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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98학번이 08학번에게 드리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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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예비 새내기 여러분~ 저도 10년 전 이맘 때, 여러분과 같이 대학에 합격하고 꿈에 부풀어 입학만을 기다렸습니다. 죽을 것만 같았던 수능시험과 살 떨리던 면접을 통과하고 자유를 만끽하고 있었죠. 벌써 10년이 지났네요.

앗! 제 소개가 늦었습니다. 저는 뭐, 딱히 소개할 것이 없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잘 나가는 대기업에 취직한 것도 아니고, 국가고시에 합격한 것도 아닙니다. 내세울 것 하나 없는 평범한 사람이죠. 다만 여러분들보다 10년 먼저 대학에 들어갔다는 것, 대학 생활을 미리 해봤다는 점 정도는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그런 제가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최근의 대학이라는 공간에 대해서 많은 고민이 들어서입니다. 제가 대학을 다녔던, 특히 제가 1학년 신입생이었던 98년도는 지금과 많이 달랐던 것 같습니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전이네요. 물론 제가 다녔던 대학시절이 무조건 좋았고 옳았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제가 생각했을 때, 10년이 지났지만 대학 새내기로서 꼭 변하지 않고 유지되었으면 하는 점을 얘기하고 싶네요.



인맥이 아니라 사람이 중요했습니다.

가장 먼저 얘기하고 싶은 것은 사람의 중요성입니다. 고등학교 시절까지는 어느 정도 한정된 친구들만 만나잖아요? 그런데 대학에 오면 훨씬 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선배들, 동기들과 MT도 가고 술자리도 같이 하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지죠. 그런데 최근의 인간관계가 너무 실용적이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어른들이 종종 얘기 하시는 ‘인맥이 중요하다’라는 말이 알게 모르게 우리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는 않은지 고민됩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 인맥보다 더 앞서는 것이 바로 사람입니다. 나를 활짝 열어 놓고 보여주세요. 그럼 상대방도 마음을 활짝 열 것입니다. 바로 그 관계가 진정한 인맥이 아닐까 합니다. 인간관계를 나의 미래에 이익이 되는 것으로 생각하게 되면, 상대방은 얼른 알아차리는 것 같더군요. 그리고 두 사람의 이해관계가 들어맞아 인맥을 형성하더라도 서로에게 이익이 안 된다는 판단이 들면 바로 인간관계를 끊어 버리는 모습을 가끔 봤습니다. 내 옆에 나의 마음을 열어놓고 보여줄 수 있는 사람 한명이 몇 십 명의 인맥보다는 더 소중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학점보다 중요한 무언가가 있습니다.

사실 저는 학점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 그런 사람이 이런 말을 하려니 제 변명인 것 같아 부끄럽네요. 하지만 전 정말 대학 시절에서, 특히 새내기 시절에는 학점보다 중요한 그 무엇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동아리였습니다. 여행 동아리에서 활동했었는데 종종 수업 빼먹고 혼자 여행가기도 했었죠. 당연히 1학년 1학기 학점이 전성기 시절 선동열 방어율 수준이었습니다.(제 또래만 알아듣는 구식 유머인가요? 그렇담 죄송.^^;) 그런데 저는 가끔 새내기 시절의 제 학점을 떠올리며 혼자 싱긋이 웃을 때가 있답니다.

구체적으로는 잘 모르겠네요. 하지만, 확실한 것은 학점보다 중요한 그 무엇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새내기 시절에 한번 찾아보세요. 이것만 찾았다면 10년 후 여러분도 저처럼 새내기 시절을 떠 올리며 웃음 짓는 날이 올 것이라 100% 장담합니다.



그리고 그 무언가에 미쳐보세요.

제목 그대로입니다. 한번 미쳐보세요. 초등학교 시절부터 12년 동안 한 번도 그러지 못했잖아요? 공부에 미쳐서 열심히 공부하셨다면, 공부에 미쳐보세요. 단 주어지는 커리큘럼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자기가 관심 있는 분야의 공부에 미쳐 보세요. 한분 한분이 찾은 그 무엇은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할 것입니다. 그것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평가받는가는 나중에 생각하세요. 시간은 많잖아요? 여러분이 찾은 것이 바로 가장 소중한 것입니다. 최고가 되겠다는 생각은 버리세요. 좋아서 하는 것인데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미쳐서 즐길 수 있으면 그만입니다. 그렇게 하다보면 세계 최고가 되어있을 수도 있고, 그냥 취미가 될 수도 있겠죠.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하잖아요. 미쳐서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새내기 시절 1년만큼은 각박한 세상을 잊어봅시다.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여러분의 대학 1학년 시절은 평생을 통틀어 단 한번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시간이 너무나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그 어떤 짓을 하더라도 대학교 1학년이니까 라는 이유로 다 용서가 됩니다. 여러분의 자유로움을 극한으로 끌어올려보세요. 왜 철학자가 유명해지기 위해서는 자신의 사고를 극한까지 밀어 붙여야 한다고 하잖아요. 여러분은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들입니다.

대학의 낭만과 같은 거창한 말은 하고 싶지 않네요. 사실 저도 잘 모르고, 요즘 시대와는 동떨어진 얘기 같기도 합니다. 여러분의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일 대학 새내기 1년. 10년 뒤 웃음지울 수 있으면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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