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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대학 새내기들을 위한 진짜 Tip

대세는 원룸, 그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대학에 들어오면서부터 나는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살게 되었다. 4학년인 지금까지 이 곳 저 곳 옮겨 다니며 자취생활을 하고 있는데 얼마 전에도 새로운 곳에 방을 얻었다. 설이 지나고 나니 방이 다 빠져 선택권도 별로 없는 상황이었다. 그나마 신입생 발표가 나기 전에는 방이 꽤 비어 있었는데 최종발표가 나고 신입생들이 학교 근처로 집을 구하기 시작하면서 그만큼 방 구하기가 상당히 어려워 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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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룸은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의 참견 없이 완전히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마디로 아파트라는 공간에서 원룸으로 몸만 빠져나오는 격이다. 얼마 전 원룸 문제 때문에 아는 언니와 신나게 수다를 떨고 있었는데, 언니가 자기 자취방에 대해 얘기를 꺼냈다. 언니는 지은지 40년이 다 되어가는 한옥 집에서 1년째 자취생활을 해왔다. 주인집 할머니께서 이런저런 사람 사는 이야기도 들려주시고 햇볕 잘 드는 마당에 빨래를 말린다.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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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한 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언닌 지금 생활에 꽤 만족하는 눈치다.

생각해보니 남들보다 조금 뜨신데 살아보자고 아등바등 보증금에 월세 걱정하며 이 집 저 집 저울질 하며 보러 다녔던 것이 괜히 하찮은 것처럼 느껴졌다. 역세권에 가까울 수록, 학교에서 가까울 수록, 풀옵션일 수록 돈 5만원이 누구네 집 애이름 마냥 껑충껑충 뛰어오르지만 불티나게 원룸은 팔려나간다. ‘아파트는 인간미가 없다, 사람 사는 곳 같지 않다, 산 헐고 아파트 짓는 것 좀 고만 했으면 좋겠다.’고 입으로만 말하면서 정작 요새 내가 하는 결정들에는 사람이 빠져있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근 2년을 살아왔던 원룸에 있을 때는 내 옆집에 누가 있는지, 내가 사는 층에 몇 개의 방이 있는지도 잘 몰랐다. 그야말로 집 건너편에서 시체 썩는 냄새가 나도 들여다보지 않았다는 시츄이에션이 뉴스에서가 아니라, 다름 아닌 나의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섬뜩했다.

전공서 찾아 삼만리

 전공 서적 하나에 3만원, 많게는 4~5만원까지 한다. 집에서 용돈을 받아쓰든, 주말 알바를 해서 돈을 벌든 부담이 되긴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공부하기엔 한계가 있다. 원하는 책을 다 빌릴 수도 없는 것이고, 수업 시간마다 교재를 사서 들어가야 할 경우 어쩔 수 없이 책을 사야할 때가 있다.

그래서 말인데, 입에 입소문을 타고 많은 대학생들이 헌책방을 찾는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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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은 직접 가기도 번거롭고, 또 원하는 책을 찾아다녀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찾진 않는다. 하지만 조금만 발품을 팔다보면 원래 가격에 1/2, 혹은 더 낮은 가격으로 원하는 책을 장만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곳에는 기존의 대형서점에선 경험할 수 없었던 것을 체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낡은 교재를 찾아다니다보면 큰 서점에 인기순대로 진열된 베스트셀러가 아닌 이름 모를 누군가가 소중히 읽어 내려갔던 그들만의 베스트셀러를 만나볼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찾아간 어느 헌책방의 주인아저씨는 아버지에 이어 30년 째 헌책방을 운영해오고 계셨는데 예전보다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다고 한다. 평화시장 뒷 켠의 1,2평 남짓한 공간에 4면 가득 꽂혀져 있는 책들 사이에서 낡은 종이냄새를 맡으며 조용히 마음을 다잡아보는 것도 새내기 시절의 좋은 스타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학교에서 집까지, 짧은 서울 여행

 학교에서 집까지는 딱 한 시간 정도가 걸렸다. 버스로 15분, 지하철로 갈아타는데 10분, 지하철을 타고 집까지는 딱 35분이 걸렸다. 이것이 학교와 집 사이의 최단거리였다. 아침엔 지각을 하지 않기 위해서, 저녁엔 빨리 집에 가기 위해서, 나는 이 최단시간의 경로를 이용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는 학교에서 집까지 가는 가장 먼 길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중요한 것은 전에 가보지 않았던 새로운 길을 찾아내는 것이었고, 새로운 볼거리를 구경하는 것이었다. 학교 앞에 정차하는 수많은 버스들의 노선을 집까지 가는 버스들과 연결하는 것이 내 귀가 시간의 일부로 쓰이기 시작했다.

3, 40분 걸려 지하철역까지 걸어가는 일도 많았다. 버스로 10분이면 되는 거리를 늦은 저녁, 홀로 걷는 것은 꽤 마음에 드는 일이었다. 버스와 지하철은 편리하고 빠르긴 하지만 때론 사람을 더욱 지치게 만든다. 모든 사람들이 시간에 쫓겨 귀가시간을 계산하고 몸을 움직이지만, 대학생 시절엔 흘러가는 시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과 그 깨달은 가치에 조응하는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도 중요하다. 어쩌면 스스로를 세상의 그 어떤 것으로부터 완전히 해방시킬 수 있는 시간이 바로 대학시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보다 '후회 없도록' 대학생활을 보내는 Tip!

 대학에 있으면서 내가 봐왔던 무수히 많은 잡지나 신문 혹은 화장실 문에 붙여진 성공 Tip에서는 보다 실속 있는 대학생활을 위한 조언들을 늘어놓고 있었다. 남들보다 더욱 빨리, 보다 편하게, 보다 좋은 곳으로 취직을 하고, 돈을 버는 방법. 오랜만에 찾은 학교 화장실에서 역시 이런 글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옛날 같았으면 마음 졸이면서 이 중 내가 한 게 몇 개나 되는지, 정말 이대로 가도 괜찮은지 걱정이 됐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아무렇지 않았다. 그렇다고 내 마음 속에 긴장이 풀어졌다거나 어디 믿는 구석이 있는 것도 절대 아닌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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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에서 보다 뜻깊게 보내는 방법은 적어도 이런 것들이 아니란 것을 알았기 때문일까? 적어도 내가 대학시절을 보내는데 뜻깊었던, 꼭 간직하고 가져가고 싶은 요소들은 보다 좋은 곳에 취직하기 위한 방법들을 터득하는 것이 아니었다.

대학교를 다니면서 더욱 중요한 것은 좋은 사람들을 알아가고, 또 내가 정말 좋아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나를 규정짓고 있던 보이지 않는 틀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것. 나만이 진정한 나만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는 꿈을 키우는 것이다.