지 말고 각자 사정에 맞춰서 먹자고 했어요. 저도 맛있는 거 먹고 싶을 때는 과감하게 지르기도 하니까. 물론 한 3일은 빵으로 때우며 후회하지만 (웃음) “

 

친구들과 웃던 B씨가 말을 이었다.

 

그래도 가끔 이런 생각을 해요. ‘돈 때문에 먹는 것도 차이가 나는 시대구나.’ 뭐 이런사실 고등학교 때만해도 다같이 급식하고 그래서 못 느꼈는데, 학교 앞에 늘어나는 음식점이랑 커피숍들 보면 나만 이런가…’ 싶기도 하고.. , 되도록이면 이런 생각은 안 하려고 하지만요.”

 

같은 학교 같은 과에 다니는 A씨와 B씨 동갑내기 두 친구의 생활은 비슷하지만 달랐다. 그들은 신입생 때부터 늘 함께 어울리며 같은 수업을 듣지만, 한 명은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행하는 일을 다른 한 명은 두 세 번씩 고민했다.  B씨와 헤어져 학교 앞에 늘어선 음식점과 테이크아웃 커피점들을 지나치며 돈 때문에 먹는 것도 차이나는 시대라고 말했던 B씨의 말이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